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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한 이민자 Feb 06. 2020

[영화] 언컷 젬스

다듬어지지 않은 보석을 알아보는 눈,만 가진 소인배

언컷 젬스


베니 샤프디, 죠쉬 샤프디 연출


이번 오스카에서 후보 지명 되었던 작품이라 해서 봤다기 보다, 전NBA 선수 케빈 가넷이 가넷 본인으로 출연한다고 해서 보았다.  까메오 출연인가 예상했는데, 생각보다 비중이 크고 플롯에서 핵심이다. 주인공은 스포츠 도박에 열광적인 보석상. 그는 대박을 꿈꾸며 하루하루 돌려막는 일상을 살고 있다. 비겁함을 귀여움이나 비굴함으로 돌파해보려 하지만 이미 마음이 떠난 아내와 빚쟁이들 앞에선 속수무책. 사실 그가 빚 갚는 데 성실하지도 않고 일확천금만 꿈꾸고 있고, 다른 여자와 비밀 살림까지 차린 마당이니 도덕적으로 편들어 줄 수도 없다. 계속 도대체 어쩌려고 저러나 싶은 주인공, 아담 샌들러.


 제목의 뜻은 ‘다듬어지지 않은 보석’. 주인공의 유일한 장점은 ‘다듬어지지 않은 보석’을 알아본다는 것. 이 영화는 일종의 ‘돈가방’ 영화라고 볼 수 있는데, 에티오피아에서 가져온 ‘다듬어지지 않은 오팔’이 그 역할을 한다. 2012년 플레이오프를 뛰고 있던 당시 현역 선수 가넷이 이 오팔의 행운을 부적처럼 믿었다는 가설을 세우고 진행하는 영화. 2008 보스턴 챔피언 반지도 중간에 잠시 돈가방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꼬이는 플롯과 정신없는 연출이 아담 샌들러의 황폐하지만 신기루를 쫓는 정신을 그대로 묘사하는 것 같다.


 NBA팬이라면 2012년 플레이오프와 케빈 가넷의 상황이 그대로 들어가 있으니 매우 흥미로울 것이다. 보면서 프로 운동선수라는 게 정말 피말리는 직업이구나 싶다. 한 개인의 가치가 숫자로 인수분해되어 평가받고, 그 평가가 대중에게 그대로 공개되고 공유된다는 게,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과 자존감 없이는 버티는 게 불가능할 것이다. 훈련에 매진하는 것 밖에 달리 할 일도, 요구되는 일도 없지만 세상은 더 복잡한 논리로 굴러간다는 걸 모르지 않으니 마음은 불안할 것이고.

 주인공의 행보를 한심하게 보면서도 일말의 연민을 거둘 수 없는 이유는, 삶의 많은 부분이 운에 좌우된다는 걸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모든 게 잘 맞아 떨어지기만 하면 대박이 터지는데, 그 모든 걸 다 스스로 만들어낼 수는 없으니, 마음을 졸이며 쳐다볼 수밖에. 운에 대한 인지가 의존으로 발전하면 정신이 버텨낼 수가 없다. 모든 게 무의미의 바다 속에서 헤엄치게 되니까. 맥락과 의미를 구성해야만 살아갈 수 있는 존재가 인간이니까.


한국 배우로 캐스팅 놀이를 해본다. 제일 처음 떠오른 사람은 최민식. <파이란>이나 <올드보이> 초반부의 연기를 떠올려보면 찰떡이다. 너무 찰떡이라 보기 힘들 정도일 것 같다. 그러면 송강호. 경상도 사투리와 타이밍 개그가 더해져 감칠맛이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연민은 최민식 선배에게 더 갈지도. 황정민이라면? <신세계>, <부당거래> 등을 떠올려보면 이 역시 잘 어울린다. 조금 생각을 바꿔 이병헌이라면? 전혀 다른 이미지의 배우지만 찌질한 역을 재밌게 소화했을 것 같다. 류승범이라면 어땠을까. 역시 독특한 느낌을 잘 뿜어냈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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