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야 아저씨 Feb 26. 2020

금연

차라리 그 맛을 몰랐더라면......


배우지 않아도 전~~~~ 혀 해가 될 것이  없는 것 중, 꼭 한 가지를 꼽으라면 흡연이다.



아무 생각 없이 친구를 따라 담배를 처음  피우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름대로의 소신(?)에 따라 흡연을  시작한다.


처음에는  단순히 담배연기를 입에만 품고 내뱉기만을  반복한다.


그러다가 조금씩  익숙해지기 시작하면 심장과 허파 속으로 연기를 시험 삼아 들이마신다.


담배연기가 처음 몸속 깊이 들어오는 순간, 머리가 핑 돌면서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어지럼증을 느끼며 심한 경우 구토 증세까지도 나타난다.


이쯤 되면 흡연을 멈춰야 될 듯하지만, 어른이 되려면 반드시 지나가야 하는 통과의례인 것처럼 여기며  또다시 담배를 입에 물게 된다.


"이젠 괜찮겠지?? "하면서 담배를 피워보지만 이런 현상은 어김없이 또 나타난다.


이러한 고통의 과정을 몇 번씩 반복하면서 꾸준히 노력(?)을 하다 보면 드디어 정상적인 흡연의 세계로 온전히 들어서게 된다.



내가 처음 담배를 손에 댄 것은 아마 초등학교 때인 것 같다.


동네 친구들과 뒷산에 올라가 담배 연기를 입에 한가득 담고, 붕어처럼 입술을 뻐끔거리며 연기 도넛을 만든 것이  담배 피우기의 첫 시작이었다.



그리고 중학교 때 소위 좀 논다는 친구들과 어울리며 주변에 담배를 피우는 친구들이 많아서 자연스럽게 담배를 접할 수 있었다.


친구들의 권유로 처음 몇 번은 마지못해 담배를 피워보기도 했다.


그럴지만 담배의 맛도 모르겠고, 더구나 담배냄새로 인해 집에 들어가  기족들에게 혼이 날 것 같아 지속적으로 담배를 피우지는 않았다.


대학에  들어갈 때까지는 담배를 배우지 않기로 하고 주변 친구들의 잦은 권유를 과감히 물리치곤 했었다.


중, 고등학교 시절을 무사히 보내고 마침내 대학 정문 입구에 붙은 신입생 합격자 명단에서  이름 석자를 확인한 후, 그날 바로 서울에서 고향으로 내려오는 기차를 탔다.


열차에 오르기 전 청량리 역에서 드디어 “거북선”담배를 한 갑 샀다.


1980년대 초, 그 당시만 해도 담배에 대한 해악이 적극적으로 홍보가 되지 않았던 시기였다.

담배를 피우는 것은 대인관계를 원만하게 유지하는데 도움이 되고 남자들은 성인이 되면 의례히 담배를 피워야 하는 것으로 생각을 했었다.


열차, 버스, 비행기, 심지어 영화 관람 중에도 흡연이 가능했고 실내에 있는 대부분의 좌석에는 팔걸이나 앞 좌석에 재떨이가 항상 붙어 있었다.


고향 가는 기차 안에서 처음으로 뻑꿈 담배를 피운 이후, 대학생활 내내 담배는 언제나 호주머니 속이나 자취방 구석에 늘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때만 해도 담배는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단칼에 끊어 버릴 수 있는 기호품에 불과했다.


그러다가 졸업 후 회사에 입사를 했고 2년 정도 중동 건설현장에서  근무를 하게 되었다.


아침 6시부터 저녁 9시까지 계속되는 근무로 인해 몸은 늘  지쳐있었다.

 그때부터  "아~~~, 이제는 건강을 지키기 위해 담배를 끊어야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웬걸, 마음과는 다르게 담배란 것이 쉽사리 끊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가끔씩은 일주일, 어떤 때는 몸의 컨디션을 회복하기 위해서 몇 개월 동안 흡연을 참아 보기도 했지만  영원히 금연을 한다는 것이 쉬운 것이 아니었다.


그러다 보니 매년 연초 목표에 "금연"이 맨 앞자리를 차지한 지도 족히 20년이 넘어 버린 듯하다.




몸상태가 좋지 않으면 잠시 참았다가, 컨디션이 좋아지면 다시 담배를  피웠다.


담배를 사지 않으면 끊을 수 있을까 해서, 남들에게 가끔씩 얻어 피우는 빈대 생활도 많이 했다.


흡연양을 줄이기 위해 길거리 버스정류장 가판대에서 까치 담배를 사서 피워보기도 하고,

배 한 갑을 사서 몇 개비만 피우고 나머지는 버려서 돈만 낭비하는 악순환이 수없이 반복되었다.



용돈도 절약되고,


주머니에 지저분한 라이터나 담뱃갑도 없애고,


불쾌한 담배 냄새도 없애고,


육체 및 정신건강에 좋고,


담배를 피우지 않는 날은 왠지 무언가 해 냈다는 느낌이 드는 등,


좋은 일들이 수없이 많은데 왜 그렇게 금연이 힘들었는지 모르겠다.




니코틴  중독을 극복하기 위해 정말 담배를 끊어야겠다는 생각이 너무도 간절했다.

                  

그렇게 흡연과의 지루한 싸움을 계속하며 지내던,

 2010년 10월 무렵  어느 날.........


흡연 이 30여 년 만에,  거짓말처럼 금연에 성공했다.


가끔씩 꿈에서 담배를 피우는 나를 발견하고 깜짝 놀라서 잠을 깨기도 하지만,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단 한 개비도 피우지 않고 굳건히 버티고 있다.


물론 가끔씩 흡연가들의 옆자리를 의식적으로 피하지 않고 간접흡연은 하고 있다.


누군가로부터 이런 말을 들은 기억이 난다.


"담배를 한 번 피워 본 사람은 영원히 금연을 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흡연을 참고 있을 뿐이라고"


나도  마찬가지   듯하다.


작가의 이전글 그랜드캐넌에는 공룡이  산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