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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 아저씨 Sep 27. 2019

기억에 남는 책 & 책갈피

책은 내용도 중요하지만 책갈피(?)가 좋아야 한다.

  “책은 마음의 양식”


책을 읽음으로써 감성이 풍부해지고, 독서를 통해 간접 경험이나 지식을 쌓게 되어 정신세계가 풍부하게 된다는 의미가 아닌가 싶다.   

  

요즈음 각종 언론매체를 통해 많은 지탄을 한 몸에 받고 있는 586세대(?)의 한 사람인 나로서는, 사실 어릴 때부터 많은 책들을 접하면서 자라진 못했다.     


지방 소도시라 주변에 도서관 시설이 많지 않아 지금처럼 책을 대여해서 읽는 것도 쉽지 않았었고, 집안 형편이 아주 넉넉한 가정이 아니고서는 교과서나 참고서 이외의 책을 사서 읽는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던 시절이었다.

     


가끔씩 친구 집에 들렀을 때 각종 문학전집이나 "김찬삼의 세계 여행기"등 가정에서 쉽게 접하기 힘든 책들이 책장에 꽂혀있는 걸 볼 때면 부러운 마음으로 친구를 바라보기도 했었다.

    

80년대 초 당시만 해도 과외 망국론이 연일 거론되었었고, 과외가 금지되기도 했었을 정도로 모든 고등학생들이 대학입시에 목어 있었던 시기였기에, 특별한 학생이 아니면 입시용 도서 외 일반 책의 독서는 꿈도 꾸지 않았던 시절이었다.


대학시절에는 책을 읽기 보담은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며 당구치고 술 마시는 일이 하루의 주 일과였다.


방학 때면 배낭 메고 친구들과 캠핑을 가서 방학기간의 반을 보내고, 음악다방에 죽치고 않아 다방 네지(?)의 눈치를 보거나 동네 당구장에서 하루를 보내는 것이 보편적인 일상이었기에 특별히 책을 읽어야 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고 생활을 했었다.     


대학 졸업 후 건설회사에 입사해서 10개월 정도 국내 근무를 하고 중동으로 부임 발령을 받았다.   

  

1985년 당시 사우디아 리비아의 수도인 리야드에 병원과 관계자 숙소 그리고 공동시설을 건설하는 5억 7천만 불 규모의 초대형공사현장이었다.


왕족 국가이자 정통 무슬림 국가인 사우디에는 내/외국인에 대한 규제가 많아서 국내에서 파견된 모든 직원과 대부분의 근로자는 숙소에서 생활을 했었다.


그래서 현장  내에는 자체에서 여가활동이  가능하도록 식당, 보건소, 매점, 도서관과 헬스장 그리고 이발소도  운영되고 있었다.   


평일 새벽 6시부터 밤 9시까지 근무를 하고 한 달에  두 번 정도 휴일만 쉬었으므로 하루하루의 일상이 피곤함의 연속이었다.


회사의 허락 없이 현장 경계를 벗어날 수가 없었에 퇴근 후나 휴일에는 대부분 휴식을  취하거나 비디오를 보곤 했었다


그리고 사우디아라비아는 외출을 한다고 해도 특별히 시간을 보낼만한 놀잇거리도 없었다.     


그래서 시간 죽이기로 시작한 것이 독서였다.


그 덕분에 사우디에 근무하는 2년 동안 현장 내 도서관의 웬만한 책은 다 읽을 수가 있었고, 업무와 관련된 영어 회화와 독해능력을 향상하기 위해 영어소설도 읽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소설책 한 권을 읽는데 한 달 정도의 시간이 걸렸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점 읽기 속도가 빨라져 귀국할 무렵에는 상당한 권수의 영어소설책들이 철제 캐비닛을 채우고 있었다.


아마 업무로 바쁜 와중에서도 삶의 기간 중 가장 많은 책을 읽었던 기간이었던 것 같다.

    

힘들었지만 나름대로 책들과 친해졌던 2년간의 해외근무를 마치고 귀국행 비행기를 타기 하루 전 아주 특별한 선물을 처음으로 받았다.


나에게 "책은 마음의 양식"에 더해 "책갈피는 몸의 양식"이리는 깨우침을 준 특별한 선물이었다.

     

사우디아라비아에 86년 초에 들어와서 현지 업체 소속으로 영업을 하시던 분이 있었다.

    

국내에서 사업을 하다가 형편이 여의치 않아서 사우디로 거의 피신해 오다시피 하신 분이었는데,

사업 경험이 많으신 데다가 특유의 성실함을 무기로 짧은 기간에 영업활동에서 많은 성과를 내었고, 우리 현장에도 많은 양의 건설자재를 납품하게 되었다.


내가 귀국할 무렵에는 영업직으로 완전히 발판을 굳혀 현지 업체로부터 상당한 대우를 받고 있었다.    

 

사우디 초창기 부임 시절에 만나 해외생활의 고민도 서로 나누고 가끔씩은 집에 초대를 받아서 식사를 같이 하기도 했었다.


이런 좋은 관계를 2년 동안 계속 유지했었기에 헤어짐을 서로 많이 아쉬워했었다.

     

귀국하기 전날 현장사무실 짐을 정리하고 있을 무렵 그분이 찾아오셨다.


국내에서 다시 만나기를 기원하며, 귀국선물로 영어소설책 한 권을 책상 위에 두고 가셨다.

    

숙소로 돌아와 선물 받은 책을 펼쳐보니 소설책 사이에는 아주 특이한 책갈피가 꽂혀 있었다.

     


영업에 많은 도움을 줘서 고맙다는 쪽지와 함께  책장 사이사이에 달러로 된 책갈피가 여러 장 꽂혀 있었다.

     

그다음 날이 출국일이라 다시 돌려줄 수도 없었고, 그리 많은 액수도 아니었기에 부득이 책과 소중한(?) 책갈피를 갖고 귀국할 수밖에 없었다.

 

그 책갈피는  귀국하는 날 공항에  친구들과의  만남에서 홀연히 사라져 버렸지만,

아직도  “책은 마음의 양식, 그리고 책갈피는 몸의 양식"이란 말을 내 가슴속 깊이 새기게 된 선물이었다.

     

지금도 지인들과 책의 중요성을 이야기할 때 농담 삼아 가끔씩 이야기한다.


“책을 선물할 때는 책의 내용도 중요하지만, 책갈피가 정말 좋아야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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