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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트라인에 걸린 삶

턱걸이 인생

by 이야 아저씨


인간은 홀로 세상을 살아갈 수 있을까?


굳이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라고 한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을 끄집어내지 않더라도 사람들은 서로 관계를 맺지 않고 잠시라도 혼자서 살아갈 수 없는 종(種)이다.



물론 지구상에 존재하는 온갖 종류의 모든 동식물들도 같은 종들끼리 서로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것은 인간과 마찬가지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동식물들은 생존과 번식을 위한 원초적인 본능을 해결하기 위해 무리를 이루지만 인간들은 요람에서 무덤까지 삶의 모든 단계마다 서로 다른 공동체에서 생존경쟁을 해야 하는 것이다.


부모와 어른들의 돌봄이 필요한 유아기를 제외하면 학교라는 공동체에 첫 발을 내딛는 순간부터 경쟁이 시작된다.

초, 중, 고등 그리고 대학(원)을 졸업하고 본격적인 사회생활에 접어들면 부딪치는 매 순간마다 경쟁과 평가를 치러야 한다.

동료들과의 경쟁에서 뒤처지고 평가에서 탈락하는 순간, 현재 상태로 다시 오기까지는 더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물론 다시 돌아올 수 있는지 조차도 장담할 수 없다.


선착순이라는 얼차려가 있다.

학창 시절 체육시간이나 군대에서 자주 행해지던 기합인데 지금은 많이 사라져 군대에서나 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100미터 왕복 선착순 5명"이라고,

선생님이 외치면 반 학생전체가 전력질주를 하며 달린다.

커트라인을 통과한 5명을 제외하고 나머지 학생들은 선생님이 정한 커트라인에 들어올 때까지 끊임없이 달려야 한다.


공동체 내의 삶에서 경쟁이 불가피하다면, 선착순 기합처럼 커트라인은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스포츠 경기에서 선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우승이나 등수, 즉 순위이지만 사회생활에서는 순위보다는 커트라인 통과가 사람들에게 더 큰 의미가 있다.

요즘 사회가 일등만 기억하는 사회라지만 모든 사람이 일등을 할 순 없고 끝없이 노력을 한다고 해서 누구나 일등이 될 수도 없다.

그래서 각 기관이나 회사는 인재를 선발하는 데 있어서 각자의 평가기준을 갖고 있다.


국가시험의 합격기준은 아주 간단하다.

1차 필기시험은 과목별 최저점수 40점 이상, 전체과목 평균점수는 60점 이상을 득점해야 한다.

2차 실기시험은 60점 이상을 맞아야 최종 합격의 영광을 누릴 수 있다.


민간기업도 마찬가지다.

기업마다 다르지만 나름대로 준비된 평가기준은 넘어서야 최종 면접을 볼 수 있다.

입사를 해서도 매년 자체적으로 마련된 고과평가를 해서 커트라인을 통과해야 승진대상 심사에 오를 수 있는 것이다.


대부분 사람들이 겪은 것처럼 지금까지 수없이 많은 시험과 평가과정이 내게도 있었다.



고교 및 대학 입시시험,

대학 학과배정 평가,

특례보충역 선발에 필수인 기술자격증 획득시험,

대학 졸업시험,

기업체 입사시험,

승진을 위한 각종 자격시험과 평가,

업무능력향상을 위한 영어 및 컴퓨터활용 능력시험 등은 내 삶의 과정에서 큰 몫을 차지했던 평가들이었다.


단 한 번도 최고의 점수를 받진 못했지만 기준점, 즉 커트라인을 간신히 넘길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내게는 참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사람들은 때로 이렇게 이야기한다.

"열심히 해서 높은 점수를 받을 필요가 뭐 있어, 커트라인 통과할 정도까지만 대충 하면 되지!!"

살다 보면 주변에서 정말로 똑똑하고 능력 있는 사람들을 가끔 만날 때가 있다.

바로 그런 사람들이나 쉽게 내뱉을 수 있는 말인 듯하다.

누군가에게는 커트라인 통과가 쉬운 일일수 있어도 또 다른 누군가는 그것이 마지막 최후의 목표일 수도 있다.


운 좋게 커트라인을 통과해 그런 친구들과 같은 부류가 될 때가 있다.

등수는 알 수없으니 서로에게 축하를 보내며 같은 Class가 된 것을 기뻐한다.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다.

거기에서 또 다른 경쟁과 평가가 있기에 커트라인을 간신히 통과한 사람은 물 위에 우아하게 떠 있는 백조처럼 물 밑에서 죽을힘을 다해 또다시 발길질을 해야 한다.

또 치러질 커트라인 통과를 위해~~~.



돌이켜보면 그 사람이 바로 나 자신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경쟁과 평가의 커트라인을 운 좋게 넘었다고 남들은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 나는 그것을 통과하기 위해 필사의 발길질을 물 밑에서 하고 있었다.


사람들을 이해력의 단계별로 내 나름대로 구분해 보았다.


ㆍ1단계 : 설명을 하면 바로 모든 것이 이해되는 사람


ㆍ2단계 : 설명을 듣고 난 후 많은 노력을 한 후에야 이해가 되는 사람


ㆍ3단계 : 아무리 설명하고 본인이 노력해도 끝끝내 이해가 되지 않는 사람


해당분야나 상황에 따라 달라지긴 하겠지만 나는 다행히도 2단계에 근접해 있는 것 같다.


이해력의 단계가 높다고 해서 그것이 성공의 바로미터는 아니겠지만 늘 이해력 1단계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부러웠던 것도 사실이다.


이해력이 당연히 중요하겠지만 개인의 사회적 성공에는 또 다른 무언가가 필요하다.

본인에게 맞는 분야, 예술적 재능, 탁월한 감수성, 신체적 조건, 가치관, 인간관계 그리고 설명할 수 없는 그 무엇들~~~.

그것이 이해력 2단계 언저리에 있는 나와 3단계에 있는 사람들에게 그나마 위안을 준다.


늘 커트라인을 넘으며 살아야 하는 현대인의 삶이 그리 만만치 않다는 것은 나 혼자만의 생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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