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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 아저씨 Sep 06. 2024

네 ~  이놈, 하늘이 두렵지 않으냐?


2024년 8월 5일 밤 9시경.


양평읍에 천둥, 번개가 내리치며 억수 같은 비가 쏟아졌다.


평소에는 이중창을 닫고 커튼을 치고 있어 비가  오는지? 천둥이 치는지? 몰랐지만 그날은 우연히 커튼을 젖혀두고 전등을 끄고 있었다.


번개가 번쩍이며 밤하늘이 대낮같이 밝아지고 뒤이어 천둥이 요란스럽게 소리를 내며 뒤쫓아 왔다



어릴 때는 천둥, 번개를 자주 보곤 했다.


지금처럼 집에 방음이 잘 되지 않아 비가 많이 내리는 날이면 으레 껏 세상을 집어삼킬 듯한 천둥, 번개소리에 놀라 이불 속이나 엄마 품으로 몸을 숨기곤 했다.


"평소에 나쁜 짓을 많이 하는 사람들은 저렇게 무서운 벼락을 맞아 죽는다!!"는 말을 들은 것도 그때였다.


죄를 지은 사람들이 일반인들의 눈과 귀는 비껴갈 수 있을지 몰라도 하늘이 내리는 벌은 피할 수 없다는 불변의 진리를 어머니의 품에서 배운 것이었다.


그때부터 천둥, 번개가 치는 날은 착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스스로 다짐하는 날이 되었다.


지금도 마찬가지겠지만 과거에도 억울한 일을 당해 옥살이를 하거나 생을 마감한 사람들이 많았을 것이다.


역사 드라마를 보다 보면 억울하게 생을 마감하는 사람들이 마지막 장면에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다.


"네 ~ 이놈, 하늘이 두렵지 않으냐?

하늘이 너를 용서치 않을 것이다!!!"


본인은 지금 억울하게 죽임을 당하지만 하늘만은 진실을 알고 있으므로 나쁜 사람들에게 언젠가는 반드시 그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는 불변의 믿음을 갖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서민이나 약자들에게 그  믿음마저 없었다면 옛날 신분과 계급이 사회분위기를 지배하던 그 시절을 일반 백성들이 살아내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세상이 많이 변했다.


요즘은 야외에서 캠핑을 하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천둥이나 번개를 볼 기회가 없다.


방음창이나 벽이 자연의 소리를 차단하고 TV소리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



십수 년 전만 하더라도 벼락을 맞아 죽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뉴스에 종종 오르내렸지만, 그것도 어느 순간 옛날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이야기가 되어 버렸다.


벼락을 방지하는 피뢰설비가 도처에 깔려 하늘이 내리는 천벌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인간들의 지식이 하늘이 내리는 벌을 피할 수 있게 만든 것이다.


그러다 보니 인간이 하늘을 두려워하지 않는 세상이 되어 버렸다.

과거라면 벼락을 맞아 죽어야 할 인간들이 도처에 득실거리고 있는 것이다.


뻔뻔함과 궤변이 난무하고 과거에는 옳은 것이라 여겨졌던 진리가 속해 있는 무리들의 이해득실에 따라 상대적인 것이 되어 버렸다.


그래도 우리에게 한가닥 희망이 있다.


하늘은 결코 무심치 않을 것이라는 것,

인간의 얕은꾀로 잠시 피할 수는 있겠지만 인과응보는 언젠가는 반드시 행해질 것이라는 사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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