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돌아왔다.
2025년 3월 11일 화요일 저녁 8시.
아내가 집으로 돌아왔다.
작년 10월 16일,
딸이 2년간의 육아휴직을 끝내고 회사로 복귀했다.
첫 출근 일주일 전부터 딸은 아내에게 외손녀 돌봄 인수인계를 시작했다.
아파트 인근에 있는 어린이집 등하교에서부터 먹거리 준비, 동네 주변 상가 Survey, 외손녀가 다니는 병의원 사전답사등 일주일 동안 바쁘고 세심한 일정이 진행되었다.
2024년 10월 11일 월요일,
양평 집에서 5시 30분 처음으로 아내를 서울 딸네 집으로 라이딩을 했다.
그 날이후 주중에 나는 양평에서 독거, 아내는 서울 딸네 집에 머물며 외손녀를 돌봤다.
금요일 저녁 딸 부부가 퇴근을 하면 나는 아내와 같이 양평으로 돌아왔다.
다행스러웠던 점은 외손녀 돌봄이 한시적이란 것이었다.
내년 3월 회사에서 운영하는 어린이집 입학이 가능해 5개월 정도만 외손녀를 돌봐주면 되는 것이었다.
아침에 눈을 뜨면서부터 딸부부 퇴근 때까지 독박육아는 예상처럼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다.
하루 종일 쉴 틈 없이 움직이는 외손녀 쫓아다니기, 장난감 블록 쌓기, 역할놀이, 식사 챙기기, 아플 때 병원 데려가기, 식사준비와 집안 청소등 잠시 쉴틈조차 허락되지 않았다.
가끔씩 나도 지원사격을 나가곤 했지만 뭐든 자기 뜻대로 행동하려는 세 살배기 예쁜 폭군(?)을 감당한다는 것이 50대 후반인 아내로선 힘에 벅찬 일이었다.
가을과 유난히 눈이 많이 내렸던 겨울을 보내고 봄이 문턱에 다가온 3월 드디어 5개월간의 육아전쟁 원정을 무사히 끝내고 아내는 집으로 돌아왔다.
다음날,
아침 일찍부터 거실에서 인기척이 나고 뿌시럭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아내가 아침부터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방문을 열고
"여보 뭐 해?"라고 물었더니,
"응 정리하고 있어!"라며 세탁을 맡길 겨울 옷을 이미 꺼내놓고 있었다.
복귀 후 눈을 뜨자마자 집안정리가 시작된 것이다.
5개월간의 한시적 위탁관리를 마감하고 아내의 직접 통치를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침묵이 지배했던 집안에 활기와 생동감이 넘친다.
아내가 집에 오니 나로선 늘 쫓기듯 하게 살아왔던 하루가 더 길어지고 오히려 생활에 여유가 생긴 듯한 기분이다.
잔소리를 들으며 부대끼며 살지만 그래도 혼자보다는 둘이 낫고 좀 귀찮긴 해도 아내의 통치하에 사는 게 몸과 마음이 편하다는 것이 새삼 느껴지는 하루였다.
이제야 사람 사는 집이라는 것도 제대로 실감이 나고 부엌에서 나는 아내의 도마소리가 아름다운 교향곡처럼 들린다.
여왕님의 귀환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