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자신에게 불리한 상황이 반복되어 나타나는 현상”을 머피의 법칙이라고 한다.
오랜만에 동네 도서관에 책을 빌리러 갔는데 하필 휴관일이고, 차가 막히는 도로에서 내가 선택한 차선의 차들이 가장 늦게 빠진다.
생활 속에서 나의 이런 선택을 후회할 때마다 “머피의 법칙”을 떠 올리게 된다.
건설회사에서 업무를 보는 중에도 어김없이 머피의 법칙은 나타난다.
건설공사를 수행하는 업무에 있어 모든 것의 시발점은 설계도면이다.
설계자가 작성한 도면을 보고 삼차원으로 건물의 외부 형태와 내부 공간을 상상한다.
그리고 건물을 짓는데 소요되는 장비와 자재의 수량을 뽑고, 최종적으로 공사기간과 금액을 결정한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들은, 모두 설계자가 작성한 건축도면으로부터 시작된다.
이렇게 면밀한 사전 준비를 거쳐서 건축물 공사를 착공한다.
공사 과정에서는 창과 골조의 연결부위, 건물 끝단의 상세 부분, 그리고 단차가 지는 이질 재료 부분의 접합부 등 여러 부분에서 반드시 확인을 해야 하는 상세도면들이 있다.
그것들이 확인되지 않으면 다음 공사를 진행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내가 반드시 확인해야 하는 부위의 상세도는 항상 건축도면에 나타나지 않는다.
이러한 일들은 동네의 허접한 설계사무소가 그린 도면이든, 국내의 대형 설계사무소에서 그린 도면이든 대부분 마찬가지다.
까다롭다는 해외공사를 수행하는 도면도 별 반 다를 바가 없다.
건설기술자들이 궁금해하는 부분의 상세도면은 대부분 그려져 있지 않고, 상세도면 없이도 알 수 있는 일반적인 도면만이 아주 착실히 그려져 있을 뿐이다.
아마 설계자가 시공방법을 몰라 정확한 도면을 그릴 수 없어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이런 상황이 생기면(... 늘 생기지만),
시공자가 스스로의 경험을 살려 아이디어를 짜내거나,
설계자나 생산자, 시공자가 상호 협의를 통해서 해결방법을 찾고 상세도를 마무리해야만 한다.
이러한 과정이 있을 것으로 믿기에, 설계자가 미완성 인 상태로 설계도를 남겨두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대부분은 그런 과정을 통해서 문제를 해결하고 난 후,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
그렇지만 거기에는 많은 시간과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을 수반하게 된다.
삶의 과정도 마찬가지가 아닌가 싶다.
각자의 삶에 있어서 수없이 부닥치는 많은 난관들이 있지만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나
지침서는 없는 듯하다.
또 어느 한 사람의 전문가가 명쾌하게 해결방안을 제시해 주지도 못한다.
어려움과 난관이 닥쳤을 때, 경험 있는 사람들과 많은 의논도 하고, 머리를 맞대어서 합리적인 해결방법을 찾아가는 것이 누구나의 삶의 과정인 듯하다.
머피의 법칙은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에서, 극복해야 할 삶의 작은 장애물이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