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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 아저씨 Dec 01. 2019

행복나무(Happy Tree)

행복하세요.........


어느 날 집에 생명체 하나가 들어왔다.


건설사에 근무할 때 현장에서 같이 근무를 했었던 직원이 선물로 가져온 것이었다.




"행복하세요."란 푯말이 꽂혀 있는 작은 행복나무 화분 하나........




그는 신입사원이었지만 요즘 젊은이 답지 않게 품성도 바르고 업무에 대한 열정이 많은 직원이었다.


2년 정도 같은 현장에 근무하면서 살펴보니 다방면에 재주가 많은 친구였다.


상대방에 대해 적절한 배려를 베풂과 동시에 일면으로는 업무에 상당한 추진력도 갖고 있었다.


앞으로 회사에 중추적인 역할을 할 직원으로 생각되었으나 어느 날 퇴사 소식을 전해 들었다.


그때는 많이 놀라기도 했었지만 개인적으로는 상당히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많이 개선되었다고는 하지만 아직은 건설회사의 전반적인 근무환경들이 젊은 세대들에게는 적응하기가 쉽진 않은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화분을 건네받으며 긴 이야기를 나누진 못했지만, 그 직원은 머뭇거리며 자신의 결혼식 주례를 부탁했었다.


아끼는 후배 직원이었기에 당장이라도 승낙하고 싶었다.


그렇지만 주례를 하기에는 아직은 나 자신이 부족한 점이 많았고 결혼식 당일에  다른 일정이 있어서 아쉽게도 부탁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그런 저런 연유로 해서 우리 집에 생물체로는 처음으로 행복나무가 발을 들여놓았다.


아파트에 거주하는 많은 사람들이 요즘은 실내에서 화분을 가꾸지만, 나는 식물의 생명을 살려(?) 나갈 자신이 없었다.


그리고 아들을 비롯한 우리 가족들이 알레르기에 민감한 편이어서 지금까지 애완동물이나 식물을 집안에서 키운다는 것은 언감생심 꿈도 꾸지 않았다.


그런  이유로 우리 집에서 살아있는 생물이라고는 가족들, 가끔씩 휘두르는 전자 모기채의 희생양인 모기와 파리, 그리고 불청객인 날파리와 기타 해충들 뿐이었다.


 어느 날 느닷없이 불쑥 한 식구가 되어버린 조그마한 화분의 행복나무는 "과연 언제까지 생존할 수 있을까?"만이 우리 가족의 작은 관심사였다.


그래도 가져다준 직원의 정성을 생각해서 인터넷을 뒤져 물을 주는 시기와 관리방법을 찾아보는 등 각별한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직사광선을 받지 않는 거실 한 모퉁이에 화분을 놓아두고, 매뉴얼에 따라 2주일에 한 번씩 물을 주며 행복나무의 상태를 일상적으로 관찰을 했다.


그렇게 집안에서 한여름을 같이 지내던 무렵, 행복나무 잎이 말라가며 점점 시들어 가는 듯했다.


정확한 원인은 알 수 없었지만 아마 에어컨 바람이 어린 나무의 생육에는 좋지 않은 듯했다.


더 이상은 살기 어려울 거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집안보다는 외기가 나을 듯해서 집 밖 현관 앞 복도에 화분을 내어 놓았다.


그런데 일주일 후 뜻밖의 일이 일어났다.


시들시들하던 이파리에 생기가 돌고 다시 생명이 살아나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집안 공기보다는 외기가 식물에는 훨씬 좋았다.


그때부터 시작된 행복나무 화분과의 동거가 벌써 2년을 눈앞에 두고 있다.


아기인 상태로 들어와서 벌써 화분을 큰 것으로 교체할 만큼 어린이로 자랐고, 엘리베이터 앞 복도에서 추운 겨울도 한번 무사히 넘겼다.


올해도 작년처럼 월동채비(보온재로 화분을 둘러싸는 정도)를 끝내고 추운 겨울을 넘길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두 번째 월동채비를 끝낸 행복나무


언제까지 지속될진 모르겠지만 계속 함께 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꾸준히 물을 주고 있다.


 가끔씩은 영양제도 줘 가며 더 큰 화분으로 분갈이할 날만을 기다리고 있다.


2년 동안 살아 있는 것만으로도 작은 기쁨을 가져다주었지만, 집을 드나들며 행복나무를 볼 때마다 생각나는 것이 있다.


행운과 행복은 늘 노력하고 준비된 사람들만이 누릴 수 있는 것으로 옛 선인들이 수없이 말을 했었고, 현재를 살아가는 대부분의 사람들도 그렇게 인식을 하고 있다.


"대개 행복하게 지내는 자는 노력가이다."  -----  블레이크


"행복은 우리 자신에게 달려있다."  ------  아리스토텔레스


"천재는 1%의 영감과 99%의 노력으로 이루어진다."  -----  토마스 에디슨


기타 등등등.......


노력이 수반되지 않은 행운과 행복은 아무나 가질 수가 없고, 설령 온다고 하더라도 지속되지 않는다는 것이 정설로 굳어진 것 같다.


느닷없이 복권에 당첨되어 큰 행운을 잡은 사람들의 끝이 대부분 불행으로 끝난다는 언론의 기사나 통계도, 어찌 보면 노력 없이 가진 행복은 쉽게 사라져 버린다는 것을 암시적으로 나타내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행운과 행복을 맞이하기 위해 모든 사람들이 늘 노력하고 준비해야 한다면, 우리들에게 삶은 너무 팍팍하고 피곤하지 않겠는가????


가끔씩은 아무런 노력이  없어도 사람들에게 느닷없이 행운이 찾아오는 일들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런 뜻하지 않은 행운으로 인해 그 사람의 삶이 조금 더 풍요로워지고 본인과 주변 사람들이 더불어  행복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또한 이런 일들이 가끔씩은 신문 한 모퉁이를 차지하는 기사거리가 되어 글을 읽는 사람들에게 일말의 희망을 갖고 살아갈 수 있게 해 주었으면 하는 기대를 뜬금없이 가져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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