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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 아저씨 Aug 01. 2022

코로나둥이의 탄생

2022년 7월 4일  오전 8시경.


보건소로부터 코로나 확진  알림 메시지를 받았다.

이틀 전부터 몸이 찌뿌둥하고 목에 통증이 있는 것 같기도 했지만 크게 심하진 않았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가끔씩 이런 증상이 있어서 검사를 여러 번 해 봤지만 늘 음성 판정을 받곤 했다.

이번에도 초기 감기 증세이려니 하고 복합 감기약을 먹었는데  아무래도 예전 같은 느낌이  아니었다.


결혼한 딸이 일, 이 주 내에 출산 예정이라 확실한 진단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일요일  아침 8시 즈음에 남양주 보건소에 아내와 함께 PCR 검사를 받으러 갔다.

검사 시작  이전임에도 불구하고 대기인원이 줄을 서고 있었다.

검사 안내문에는 코로나 밀접 접촉자나 자가 진단키트 양성 판명자로 코로나 초기 증상이  있는 경우에만 PCR 검사가 가능하다고 쓰여  있었다.

양성이 나온 진단키트를 집에 두고 온 터라 순간적으로 짜증이 났지만 검사를 받기 위해서는 다시 집에 갔다 올 수밖에  없었다.


확진자 수가 계속 감소 추세를 보이다 보니 야외 검사 장소도 폐쇄한 곳이 많았고 확진자를 위한 정부의 지원도 많이 줄고 있는 형국이었다.

심지어는 "남들 다 걸릴 때  뭐하고 지금 걸리냐?"며 은근히 천덕꾸러기 대접을 받는 것이 현실이었다.

치밀어  오르는 화를 삭이며  안내문에 쓰인 대로 성이 나온 진단키트를 갖고 왔다.

돌아오니  대기인원이 늘어나긴 했지만 그리 많진  않았다.

순서를 기다리며 앞의 상황을 보니 진단키트가 없어도 대기자들 모두  PCR 검사를 받을 수  있었다.


"역시 대한민국은 원칙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사람들만 손해를 본다"는 생각에 또 화가 치밀어  올랐다.

오전 땡볕 아래에서 무난히 검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아침부터 분주하고 조금은 짜증이 나는 일이었지만 친절하게 검사를 진행해 준 검사원들을 생각하며 화를  삭였다.


아직은 미확진  상태이기에  확진에 대비해  아내와 함께 간단한 장보기를 했다.

 여러 가지 정황으로 미루어 볼 때 양성 판정이 나올 것이 분명한 것 같았다.


월요일 출근을 조금 늦추고 판정을 기다렸다.

예상한 대로 나는 양성이었지만, 아내는 음성으로 나왔다.

나는  자가격리에 들어가고 음성 판정을 받은 아내는 근처  병원으로 내  약을 처방받으러 갔다.

한참을 지난 후에  아내가 들어오며 "나도  병원에서 재검사했는데  양성이야!!" 하며 기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충분히 공감이  갔다.

이왕이면 부부가 한꺼번에 걸리고 같은  간 동안 격리하는 것이 훨씬 낫다고 생각을 했기 때문이었다.


일, 이 주 후에 태어 날 외손녀를  빨리 대면하기 위해서도 코로나  자가격리를 한 번에 치르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이었다.


내게 코로나 초기 증상이  있을 때, 아내는 수건 같이  쓰기, 찌게 국물 같이 퍼  먹기, 물컵 같이  사용 등 나와의 적극적인 신체접촉(?)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했다.


그 결과로 하루 간격을 두고 두 사람  모두 확진 판정을 받았고, 혼자였으면 쉽지 않았을 격리기간을 서로  위로하고 대화를 나누며 어렵지 않게 보냈다.


자가격리를 마치고 이틀 후  7월 12일 딸은  드디어 외손녀를 순산했다.

2주간의 산후 조리원  생활을  마치고 딸과 외손녀는 집으로 돌아갔지만 바로 볼 수는 없었다.


코로나 감염으로 백일해 예방주사를 맞을 수가 없었고 격리기간 이후  약 3주 정도 지나고 접종을 하는 것이 좋다는 의사 선생님의 조언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격리 해제 2주 만에 서둘러 예방주사를 맞고 드디어  27일  아내와 외손녀와의 첫 대면이  있었다.

나는 지방 출장이  있어 이틀 후에 외손녀를 볼 수 있었다.


오랜만에 갓난아기를  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작고, 너무 귀엽고  예뻤다.

 작음에도 눈, 코, 입  모든 것을 갖고  있는 것이  신기했고, 어른과  똑 같이  숨 쉬고 하품하고  먹고  방귀까지 뀌는 걸 보니  놀라울  따름이었다.


갓난둥이  외손녀의 예쁜 발


임신 중에  딸 내외가 코로나에 걸려 행여나 하는 마음에 가족들 모두 많은  걱정을 하기도 했었다.


출산 목전에는 외 할아버지, 할머니가 코로나에 감염되었으니  어찌 보면 외손녀는  코로나둥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어려운 코로나 시기를  뚫고 태어났으니 이후로는 더 건강하게 자랄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다.


작지만 앙다문 입을 보면 능히 그럴 것 같긴 하다.


아무쪼록 코로나둥이  외손녀가 건강하고 튼튼하게 자랐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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