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 뷰파인더, 셔터, 사진.
전에 한 블로그에서 셔터 테라피라는 표현을 보았다 (https://blog.mingthein.com/2017/07/01/shutter-therapy/). 사진 관련 업계 종사자인 Ming Thein과 달리 나는 취미로 사진을 찍는 사람일 뿐이지만, 그럼에도 저 표현은 참 마음에 들었고, 공감이 되었다.
나는 사진을 찍는 것을 좋아한다. 뷰파인더에 눈을 대고, 초점을 잡고, 셔터를 누르는 일련의 순간들. 찍은 사진을 보는 것이나 사진에 찍히는 것과는 비교가 안 되는 특별한 경험이다. 특히 SLR 방식의 뷰파인더를 통해 사진을 찍는 것은, 콤팩트 디지털카메라를 들고 LCD를 보며 찍는 것과는 비교도 안 되는 각별한 느낌을 선사한다 (예외적으로 리코 GR도 즐겨 사용하기는 하지만, 그건 GR이 워낙 특별하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아무리 어마어마한 기술력으로 스마트폰에 달린 카메라들이 전문용 사진기보다 놀라운 결과물을 선사한다고 하더라도, 그런 터무니없는 가벼운 기기가 내게서 카메라를 빼앗아 갈 수 있을 리가 없다.
카메라를 눈에 대는 순간 느껴지는 고요함 - 초점을 잡기 위해 작동하는 카메라의 가벼운 진동 - 눈 앞의 모든 것이 뿌옇게 사라짐과 동시에 시선을 가득 메우며 선명하게 등장하는 피사체 - 손 끝에 느껴지는 셔터의 가벼운 저항 - 그리고 찰칵.
나중에 다시 보면 사실 별 볼일 없는 그저 그런 사진일 때가 훨씬 많지만, 그럼에도 저 일련의 행위가 내게 주는 감각과 느낌은, 마치 명상의 순간과 같은 그런 평화로움이다. 1초도 지나지 않아 끝나버리는 것이 조금 아쉽지만.
촬영: 니콘 F6, 니콘 D750, 리코G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