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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종구 Mar 18. 2019

카메라를 새로 들였다 - 후지필름 X-T3

셔터테라피 2019/03/15

최근 카메라 라인업을 재정비했다. 크고 작게 6대나 되었던 카메라가 이젠 니콘 F6, 니콘 FM, 리코 GR1s, 그리고 새로 들어온 후지필름 X-T3, 이렇게 네 대가 되었고, 그 과정에서 니콘 D750, 리코 GR, 후지필름 X-E2가 내보내 졌다. 아내의 로모와 리코 GR2, 그리고 두 대의 인스탁스 카메라까지 총 8대의 카메라가 집에 있으니 적은 수라고는 할 수 없겠지만, 이젠 정.말.로. 팔 것도 팔 수 있는 것도 새로 갖고 싶은 것도 없는 좋은 구성으로 마무리되었다 (...고 생각한다). 몇 년 정도 후지필름 X-E2를 즐겨 사용해오기는 했지만 X-T3는 두 달 정도까지만 하더라도 딱히 관심조차 두고 있지 않았던 카메라인데, 어쩌다 보니 현존하는 기기들 중 내가 원하는 기능/사항들을 거의 완벽하게 충족시켜주는 유일한 카메라라는 것을 알게 되어 비교적 짧은 시간만에 구입을 결정하게 되었더랬다.

이번에는 처음으로 실버 바디를 구입했다. 하지만 렌즈들은 검은색으로만.


X-T3에 눈독을 들이게 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지난 1년 동안 잘 써오던 니콘 D750 때문이었다. 특히 AF-s 60mm 매크로 렌즈와 함께 놀라운 사진을 뽑아주던 정말 좋은 카메라였지만, 몇 가지 단점을 해결할 수가 없었다.


D750으로 찍은 것들 중 가장 좋아하는 사진.


니콘 디지털 바디라고 하면 나는 왠지 이런 느낌의 색이 생각난다. 맑고 참 좋다는.


1. 우선은 크기와 무게. 애당초 모르고 있던 문제도 아니고, 니콘의 FF DSLR 중에선 가장 작고 가벼운 바디라고 해도, "AF-s 60mm 매크로 렌즈와 함께" 정말 무척 크고 무거웠다. 나름 자주 가지고 나간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 찍은 사진들을 보니 동네 산책을 제외하곤 1년 동안 딱히 가지고 나가지 않았었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특히 한 번도 여행에 데리고 가지 않았었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뭔가 이게 아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더랬다. 심지어 D750보다 더 무거운 F6도 종종 여행에 가지고 다니지만 그건 필름을 사용하고 싶을 때고, 어차피 디지털 바디를 가져갈 때는 X-E2를 고르지 D750을 집어 들지는 않더라는.


아아.. '비교적' 작다고들 하지만 참 듬직(...)하고 충분히 육중(...)하게 생겼다.


아무리 135 포맷과 APS-C의 차이가 오십 보 백보라고 해도, 판형이 차이가 난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는.


크고 선명한 OVF는 빠르고 정확하게 구도를 잡는데 큰 도움을 준다. 그리고 조금이나마 큰 센서가 주는 '공간감'...


2. 다른 하나는 바로 각도 조절이 가능한 LCD. 사실 D750을 사용해보기 전까지는 LCD 각도 조절에 전혀 관심이 없었는데, 한 번 써보니 웬걸, 정말 너무너무 편했다. 바닥에 납작 엎드려 목을 알 수 없는 각도로 꺾지 않고도 작은 꽃들을 찍을 수 있다니! 문제는 D750의 경우 DSLR의 구조상 LCD로 사진을 찍는 데는 느린 AF와 미러를 닫고 다시 여는 딜레이라는 두 가지 제약이 있었다는 것. 처음에는 LCD가 돌아간다는 것만으로 감지덕지했지만, 저 두 가지 제약은 꽤나 불편하게 했고, 'LCD가 움직이는 미러리스 바디'를 기웃거리게 했다.


LCD가 움직이니 이런 사진을 찍을 때도 벌벌 거리며 바닥에 기지 않아도 되더라는.


3. 크기와 무게에 대해서 내가 언급을 했던가...


누가 뭐래도... 큰 카메라들은... 크다.


그래서 이베이와 아마존을 왔다 갔다 하며 세 대의 카메라와 니콘 60미리를 처분하고 X-T3과 후지 60미리 매크로 렌즈를 구입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더 작고 저렴한 X-T20을 살까 하는 생각도 해봤지만, 그랬다간 결국 얼마 가지 않아 또 고급 바디에 눈독을 들이게 될 것이 뻔히 예상되어 한 번에 가기로 결정했다 (오랜 시간 카메라 바꿈질을 해오면서 배운 거라면 '한 번에 안 가면 결국 돈 더들이더라...').

D750이 마지막으로 남기고 간 사진. 뭔가 장렬하게 떠나간 느낌이다.




X-T3를 산 후 거의 처음으로 찍은 사진들. 아아, 후지필름, 위대하도다. (...사실 이 두 장의 사진은 니콘 렌즈로 찍었다...)


그래서 두 달 정도 X-T3를 써 본 소감을 말하자면... 정말, 정말, 정말, 엄청 좋다. 적당한 크기와 무게, 바디 만듦새, 단단한 느낌, 간편하게 움직이는 LCD, 빠른 작동 속도, 어색함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 놀라운 EVF, 수동 조작이 가능한 다이얼들, 그리고 다이얼들 및 디옵터 잠금장치 (X-E2를 써보기 전까진 몰랐다. 아아... 이거 안 잠기면 미치게 불편하다). 디자인은 얼마나 깔끔하고 AF는 어찌나 빠른지! 게다가 후지필름의 놀라운 렌즈들과 함께 만들어내는 충격적일 정도로 선명하고 입체적인 사진들까지. 지금까지 내가 사용해 본 디지털카메라들 중 압도적으로 가장 만족스러운 바디라고 단언할 수 있다.


얕은 심도 놀이는... 사실 좀 유치하지만 자꾸 하게 되는 매력이 있다'ㅅ'


공교롭게도 구입 후 이런저런 일로 많이 바빠져서 아직 많이 사용해보지는 못했지만, 그럼에도 사진을 찍을 때마다, 셔터를 누를 때마다, 찍은 사진을 볼 때마다 늘 기분이 좋은, 사용하는 재미가 있는 좋은 카메라. 게다가 이제는 카메라들이 정말 너무너무 좋아져서, 화질이든 AF 속도든 기술적으로는 어지간하면 획기적인 발전이 없는 데다, 후지필름의 경우 꾸준한 펌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몇 년 지난 카메라를 거의 새로운 카메라로 변신시켜주는 것으로 유명하기까지 하니, 이젠 좀 정직하고 진지하고 심각하게, 이 녀석은 정말 내 손에서 고장 나 못 쓰게 될 때까지 오래 좀 써봐야겠다. 진짜다. 정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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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콘 D750, 50mm F1.4, 60mm F2.8; 후지필름 X-T3, 35mm F1.4, 60mm F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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