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 아홉 번째 결혼기념일이 지나갔다. 그리고 이제 얼마 후에는 이 도시에서 살기 시작한 지 팔 년이 된다. 시기에 따라 마음에 따라 시간은 더디게도 흐르고 빠르게도 흐르지만, 한참이 지난 후 돌이켜 볼 때면 늘 조금 멍한 느낌으로 웅얼거리게 된다. "와... 시간 정말 참 빠르다..." 어떤 생각을 하며 어떤 결정을 해왔길래 지금이라는 순간 - 현재의 삶에 도달하게 되었을까? 만약 지금 우리의 삶을 결혼을 하기로 결정한 10년 전, 결혼을 한 9년 전, 프랑스로 오기로 한 8년 전, 아니, 바로 1년 전의 우리들에게 이야기를 해준다면 "아, 역시 그렇게 되는군!"이라고 대답할까? "정말? 에이 설마. 아, 진짜?"와 같은 반응에 더 가깝지 않을까.
아아 시간은 갑니다 마구 날아 갑니다.
항상 늘 같은 마음으로 아내를 사랑하고 생각한다고 해도, 왠지 모르게 더 마음이 짠하게 느껴지고 가슴이 아플 정도로 사랑스럽게 느껴지는 순간들이 있기 마련이다. 특별하지 않은 일상의 순간, 집에 함께 앉아 있다가 - 혹은 손잡고 길을 걷다가, 또는 혼자 있을 때, 문득문득 그런 순간들이 있다. 갑자기 눈에 눈물이 차오르고 너무 행복해 속상한 그런.
그런 순간들 중 하나였다. 6층짜리 아파트 꼭대기 층, 19m²의 좁은 집에 함께 앉아 있었던 그 날. 마주 보고 앉아 책을 보고 있었는지 무언가 수다를 떨고 있었는지... 문득 아내를 한 번 꼭 안아주고 싶어 졌었다. 혹은 반대로, 한 번 안기고 싶어 졌었다. 양팔을 벌리고 아내에게 다가갔고, 아내 역시 양팔을 한껏 벌려 나를 받아주었다.
더 꼬옥 안고 싶은 마음에 더 깊게 아내를 안아 들어가던 나는... 쇄골로 아내의 목을 가격했다. 깊고 강하게. 어떻게 쇄골로 공격할 수 있나 싶을 수도 있지만, 그럴 수 있다. 그리고 쇄골로 목을 맞으면 무척 아픈 모양이다. 아내에게 쥐터졌다. 몇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종종 혼난다. 쇄골로 목 쳤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