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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종구 Aug 11. 2018

4번째 찾은 프라하

얼마 전 아내와 프라하를 잠깐 다녀왔다. 재작년에 세 번째로 그곳을 다녀온 후 이제는 다시 가지 않겠다고 다짐했건만, 이 작은 도시는 우리를 그렇게 쉽게 놓아주지 않았다. 일본에 살고 있는 친구가 프라하로 출장을 온다는 한마디에 솔깃하여 우리는 또다시 한 번 프라하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2007년에 처음으로 프라하의 매력에 빠진 후 벌써 네 번째 방문이니, 2년 반에 한 번 꼴로 이 도시를 다녀온 셈이다.


시간이 다른 방식으로 흐르는 것 같은 이 곳, 마법에 걸린 동화 속 마을 같은 이 도시는, 이번에도 늘 같은 얼굴로 우리를 맞아주었다. 같은 골목들, 같은 건물들, 심지어는 같은 가게와 식당들. 달라질 법도 한데, 이렇게나 많은 관광객들 덕에, 그들로 인해, 다른 대도시들을 닮아갈 듯도 한데. 유럽의 얼굴을 자처하는 파리 거리에도 맥도널드와 스타벅스가 넘쳐나는 2018년에도, 프라하는 예전과 같은 모습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찾는 이유가 무언지 잘 알고 있는 영리함이랄까.


프라하는, 이번에도 우리에게 많은 새로운 기억들을 잔뜩 안겨 주었다. 오랫동안 살았던 동네를 다시 방문한 친숙함에도 불구하고 또 길을 잃고 헤맸다던지, 출장 온 친구의 간절한 부탁으로, 유럽 생활 7년 만에 처음으로 한국 식당에 갔었다던지, 이번에는 처음으로 프라하 성 쪽을 모두 둘러보지 않고 그냥 돌아왔다던지... 아내와 내가 사랑하는 이 도시를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든 즐길 수 있었다. 정말이지 마법 같은 곳 같으니.


한 해에 약 1700만 명 정도의 관광객이 찾는 도시라고 한다. 프라하라고는 하지만 실제로 관광객들이 머무는 지역은 그 도시 내에서도 작은 부분에 불과한 구시가지인 것을 생각해 보면, 정말 어마어마한 사람들이 그 구시가의 골목들을 누비고 있는 거다. 거리가 아름다울 뿐 아니라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맛있는 고기 요리와 최고의 맥주를 마음껏 즐길 수 있으니 마다할 이유가 없는 곳이다. 솔직히, 우리 부부가 이곳을 늘 그리워하고 다시 찾고 싶어하는 것도 이 두 가지 이유이다.




한편, 이번 여행에서 프라하가 보여준 저녁노을은 다른 어느 때보다도 아름다웠다. 늘 흐린 하늘과 약간의 비로 우리를 맞아주곤 했던 프라하였기에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순간에 만난, 초현실적이라는 단어가 어울릴 정도로 아름다웠던 하늘, 구름, 달... 다리가 아픈 것도, 맥주를 마시는 것도 잊고, 우리는 그렇게 두 시간 정도를 강가에 서서 넋 놓고 하늘을 바라보았다. '이젠 정말 여길 또 오지는 않겠지'라는 생각과 '아마 이곳을 다시 찾게 되겠지'하는 생각을 동시에 하며.

 


*사진들은 후지필름 X-E2, 리코 GR, 리코 GR2 로 촬영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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