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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종구 Apr 28. 2019

성장하는 산사와 쪼그라드는 대니

왕좌의 게임 시즌8 에피소드 2

//물론 당연히 스포일러 많습니다//




GOT 시즌 8 에피소드 2. 과거 어느 에피소드보다 훈훈하고 따뜻하고 서로에게 덕담을 건네고 웃고 떠들고 아무도 딱히 안 죽은(...) 보기 드물게 착한 에피소드였지요. 물론 주요 조연들 중 절반은 죽어 나갈 것 같은 전쟁이 고작 30시간 정도밖에 남지 않기는 했습니다만...


내가 누군지 알어몰러? 나한테 개기면 다 그냥 불타 죽는겨-

마지막 시즌의 에피소드가 두 개 지나간 지금, 개인적으로 가장 눈에 띄던 부분은 두 여성 군주 - 산사와 대니 - 의 변화였더랬습니다. 용 엄니야 뭐, 용 생긴 이후로는 '족보상 내가 짱이기 때문에 내가 짱이 되야겠는데 내 앞에 무릎 꿇지 않으면 다 태워버릴 테니 알아서들 기어'라고 꾸준히 우기고 있어 어떤 의미에서는 비교적 한결같은 캐릭터라는 느낌입니다. 어릴 때부터 진심으로 믿을만한 사람 없이 상품 취급당하고 팔려 다니고 했던 슬픈 과거를 감안한다면야 뭐 이해 못해줄 부분은 아니겠습니다만, 지금은 주변에 좋은 사람으로 병풍을 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사람들의 가치들을 제대로 배워가고 있지 못한 것 같아 아쉽기도 하고 조금 답답하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자기소개 이력서에 한 줄씩 붙을 때마다 점점 꽉 막힌 캐릭터가 되어가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요. 티리온이 옆에 없었으면 이미 지금쯤 대륙 사람들 절반은 태워 죽이고 본인도 죽었을 것 같습니다. 엣헴.



"가장 짜증 나는 캐릭터"로 시작해서 지금까지 멀고 힘든 길을 돌아왔지요...

반면 시즌 7 후반부터 시즌 8 초반까지 산사의 성장은 정말 다리가 후들후들 주먹이 불끈불끈 멋지다고 생각합니다. 네 그렇고 말고요. 윈터펠에 돌아온 후 초반까지, 스스로의 자리에도 자신이 없고 누구를 믿어야 할지도 모르고 리틀핑거에게 휘둘리고 존에게 밀리고 하던 와중까지 산사는 시즌 1에서부터 이어지던 약하고 귀 얇은 캐릭터로 나오지만, 그 이후 최근 에피소드들에서 그녀가 보여준 모습은 명실상부 북부 지역의 군주랄까요. 지역도 통솔하고, 가문도 챙기고, 믿어야 할 사람은 보호해 주고... 조금만 마음에 안 들면 족보부터 꺼내고 용 불러서 불부터 뿜으려는 대니나, 뇌가 아닌 페니스로 생각한다고 평가 받는 존 (https://ew.com/tv/2019/03/25/maisie-williams-game-of-thrones-season-8/) 보다 훨씬 믿음직스러운 군주 캐릭터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고 말고요.



S08 E02 명장면 명승부. 여기서도 산사1 대니0.

S08E02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장면 중 하나는 역시 저 둘의 대화 장면이었는데요... 제 생각으로는, 여기서도 대니는 그저 '내가 짱이고 나만 짱이여'라는 생각에 큰 그림을 보지 못하지 않았었나 싶습니다. 가식적이든 뭐든 산사가 모처럼 고개 숙이고 처음에 미안했다며 이야기를 끌어갔는데, '좀비 때려잡고 난 다음에 너 여왕 되면 우리 북쪽 동네는 어케 되는가?'라는 질문에 얼굴이 확 굳어서는 손을 빼버리죠. 두 눈을 반짝이며 나 너네 오빠 와방 사랑하네 그래서 여기까지 왔네 어쩌고 해 놓고선 그 톤을 전혀 이어 가지를 못하고 말이죠. 북부 - 윈터펠 - 스타크 가문에 신뢰를 보여 주고 정치적 동맹을 강화하기 좋은 장면이었는데 말입니다. 좀비와의 전쟁만 아니면 반역이라며 용 불러다 직화 산사구이 만들고도 남... 아닙니다.


두 캐릭터의 극적인 변화는, 한편으로는 산사는 자기 홈그라운드에서 완전히 자리를 잡고 여유를 가지고 있는 것에 반해 대니의 경우는 아무리 짱이어도 눈바람 부는 이역만리 남의 동네에 있다 보니 조금 더 조급한 상태인 부분이 있을 것이고요.. 다른 한편으로는 시즌 8의 경우 아직 원작 소설이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시나리오 작가들이 드라마를 만들다 보니 흐름이 조금 달라진 부분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느 쪽이든, 남은 6개의 에피소드 - 그리고 물론 멋진 엔딩을 위해 대니가 조금 더 멋있는 캐릭터가 되어주면 좋겠습니다. 존이야 뭐... 인상 쓰고 칼 들고 뛰어다니다 날아다니다... 알아서 하겠죠 알게 뭡니까 -ㅅ-


개인적으로는 티리온이 왕이 되고 산사가 북쪽을 다스리게 되면 멋질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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