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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원숭이 Feb 19. 2023

하나님께 쓰는 첫번째 편지

엄마 기도 반성 믿음 응답

2022년 12월 28일 엄마는 폐암 진단을 받았다.

11월, 건강검진을 받고 재검이 나왔다. 그후 엄마는 그저 코로나 흔적일거라 여기고 넘겼다. 특별한 증상도 없었기 때문이다. 마침 내가 웬일로 엄마에게 검진 결과 괜찮냐고 물었다. 폐재검이 나왔다해서 정밀검사를 권유했다. 평소 고집이 있는 엄마가 비교적 빠른 시일내에 병원에 가 CT를 찍었다. 엄마는 추가검사 당일 늦은 오후에 들어와 아빠가 연락이 안 된다며 툴툴거렸다.

"아 이 인간은 마누라가 암으로 죽어야 정신을 차리려나?"

이에 나는 화들짝 놀라 엄마에게 말했다.

"어? 엄마 암이래?"

"그래!"

"진짜.. 진짜야? 진짜 암이래?"

난 몇번이고 엄마에게 되물었고 이내 눈물이 맺혔다. 엄마는 그때서야 아니라고 했다. 그러면서 빨래널기에 집중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이미 암은 맞고 병기를 알아야 하는 단계라고 의사에게 설명을 듣고 온 것 같다. 그날 저녁부터 밥을 먹는 둥 마는 둥, 잠을 자는 둥 마는 둥 했으니까. 평소 눈치가 빠르다고 자부하던 나는 왜 몰랐을까. 하긴 그때 알아봤자 어떡해 어떡해 하며 세상 무너진 듯이 이미 다 끝난 듯 울기만 했을거다.


첫 진단부터 입원조직검사,  MRI ,뼈스캔 전신검사까지 딱 열흘만에 마무리됐다. 추가검사를 한지 한달도 채 되지 않아 항암치료를 시작했다. 폐암4기 초. 병기까지 나온 날부터 바로 표적치료제를 복용했다. 폐암이라는 것도 감당이 안 되는데 4기라니. 갑자기 뭔일인가 싶었다. 불과 11월만 해도 월드컵 보며 좋아했는데..이렇게 갑자기.. 폐암이어야 한다면 4기는 빼고 초면 그래도 나을텐데.

아무리 부정해봤자 달라지는 건 없었다.


전이된 척추부위에 방사선 치료를 하고

주기적으로 종합혈액검사를 하고

표적치료제가 효과가 있는지 CT를 찍고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다.

수술을 못한다고 해서 잠깐 좌절하고 수술이 아니면 완치는 어려울까봐 무서웠다. 그러나 3개월간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1,2기여서 수술을 했다 해도 큰수술이니 노심초사 했을거다. 수술했으니 다 된 줄 알고 몸관리에 소홀했을거다. 엄마는 1년 남짓 요양원 조리사로 일하면서 그 열악한 환경에 다시 갈 생각을 했을 것이다. 이런 여러 생각이 든다. 고로 지금은 오히려 4기여서 다행이라 여기고 있다.


그동안 나는 엄청난 착각에 빠져있었음을 깨달았다.

엄마가 오래도록 건강할 거라고 생각했다. 2년마다 건강검진을 했고 걷기운동도 했고 식습관도 좋은 편이었고 환갑도 안 되었으니까.

최고의 건방은 하나님이 장애가 있는 내게서 엄마를 그리 빨리 데려가지는 않을 거라고 믿었다. 난 오로지 엄마를 위해 살고 있었기 때문이다. 엄마가 없는 삶은 내가 감당해낼 수 없는 일이니 그럴 일은 없다고 생각했다. 신은 감당할 수 있는 고통만 주신다고 하니까.


30년 넘게 키워준 은혜를 어떻게든 조금이라도 갚고 싶다. 엄마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 폐재검 나왔다고 했을 때 정밀검사 권한 게 신의 한수였으면 한다. 그렇다. 겸손한 마음으로 매일 꾸준히 기도하고 있다. 2023년 내가 엄마에게 권한 모든 것이 엄마를 낫게 한다고, 치료에 도움이 되고 있다고 믿는다. 평생에 이렇게 간절했던 적이 있었던가.


하나님, 정원입니다.

그간 헌신적이고 강한 엄마 덕에 건강하고 보다 편하게 자랐습니다. 감사합니다.  이렇게 훌륭한 엄마 곁에서 성장할 수 있게 해주셔서요. 이제 제가 엄마를 도와드릴 때가 왔다고 생각합니다. 엄마가 제게 했던 만큼의 헌신은 한참 못미치겠지만 흔들리지 않고 엄마의 버팀목이 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엄마가 지치지 않고 삶의 의지와 치료 의지의 불씨가 꺼지지 않도록 지켜주세요. 옆에서 보필하는 아빠도 지켜주세요.

엄마가 몸도 마음도 건강하게 스트레스없이 맘 편하게 웃는 시간이 길어질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환갑이 지나고 칠순에 팔순.

더이상의 이상하고 불안한 생각은 하지 않고  매일 깨끗이 마음을 씻어내는 태도로 버티고 일상을 살고 있습니다.

그간의 수많은 신호와 기회를 놓쳐 죄송한 마음입니다.

겸손하게 감사하며 하루하루 소중하게 즐거운 시간을 쌓아갈 것을 다짐하고 또 다짐합니다.

수많은 기회에 또 다른 기회를 주셨다고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서로 건강 챙겨가며 표현하고 서로를 더 아끼고 사랑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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