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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원 Mar 02. 2024

행복하기를 바랄 수밖에

꽃샘추위

“살면서 이렇게 까지 좋아해 볼 수 있을까?” 되물을 수 있는 연애를 마무리했다.  마무리’라는 표현보다는 떠나보냈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 것 같다. 그녀와 나는 대학교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10년을 가까이 지내오다, 많은 사람들의 축복과 친구들로부터의 시기와 질투를 받으며 연애를 시작했다.


10년이라는 세월 때문인지 서로에게 모르는 것이 없을 것 같았던 우리는 매년 최고의 폭염이라는 기상청의 예보처럼 누구보다 뜨겁게 서로를 대하였지만 매서운 가을바람이 불어오자 10년이라는 세월이 무색할 정도로 차디찬 겨울로 빠르게 바뀌어 버렸다. 친한 사이였을 때는 보이지 않았던 상처들이 보이기 시작했고, 그렇게 나는 유난히도 춥고 긴 겨울을 누구보다 일찍 마주했다.


나는 빠른 속도감으로 이루어진 변화에 여전히도  계절에 맞지 않은 반팔을 입고 함박눈이 내리던 날에도 여름날처럼 땀을 흘리고 있었다. 그렇게 많은 시간이 흘렀다. 그 시간 동안 그녀의 소식은 종종 들려왔지만, 친구로 지내자던 그녀의 말 한마디가 무색할 정도로 우린 이전과는 다른 사이가 되어버렸다. 어떻게 보면 당연할 일인지도 모른다.

 

지금까지의 시간 동안, 그리고 봄을 시샘하는 듯한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리는 오늘. 문득 그동안 해왔던 생각이 든다.


오늘도 내일도 행복하기를 바랄 수밖에...


연애가 마무리되었다고 해서, 그 사람을 증오하고 살기 어린 눈빛을 보낼 필요는 없다. 아쉬움이 남는 건 사실이지만, 결국엔 나를 더 춥게 만들 뿐이다. 오늘 같은 변덕스러운 추위도 있지만, 이 끝내 봄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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