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종원 Mar 09. 2024

손을 맞잡는다는 것.

의지할 수 있는 사람

  결혼과 가장 어울리지 않던 대학 후배의 결혼식이 청주에서 진행되었다. 오전 예식이었던 탓에 해가 뜨자마자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집을 나서긴 했지만, 고속터미널에서 마주한 다른 후배에게 “그냥 축의만 보내고 낮술이나 할까?”라고 얘기할 만큼 제법 귀찮음이 예상되는 여정이었다.


  막상 결혼식장에 도착해서 수많은 하객들로부터 축하인사를 건네받고 버진로드를 당당하게 행진하는 후배의 모습을 보고 있으니 그간 내가 알고 지내던 모습과 달리 “제법 훌륭한 신랑감이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후배는 행진의 끝에서 오늘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한 신부를 미소로 맞이했고, 요즘의 결혼식에선 다소 생소해진 주례선생님의 주례사가 시작되었다.


  그 순간. 앞으로의 미래를 표현하듯 부부의 연을 맺는 두 사람은 손을 맞잡았다. 나는 길고 긴 주례시간 동안 손을 맞잡고 있는 부부의 뒷모습에 왠지 모를 뿌듯함과 설렘을 느꼈고 귀찮게만 여겨졌던 결혼식에 잘 왔다는 느낌이 들었다.



  어쩌면 인생에서 다시 오지 않을 가장 중요한 순간에 두 손을 맞잡은 두 사람이 앞으로 살아가는 순간순간마다 오늘의 이 순간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가장 떨리는 순간, 가장 편안하고 따뜻한 온도로 나를 다잡아 줄 수 있는 건 바로 지금의 옆사람이라는 사실을.


매거진의 이전글 너를 사랑하는 나를 사랑하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