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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원 Jan 11. 2024

2024년 새해 첫 유튜브 시청기록

'랍스터 탈피'를 본적 있나요?

새해의 첫날. 눈을 떴을 때 평소와 다름없이 휴대폰을 확인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잠에 든 사이에 도착해 있던 수많은 새해 인사에 대한 답장과 부모님과의 안부 전화를 마친 후에는 늘 그랬듯이 SNS를 통해 밤과 새벽의 시간들을 탐독했다. 새해의 희망찬 일출을 보며 벅차오르는 순간도 있었던 반면에, 다양한 문제들로 새해를 슬픔의 감정으로 시작한 지인의 모습을 보며 괜스레 안타까움을 느끼기도 했다.


SNS 탐방을 마치고 나서는 자연스레 유튜브로 향했다.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나의 유튜브 알고리즘엔 '생물' 유튜버들이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굳이 조금만 더 들어가 본다면 '수산물' 유튜버라고 하는 것이 정확할 것 같다. 이 유튜버들은 해안가에서 통발을 던진다거나 직접 잠수해서 다양한 종류의 수산물을 채집한다. 이렇게 채집한 수산물을 전문적으로 소개하기도 하고 요리를 통해 자급자족의 끝이 무엇인지 알려 주기도 한다. 지상파 방송과 비교할 때는 다소 거칠기도 하고 날 것 그대로의 모습으로 눈살을 찌푸릴 때도 있지만, 일부 교육적인 기능과 채집이라는 원시적인 본능을 건드려서인지 제법 두터운 팬층을 보유하고 있다.

   

새해 첫날부터는 부지런해지겠다던 불과 몇 시간 전의 나를 비웃듯 작은 화면 속 유튜브 영상에선 어김없이 수산물 유튜버의 영상이 나를 반겨주었다. 어떠한 알고리즘이 새해의 첫 영상으로 '랍스터 탈피'를 추천하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왠지 거부할 수 없는 섬네일과 235만 회라는 엄청난 조회수를 그냥 넘어갈 수는 없었기에 한 유튜버(해수인tv)가 집에서 기르던 바닷가재의 어항 속 탈피 영상을 빠져들 듯 시청했다.


영상에서는 노량진 수산시장에서나 볼 수 있었던 바닷가재의 탈피 시기를 알아차린 유튜버가 찰나의 순간을 담아내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과 살아생전 처음 보는 바닷가재의 탈피 순간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이게 뭐라고 새해 첫날부터 6분 28초의 시간을 바닷가재 탈피 영상을 보는데 할애했다. 어찌나 집중했던지 바닷가재가 조금씩 움직여 가며 탈피를 시도할 땐 응원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고 영상을 모두 시청하고 나서는 눈도 안 깜빡거렸는지 눈이 아려오기도 했다.


영상을 모두 시청하고 몇 시간이 흘렀을까. “이게 뭐라고”라고 했던 나의 생각을 조심스레 변경했다. 유튜버의 의도는 아니었겠지만, 문득 탈피를 시도하는 바닷가재와 새해를 맞이한 우리의 모습이 제법 닮아있다고 생각했다. 반드시 새해가 아니더라도 변화의 출발선에 선 모든 이들에게 적용 할 수 있을 것 같다. 영상을 통해 알게된 사실이지만 모든 갑각류는 탈피하면서 엄청난 에너지를 소비한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자그마한 틈 사이로 온몸을 통과시켜야 하고 또, 탈피 직후엔 온몸이 종잇장처럼 흐느적거리기 때문에 혈액 속의 칼슘 성분을 껍데기로 집중시켜서 예전과 같이 다시 단단한 모습으로 되돌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도 마치 탈피를 앞둔 바닷가재처럼 변화의 앞에서 엄청난 감정적인 소모와 신체적인 어려움에 당면할 때가 있다. 어려움을 극복하고 변화를 이끌어 내도 과거의 영광을 곧바로 얻거나 눈에 보이는 성과를 얻어내기 쉽지 않을 수 있다. 그래도 한 가지 확실한 건 바닷가재와 우리는 변화를 거듭하면서 조금씩 더 단단해지고 큰 세상에 당당히 마주하기에 적합한 모습을 갖추어 간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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