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사정관의 교육 이야기
약 두 달만에 글을 이어 가는 듯 하다. 업무적으로도 바빴지만 개인적으로 출간하게 된 책에 집중하다보니 브런치스토리가 소홀히 되어 버렸다. 시기를 놓치면 글 쓰는 것이 어렵겠단 생각이 들어 틈을 내어 글을 작성해 본다.
수시 합격자 발표 준비와 함께 정시모집을 준비하며 이전과 비교하면 다소 평온해보이지만 정신없는 시즌이 시작된다. 이때는 전형을 담당하는 사람들은 특히 예민해질 수 밖에 없는 시기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합격자 발표와 추가 합격자 선정 과정에서 오류가 나는 경우가 발생되기 때문이다. 올해도 뉴스에 한 국립대학이 나오는 것을 보며, 우리는 부디 실수없기를 바라며 꼼꼼하게 살펴본다.
수시 모집은 합격자 발표 후 온라인 문서 등록(혹은 예치금) 과정을 거쳐서 최종적으로 대학 진학 의사를 밝히게 된다. 그 과정에서도 연락이 자주 오는데, 바로 이중등록에 대한 부분이다. 이중등록은 다른 대학에 합격하고 의사 표현을 했는데, 추가로 다른 대학에도 같은 행동을 한 경우에 해당한다.
이중등록을 판단하는 주체인 대학교육협의회는 대입지원방법 위반 사전예방시스템을 통해 이중등록자를 걸러낸다. 물론 일시적인 이중등록은 관계가 없으나 심할 경우 입학 취소 처분의 대상으로 될 수가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알다시피 최초 합격자들이 그 대학에 합격과 동시에 "난 이 대학에 진학할 거야."라고 결심하는 경우가 얼마나 있을까? 상향 지원한 대학이라면 감사한 마음으로 등록 하고 끝나겠지만, 더 좋은 대학의 합격을 기다리는 입장이라면 심리적으로 어쩔 수 없다. 상향으로 쓴 대학이 예비 번호를 받았고, 안정으로 쓴 대학이 합격을 했다면 누구라도 안정을 쓴 대학을 우선 등록하고, 상향으로 쓴 대학의 결과를 기다릴 것이다.
그러다보니 충원 합격자 발표가 긴 대학들이 생기는 것이다. 서열화된 대학 순서대로 충원 발표도 적게 하여 마무리도 상대적으로 빨리 된다. 어떤 대학은 마지막 충원의 경우엔 전화 충원을 하는 경우도 있다. 전화 충원을 하는 이유는 대학의 입장에서 가능한 많은 인원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까지 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여러 학교를 합격한 지원자의 경우에는 많은 생각을 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좀 더 좋은 대학을 선택하느냐, 집 가까운 대학을 선택하느냐, 원하는 학과를 선택하느냐 등 많은 고민이 일어난다. 충분히 고민되는 상황일 것이다.
간혹 작년 데이터를 보면서 "5명 선발인데 왜 최종적으로 4명만 들어온 건가요? 추합된 인원은 더 많던데.." 라는 질문을 하는 분들이 많다. 바로 빠른 결정을 하지 않아서 대학에서는 충원하지 못해 결원이 된 상황인 것이다. 순전히 대학의 입장에서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예비 번호 1인 학생의 경우엔 앞선 한 사람의 등록포기가 빠를수록 좋지 않을까? 즉, 다른 학생의 기회를 박탈할 수도 있는 상황이 생긴다는 것을 꼭 알아주면 좋겠다. 불가피한 이중지원은 문제될 것이 없지만, 의도적으로 누군가의 간절한 기회를 앗아가서는 안 된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p.s 18시 마감인 충원 발표에서 17시 59분에 포기하겠다고 한 지원자가 부디 다른 의도가 없었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