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사정관의 교육 이야기
한 곳에서 약 십 여년을 일하면서 미운 정, 고운 정 들었던 곳을 떠나게 되었다. 그동안 먼저 떠나간 선배도, 후배도 있다. 때로는 좋은 소식으로, 때로는 안타까운 소식으로 일을 마무리 하는 모습이 때론 나는 어떤 미래를 맞이할까란 고민도 들었다.
어제 팀장님들과 과장님(서기관), 부처장님, 처장님께 이직 소식을 전하게 되었다. 가장 가까웠던 팀장님께서는 지금의 안정성을 걱정해주셨지만, 다행스럽게도 축하의 말씀이 더 많았다. 아마 어떤 대답을 듣더라도 이야기를 드리는 입장에서 마음의 변화는 생기지 않았으리라 생각은 든다. 그럼에도 결정된 선택에 좋은 이야기만 듣고 싶은 마음이 나의 불안함을 조금은 잠 재울 수 있는 방법인 듯 했다.
2017년부터 시작된 나의 입학사정관으로서의 삶은 나름 길었던 것 같다. 공무원 7급 5호봉 이상에 대응하는 보수, 국립대학이라는 안정적인 곳. 사실 교육학 전공자로서 이렇게 많은 보수를 준다는 것에 대한 감사함이 컸던 직업이기도 하다. 처음 상담사로 근무할 때를 고려하면, 참 같은 학위를 가지고 이렇게 차등이 생기는 것에 대한 고민이 들기도 하였다.
교육부 발표 자료(2021. 10.)-입학사정관 전문성 강화 및 처우개선 정책토론회-에서는 입학사정관은 학생부종합전형 평가자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대학의 인재양성 미션 및 신입생 충원여건, 고교 교육체계 변화를 빠르게 이해하고 이를 대학의 전형구조에 반영하여 대입전형 전문가로 인식전환이 필요하다고 했다.
일을 그만 두는 입장에서 다시 생각해보건대 과연 전문가였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사실 내가 입학사정관 일을 할 때만 해도 사범대학 혹은 교직이수를 한 교사 출신이 많았던 편이다. 내가 속해있던 대학도 그러했기에 타대학과는 다른 자부심을 가지기도 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나니 전공 유무와는 관계없이 인력을 채우기 위한 채용 등으로 개인적으로는 다소 부정적인 구성이 되어버렸다.
평가를 받는 입장에서는 평가 전문가에게 응당 평가 받고 싶을 것이다. 깜깜이 전형 등이라고 표현을 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평가자가 어떤 역량을 갖춘 사람인지는 공개가 되어야 하지 않나라는 생각도 해본다. 입학사정관 채용 후 각 대학에서는 교육을 이수하게 되지만, 과연 그 시간으로 온전히 교육 제도를 이해할 수 있을까. 더더욱 교육학 관련 수업을 듣지 않았다면, 낯선 내용일 뿐이다.
이는 평가의 본질을 내려두고, 표면적인 학교생활기록부에서 근거 찾기에 여념이 없어질 것이다. 어떤 내용이 교육과정에서 나오고, 어떤 수준인지를 명확히 이해해야 하는 전문성을 고려할 때 나 역시 과연 전문가였나라는 반성을 하게 된다.
2월로 근무가 마무리 되는 시점인 현재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 보고서 작성에 정신 없다. 모쪼록 마무리를 잘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