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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라는 직함에 대하여

약 10년 가까이 정든 대학을 퇴직하고, 3월 1일자로 새로운 대학에서의 출발이 시작되었다. 집에서의 거리는 분명 멀어졌지만, 대중 교통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것은 큰 장점이다. 1시간 거리를 읽고 싶은 책을 펼치거나 탑승하는 사람을 바라보며 이런 저런 생각을 하게 된다.

퇴사 전 한 선생님께서 거리는 멀어지지만 운전하지 않는다는 말에 "신쌤은 책 읽으면서 다니면 딱이겠다."라는 말 그대로다. 근무 중 책을 읽는 적도 없는데, 이렇게 이야기하시는 걸 보면 어지간히 책을 좋아하는 걸 들켰나 보다.


직함이 바뀐다는 건 무엇을 의미할까.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는 별반 차이가 없다. 경계가 적어도 분명하진 않다. 그런데 나를 대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바뀌었다. 단순히 환경이 바뀌었다는 것을 넘어서는 느낌이다. 그렇다고 엄청나게 대우해줘야 할 만큼의 사람도 나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으로 만들어 둔 직업의 계층적 관계인지 하루 아침에 무언가 달라진 듯 하다.


업무를 지시 받은 입장이였다면, 업무를 만들어서 해야 하는 자리에 있다는 것이 개인적으론 불편하기도 하다. 내가 선택한 일이기에 어쩌겠냐만은 있는 동안 최선을 다해야겠다. 언젠가 또 다른 기회가 다가올 수도 있을테고, 또 다른 결정을 해야 할 수도 있을 테니.


중용 23장에는

"작은 일도 무시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 작은 일에도 최선을 다하면 정성스럽게 된다. 정성스럽게 되면 겉으로 드러나고, 겉으로 드러나면 이내 밝아진다. 밝아지면 남을 감동시키고, 남을 감동시키면 변하게 되고, 변하면 생육된다. 그러니 오직 세상에서 지극히 정성을 다하는 사람만이 나와 세상을 변하게 할 수 있는 것이다."라는 말처럼 눈 앞의 한 걸음을 걸어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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