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가보세요. 두 번, 세 번도 가세요.
아일랜드에 살았던 분이나 살고 있는 분이 이 제목을 보신다면 아마 깜짝 놀라실 것 같다. Garda는 아일랜드에서 경찰을 뜻하기 때문이다. 가르다가 사랑이라니? 이게 무슨 말? 물론 가르다와 관련된 훈훈한 에피소드가 있다면 이런 제목으로 풀 법한 이야기가 있겠지만 역시나 그 가르다는 아니다.
갑자기 여행지 소개로 글의 분위기가 바뀌는 것 같기는 하지만 이쯤에서 우리 부부에게 정말 특별한 장소를 소개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연애 시절의 추억이 가득한 곳, 신혼 여행지, 그리고 지금까지도 우리가 이탈리아를 갈 때마다 꼭 들르는 정말 애정 하는 곳이다.
이탈리아 북부에는 가르다 호수라는 아주 큰 호수가 있다. 남편이 아일랜드에 오기 전에 가르다 호수 근처에 살았었고 처음 나와 이탈리아에 갔을 때 가장 먼저 보여주고 싶어 했던 곳이었다. 가르다 호수 얘기를 처음 들었을 때 아주 큰 호수라고 해서 그냥 늘 보던 호수보다 조금 더 크겠거니 웬걸. 구글맵으로 찾아보니 정말 눈에 띄게 면적이 넓은 호수였다. 밀라노와 베니스 사이에 있으며, 베로나, 트렌토와 가깝다.
남편의 고향에서 차로 1시간이면 갈 수 있는 가르다 호수의 매력은 동서남북 어느 방면에서 봐도 산과 어우러진 아름다운 경관을 볼 수 있다는 것, 그리고 호숫가를 따라 제각기 다른 매력을 가진 아담한 마을들이 사랑스럽게 모여있다는 것이다.
호수의 남부에는 시르미오네(Sirmione), 북부에는 리바(Riva)가 있다. 시르미오네에서 리바까지 차로 1시간 30분이 걸리니 호수가 얼마나 큰지 바로 실감이 난다. 남편을 만나기 전에는 이탈리아를 여행해 본 적도 없었고, 개인적으로 다른 유럽 나라에 비해 이탈리아에 대한 관심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이탈리아 여행하면 늘 로마, 베니스, 피렌체, 나폴리 등 주요 도시들을 떠올렸고, 이탈리아의 풍경을 생각해봐도 대부분 바다와 인접해 있는 이탈리아 남부의 풍경들이었다.
물론 이탈리아 북부 산악지대에 있는 돌로미티도 아주 유명하기는 하지만 이탈리아를 처음 가는 여행자들이 먼저 고려할 여행지는 아닐 가능성이 아무래도 높다. 남편을 통해 가르다 호수에 대해 알게 된 후 네이버에서도 검색을 해봤는데 다른 여행지보다도 눈에 띄게 정보가 적었다.
어떻게 저렇게 거대한 호수가 형성되었을까. 아주 오래전 호수가 있던 곳은 실은 빙하였고, 빙하의 물이 녹으면서 호수가 된 것이라고 한다. 가까이서 보면 호수라기보다 확실히 바다의 느낌이 더 난다. 실제로 요트 등 수상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들이 끊이지 않고, 여름에는 수영을 하거나 호숫가에서 일광욕을 즐기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우리는 딱히 신혼여행을 다녀오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는 이탈리아에서 결혼을 하기 위해 3주 정도 머물렀다.
이탈리아에서 결혼식을 올리기 위해 필요한 서류와 절차들이 있었는데 나의 경우 밀라노에 있는 한국대사관에서 서류를 신청하고 받는데만 며칠이 소요됐고, 그 서류를 가지고 남편의 고향에서 또 다른 서류를 발급받아야 했다. 모든 서류를 취합해 남편 고향의 시청에 제출하고 승인이 나기까지 일주일이 또 걸렸다.
재미있는 사실은 시청 담당자가 시청 홈페이지 게시판에 우리 두 사람의 이름을 넣은 결혼 소식을 공고했다는 것이다. 이렇게 공고하는 일주일 동안 이슈가 발생하지 않으면 결혼식을 올릴 수 있다. 이렇게 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남편한테 물어보았더니 혹시 두 사람 중 누군가가 이미 결혼을 했는데 상대에게 알리지 않았다거나 이외에 결혼을 하면 안 되는 부적절한 사유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공개적으로 미리 알리는 것이라고.
우리가 결혼을 해도 된다는 공식적인 허락(?)이 떨어지기까지 나름대로 결혼 준비를 하며 우리만의 시간을 보냈다. 남편이 결혼식 때 입을 정장과 구두를 샀고, 피렌체로 가서 웨딩 촬영도 했다. 그리고 여행을 갔던 곳이 가르다호수 '리모네 마을(레몬 마을)'이었다.
리모네 마을은 가르다 호수의 북부에 위치해 있는데 이름부터도 참 사랑스럽다. 조용하고 좁은 골목골목을 걷다 보면 저 너머 가르다 호수와 산이 보이는 스폿들이 갑자기 나오는데 나도 모르게 감탄이 나왔다. 마을의 이름과 어울리게 집 호수를 표시하는 벽돌에도 레몬이 들어가 있고, 가게마다 레몬과 관련된 기념품들이 가득했다.
이탈리아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 중 시네마 천국, 말레나, 미스터 리플리, 냉정과 열정 사이 등 내가 본 영화의 대부분은 이탈리아의 중남부에서 촬영됐다. 그런데 반갑게도 이탈리아의 북부가 나오는 영화들이 있었다. <레터스 투 줄리엣>은 줄리엣의 집이 있는 '베로나'가 주요 촬영지였고, <콜미 바이 유어 네임>에는 반갑게도 우리가 사랑하는 가르다 호수의 시르미오네가 나왔다. 영화를 보는 내내 이탈리아 특유의 여름 분위기와 공기가 그대로 전해져서 얼마나 설레었는지 모른다.
가르다 호수는 베로나와 함께 묶어 여행하기 좋다. 베로나에서 가르다 호수까지 직행 버스나 기차는 없어서 차로 가는 것이 제일 편리하기는 하지만 갈아타는 것도 괜찮다면 멀지 않은 거리이기에 부담 없이 갈 수 있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우리 부부의 꿈은 가르다 호수 근처에서 사는 것이다. 남편이 혼자였을 때 꾸던 꿈이 어느새 나에게까지 성큼 와버렸다. 가르다 호수에서도 아직 가보지 못한 곳이 많다. 크루즈 여행을 해보진 않았는데 크루즈를 타고 호수를 남북이나 동서로 가로질러 보는 것도 아주 멋진 경험이 될 것 같다.
이렇게 마무리를 하려니 무슨 가르다 호수 홍보대사가 된 것만 같은데...
언젠가 이탈리아 여행을 가게 되신다면 가르다 호수에 꼭 가보세요.
가르다 호수는 사랑입니다.
가르다 호수 홍보대사 맞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