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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존재 Nov 23. 2022

6. 유튜브, 포르투갈에서도 계속할 수 있을까?

이사를 마치고 나서야 내 삶의 루틴을 다시 돌아볼 여유가 생겼다. 


이사를 하기 전까지 시간적 여유가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 초기 정착을 위해 해야 할 것들이 있어서 여러 모로 분주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긴 했지만 틈나는 대로 운동도 하려고 했고, 주말에는 신트라와 멀지 않은 해변가에 가서 멋들어진 포르투갈의 바다도 실컷 구경했다.


아일랜드 6년의 생활을 제대로 기록으로 남겨놓고 싶어 올여름부터 시작했던 브런치도 이주 준비로 잠시 방치 상태였으나 두 번째 매거진 '단짠 유럽 생활 2 리스본 편'으로 회생시켜 꾸준히 기록해 오고 있다.


이렇게 아일랜드에서 꾸준히 해오던 것들 대부분이 제자리로 돌아온 듯한데, 아직 돌아오지 않은 것이 있다. 바로 '유튜브'다.





2021년 3월, 나는 내 생에 처음으로 미러리스 카메라를 구매했다. 그리고 유튜브 채널을 열었고, 더블린 생활을 담은 첫 브이로그를 올렸다.


초반에 올렸던 영상들을 보면 괜히 나 스스로 부끄러워져서 비공개로 돌려놓고 싶은 유혹이 자꾸 올라온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어떤 영상도 비공개로 바꾼 적은 없다.


지금 보면 아쉬운 점 투성이지만 그때의 나에게는 그 영상이 최선이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미리 보기를 한 후 업로드 취소 또는 삭제 버튼을 누르지 않았다는 것은 적어도 나에게 있어서는 공개해도 후회 없을 영상들이었다는 거다.


기획부터 촬영, 편집까지 하나의 영상을 만들 때마다 최소 15시간이 걸렸고, 대본을 작성하고 목소리까지 녹음해서 넣으면 20시간 이상은 족히 걸렸다. 그렇게 하나의 영상을 만들어 업로드하고 나면 주말은 이미 끝나 있었다. 내가 좋아서 하는 것이기에 가능했지 누가 시켜서 하는 거라면 절대 못할 일이다.


유튜브를 시작하게 된 건 시기적으로는 코로나가 전 세계의 유행병이 된 지 1년쯤 되었을 때, 여전히 여행이나 사람들과의 자유로운 교류가 허락되지 않던 때, 긴 아일랜드의 겨울을 지나며 우울함이 스멀스멀 내 일상을 지배했을 때, 나를 권태에서 꺼내 줄 무언가가 필요했던 그때였다.


원래 사진에 관심이 많아 대학생 때 필름 카메라를 사서 사진학 개론 수업을 들었던 적이 있다.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바빠지고, 폰카 화질이 좋아지면서 카메라를 들고 여기저기를 다니던 시간은 마치 옛 첫사랑과의 추억처럼 어느덧 내 삶 속에서 아득해지고 있었는데…


오랜만에 잡아도 카메라는 여전히 내게 좋은 친구이자 활력이 되어주었다. 매일 가는 공원도, 거리도, 이웃집도, 시내도, 버스도, 사람들도. 지극히 평범하게 내 일상을 채우던 것들이 카메라 렌즈를 통해 새롭게 다가왔다.


또 늘 지나치던 하나의 사물에도 참으로 다채로운 면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낮에 보았던 것이 밤에 또 다르게 보이고, 줌인을 할 때와 줌아웃을 할 때가 또 다르고, 정면과 측면과 후면이 또 달랐다.


내 영상에는 이목을 끄는 화려한 효과도, 웃음을 터뜨리는 요소도, 그렇다고 유용하게 얻어갈 수 있는 정보도 없다.


그저 내 일상 속 평범한 풍경의 여러 단면들, 그리고 그것을 마주하는 나의 시선과 감정으로 채워진다.




구독과 좋아요, 댓글은 큰 힘이 됩니다.


유튜버가 되기 전에도 얼마나 이 말을 많이 보았고 들었던가. 내가 유튜브 채널을 열고 보니 정말 100% 그렇다. 카메라 만지는 것을 좋아해서 그저 혼자 보고 즐길 영상을 만드는 것으로 만족했다면 이렇게 채널을 만들지도 않았을 터.


나의 삶을 영상에 담아 그 영상(삶)을 누군가와 함께 나누고, 즐기고,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이 유튜브라는 플램폼이 가진 매력이고, 나 역시도 그 즐거움에 합류하고 싶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나도 어쩔 수 없는 사람인지라 정성 들여 만든 영상의 반응이 영 시원치 않으면 괜히 위축이 됐고, 카메라를 들 맛이 안 났던 것도 사실이다.


영감을 받기 위해 내가 좋아하는 유튜버들의 영상을 자주 보고는 했는데 어떤 때는 그들의 창의성과 뛰어난 실력에 몹시 질투가 나서 영상을 다 보지 않고 꺼버린 적도 있었다.


‘왜 나는 저런 장면과 구도를 만들지 못할까?‘ ’왜 나는 저 정도의 장비를 갖추지 못할까?‘ 등등.


적당한 자극 이상의 비교는 독이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것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가 참 어려웠다.


초반에는 반응과 상관없이 일단 30개까지는 꾸준히 올려보자는 목표를 세웠고, 30번째 영상을 올렸을 때 기대만큼 구독자가 크게 늘지 않았지만 그 사이에 꾸준히 찾아주시는 애청자 분들이 계셨기에 50 여개(현재 48개)까지 올 수 있었다.






포르투갈에 오고 나서 아예 카메라를 들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어느 날은 아름다운 포르투갈의 바닷가 풍경을, 어느 날은 구름 한 점 없는 쨍한 하늘을 원 없이 찍기도 했다. 그런데 아직은 나만의 시선과 이야기가 오롯이 그 풍경과 함께 어우러지지 않는다. 아마도 좀 더 시간을 가지고 정이 먼저 들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아니면 좀 더 자유롭게 나의 시선과 감성이 투영된 포르투갈 풍경과 일상을 담기 위해 예열되고 있는 시간이라 여기면 어떨까.


단, 너무 오래 걸리지 않길 바라며. 








* 아일랜드를 떠나온 후 새 영상을 올리지 않아 조금 적적하긴 합니다만 혹시 궁금해하시는 분이 있을까 하여 채널 주소를 첨부합니다. :-) 


https://www.youtube.com/@ylfilm4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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