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 집을 구하다 보니 집에 가고 싶어졌다 (1)

by 이모리

어학원 6개월 영어 코스가 시작됐다. 어학연수는 내가 이곳에 온 목적이 아니었고, 유럽에서 살기 위해 선택한 수단이었다. 영어야 배워서 손해 볼 건 없을 테고, 어학원 6개월 코스를 등록하면 방학 2개월을 포함해 8개월을 살 수 있는 학생 비자를 받을 뿐만 아니라 시간제한은 있지만 아르바이트도 할 수 있었다. 나같이 유럽에 살고 싶은 사람이 선택할 수 있는 최적의 옵션임을 부인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네버랜드 입장권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이 문제였다.


보통 어학연수생들은 나처럼 홈스테이를 2~4주 간 하면서 방을 알아본다. 홈스테이를 귀국할 때까지 하는 경우도 가끔 보았지만 누군가의 지원을 받지 않는 이상 선택하기 쉬운 옵션은 아니다. 사실 나는 한국에서 출국을 준비할 때 집을 구하는 것에 대해 그리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 걱정한다고 미리 구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고, 또 현지에 가서 어떻게든 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막연히 생각했다.


그런데 아일랜드에 도착하고 어학원 코스가 시작된 첫날부터 현타가 왔다. 생각해보니 홈스테이에서 지내는 시간은 2주, 그럼 그 2주 안에 집을 구해야 하는 건데 바로 구할 수 있으리라는 보장도 없고, 지금부터 부지런히 연락하고 집을 보러 다녀야 겨우 구하거나 그마저도 구하지 못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자 마음이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물론 상황이 정 안되면 홈스테이를 연장할 수 있는 방법도 있었지만 한 주에 180유로씩이나 지불하고 싶지는 않았다. (앞으로 돈 써야 할 곳이 얼마나 많은데.)


더블린에는 어학원이 많다. 어학원마다 특성도 조금씩 다르고, 학생들의 국적 비율도 다르다. 그래서 어학원을 고르는데 꽤 고심했다. 6개월이 짧은 시간도 아니고 중간에 학원을 바꿀 수 있는 것도 아니니 현지에서 직접 알아볼 수 없다는 제약이 있는 상황에서 나름대로 신중하게 고른 어학원이었다. 내가 다닌 어학원에는 한국이나 일본, 중동 국가 등 아시안 학생들도 소수 있었지만 대부 다른 유럽 나라에서 온 학생들이었다. 비자가 필요 없고, 물리적으로 가깝기 때문에 짧게는 1주, 길어도 1개월 단기로 영어 공부를 하러 오는 건데 10대부터 70대까지 연령도 아주 다양했다.


학원에서 영어를 배우면서도 머릿속에 집 생각만 가득한 나와 그들은 출발점이 너무 달랐다. 물론 나도 단기로 와서 2주 정도 영어 좀 배우다가 2주 정도는 여행하고 한국에 귀국하는 계획이었으면 크게 다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오래 살려고 하다 보니 생각할 것도 머리 아플 일도 많아진다.


아일랜드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집 관련 포털인 Daft부터 페이스북 페이지, 한국인 온라인 커뮤니티를 수시로 확인하며 뷰잉 기회를 얻기 위해 문자나 메일을 보냈다. 학원에서 만난 한국 학생들에게도 혹시 빈 방이 있으면 알려달라고 부탁했다. 더블린은 집을 세놓으려는 사람보다 집을 구하려는 사람이 훨씬 더 많다. 이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으로 한국에서는 경험하지 못한 어처구니없는 상황도 많이 겪었다. (집과 관련해서는 앞으로도 풀어낼 얘기가 정말 많다.)



거절이라 해도 이렇게 답장을 주면 고맙게 느껴질 정도였다. 랜드로드 입장에서는 이런 문자나 메일을 하루에도 수십통받을 것이니 읽씹하는 것도 어느 정도 이해는 된다.


물론 지금에서야 이해되는 것이고 그때는 이런 문자 하나라도 아쉬웠던 터라 조금 야속하긴 했지만. (2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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