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해진 일상에서 일탈은 언제나 설렌다. 그래서 사람들은 여행을 좋아한다. 나도 마찬가지이다. 헐레벌떡 출근하는 대신 두근대며 공항으로 향하고, 출근버스에서 지루함을 느끼는 대신 비행기에서 설렘을 느낀다. 그리고 낯선 곳에서 익숙한 기분을 느낀다. 흥분, 기쁨, 즐거움. 이번 여행지는 태국 방콕. 여기서 익숙한 기분을 느끼기로 했다. 4박 5일 일정이다. 진에어로 수안나폼 공항에 현지시간으로 9시 10분에 도착했다.
첫날 잡은 호텔은 수쿰빗에 있는 데이비스 호텔. 일박에 7만 원 정도의 4성급 비즈니스호텔이지만 수영장과 헬스장을 갖추고 있으며 방도 꽤 커서 가성비가 좋다. 거기다 호텔 근처에 저렴한 마시지 업소와 로컬들이 가는 맛집들도 몇 군데 있다. 20분 정도 걸으면 Phrom phong BTS역도 이용할 수 있다.
추천하고 싶은 맛집은 Kungthong seafood. 외국인들은 거의 없고 로컬들이 주로 가는 식당으로 재료가 신선하고 양도 푸짐해서 절대 실망하지 않는다. 참고로 방콕에서 주재원으로 4년 정도 일한 친구가 추천해준 곳인데 그 친구 말로는 어떤 비싼 시푸드 음식점보다 퀄리티가 좋다고 하였다. 나는 경험이 없어 다른 식당과 비교는 힘들지만 싸고 양 많고 맛있는 삼박자를 다 갖춘 식당이라 생각한다. 위치는 데이비스 호텔에서 패밀리 마트가 있는 큰길 방향으로 오백 미터 정도 이동하면 큰 길이 나오는데 좌측에 있다.
둘째 날은 파타야에서 가까운 코사 메산이란 곳에서 스노클링을 하였다. 방콕에서 승용차로 2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에 있다. 한화로 6만 8천 원 정도이며 스피드 보트로 3군데 정도 포인트로 이동하여 스노클링을 즐기는 방식이다. 방콕에서 2시간 정도 거리에 있기에 도심여행만 하는 것이 아쉽다면 경험해볼 만하다.
셋째 날은 이스틴 그랜드 사톤 호텔로 옮겼다. 5성급 호텔이고 검색해보면 알겠지만 평이 무척이나 좋다. 숙박 후 느낀 점은 다시 방문하고 싶은 호텔이라는 것이다. 일단 BTS를 이용하여 방콕 여러 명소들을 쉽게 갈 수 있으며 호텔 시설도 수준급이다. 그리고 가장 추천하고 싶은 이유는 직원분들의 친절함이다. 다들 눈만 마주치면 밝게 웃으며 인사를 건네신다. 낯선 곳에서의 뜻하지 않는 친절은 언제나 기분이 좋다.
호텔을 옮긴 후에는 팩토리 커피를 방문하여 커피를 한잔하였다. Phaya Thai라는 BTS역에서 내려 도보로 300미터 정도 이동하면 나오며 시그니처 메뉴가 유명하다. 특히 라떼로 유명하다고 하여 한 번 먹어보았는데 독특한 맛이었다. 커피 특유의 쌉싸름함에 우유의 부드러움이 잘 스며들어 있는 느낌. 그 후 씨암 파라곤에서 쇼핑을 한 후 호텔로 돌아왔다. 조금 쉬다가 오후 9시경 르브르 호텔에 있는 '시로코'로 걸어서 이동했다. 타워 클럽 앳 르브아 호텔의 루프탑 바이지만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엘리베이터를 이용 시로코에 올라가자 방콕 시내가 한눈에 들어왔다. 우리나라와는 다르게 큰 산이 없기에 지평선 끝까지 보이는 야경이 정말 장관이다. 반바지나 슬리퍼는 입장 불가이다. 실컷 구경하고 올 때는 호텔 앞에서 100밧에 툭툭이를 타고 돌아왔다.
오후 10시 반에는 택시를 타고 여행자들의 성지라 불리는 카오산 로드로 이동하였다. 여기는 BTS로 이동하기에 애매한 위치라 택시를 선택했는데 아쉽게도 바가지를 썼다. 보통 200밧 정도면 가는 거리라 하였는데 아저씨가 400밧을 요구하는 것이었다. 이유를 물어보니 교통체증이 심각하고 올 때 사람들 태우기가 어려운 시간이라고 하였다. 애초에 미터기를 켜지 않고 이렇게 가격을 흥정하는 택시는 타지 않는 것이 원칙이나 택시가 귀한 시간대이고 또 돈보다는 시간이 귀중한 시점이라 판단했기에 원하는 데로 지불하고 카오산 로드로 이동했다. 카오산 로드는 그 자체로 축제였다. 갖가지 길거리 음식들을 팔고 있으며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들은 도로 위에서 신나게 춤을 췄다. 노점상에서 팟타이를 먹고 펍에서 맥주를 마시며 분위기를 즐겼다. 젊은이들의 거리가 아닌 젊음의 거리였다. 분위기에 취해 이곳저곳을 둘러보고 다시 호텔에 돌아온 시간은 거의 1시였다.
여행 마지막 날은 BTS(Mo Chit역)를 이용하여 짜투짜 시장을 방문하였다. 신기하면서도 다양한 물품들을 파는 주말시장이다. 곳곳에 공용화장실도 설치되어있으며 이용요금은 5밧이다. 정신없이 구경하면서 땡모반이라고 불리는 수박주스를 마시고 빠에야라고 불리는 스페인 요리를 사 먹었다. 구매한 물품은 양말 7개에 100밧(생각보다 질이 좋다), 코끼리 목각상, 드림캐쳐, 냉장고 바지 등이 있으며 전부 100밧 내외의 저렴한 가격이다. 그 후 호텔에서 수영과 운동을 즐긴 후 트립어드바이저로 검색하여 저녁은 Than Ying이라는 호텔 근처 식당에서 먹었다. 시푸드 음식점이며 모두 양복을 입고 서빙을 해주는 그리고 앤티크 한 소품들이 눈에 띄는 식당이었다. 푸팟퐁 커리와 게살 튀김은 정말 맛있었다.
야간에는 BTS(Victory Monument역)를 타고 색소폰 펍으로 이동하였다. 9시 전에는 통기타 연주를 많이 하고 9시부터 본격적인 재즈가 시작된다고 하여 8시 30분까지 맞춰서 갔다. 이미 사람들은 꽉 차 있었으며 조금만 늦었어도 1층에 자리가 없어 2층에서 구경할 뻔했다. 나는 좀비라는 칵테일을, 아내는 맥주를 시켰다.
공연일정은 www.saxophonepub.com에서 확인가능하다 . 기교를 잔뜩 부리는 기타 연주와 가슴을 뻥 뚫어주는 보컬의 목소리를 들으며 칵테일을 마셨다. 주위를 둘러보니 모두 눈을 반짝이며 밴드의 공연을 듣고 있다. 함께 듣지만 혼자 있는 것처럼. 어둡지만 무겁지 않은 분위기속에서 음악에 취하고 펍에 취하고 달콤한 칵테일 향에 취하니 밴드가 연주를 멈췄다. 아내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밴드가 다시 공연하기를 기다린다. 밴드는 다시 연주하고 우리는 함께 있지만 혼자 생각하며 음악을 듣는다. 방콕에서의 마지막 밤은 그렇게 끝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