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는 부끄러워 주황색 얼굴빛을 감추며 산 뒤로 숨고, 볕이 닿지 않는 장소에는 땅거미가 기지개를 켜며 스며든다. 따스했던 바람은 서늘해지고 입에서 나온 하얀 연기는 머리 위로 모락모락.
달과 별은 하늘을 수놓고, 아이들을 찾아 나선 어머니 어깨 위로 압력밥솥 수증기가 흩날린다. 얼굴에 아쉬운 마음을 드러내며 어머니를 따라 집으로 향하는 우리들 손에는 보물들이 있다.
전단지를 접어 만든 딱지, 문방구에서 뽑은 팽이 그리고 땅따먹기에서 활약한 돌멩이가 소중하다. 가로등 몇 개가 눈을 끔뻑거리며 땅거미를 지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