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의 휴가, 4명의 친구,
4곳의 여행지(1부)

체코여행

by 행운

하늘이 어찌 생겼나? 하는 물음에 답할 수 없을 정도로 헉헉대며 살다 보면 가끔 울고 싶어 진다. 내 세계는 집을 중심으로 2시간 거리가 전부. 차로. 도보로. 지하철로. 어릴 적에 본 영화 제목이 떠오른다. 트루먼 쇼. 당시에는 말도 안 되는 공상과학 영화라 생각했지만 살아갈수록 다큐멘터리 영화라는 생각이 든다. 머리에 걸린 과부하에서 나오는 그을음이 마음마저 덮어갈 때, 휴가를 받았다. 10일. 무조건 가자. 먼 곳으로. 내 삶이 트루먼 쇼가 아님을 보여주자. 다행히 비슷한 시기에 쉴 수 있는 친구들이 있었고 우리는 동유럽을 가기로 했다. 몇 개의 선택지 중 물가가 싸고 풍경이 아름다운 체코로 정했다. 목적지가 정해지자 가슴이 뛰었다. 우리는 뛰는 가슴보다 빠르게 계획을 세웠다. 항공기는 영국항공을 이용했으며 비행기 가격은 768,400원. 체코에 집중하되 프라하에서 2시간 걸리는 독일의 드레스덴은 여행 계획에 넣기로 했다. 체코는 넓고 얕은 갯벌 같은 여행보다 깊은 동굴 같은 여행이 어울렸다. 파스텔로 그린 그림 속에 있는 듯한 풍경. 어깨춤이 절로 나오는 거리 음악가들의 연주 소리. 목구멍으로 넘기기 아쉬운 맥주와 음식들. 모두 체코에 집중했기에 얻을 수 있는 선물이다.


체코비행기.png 사진: 3개월 전에 예약하고 1회 경유를 선택한 덕분에 저렴한 가격에 예약 가능했다.

우리는 4명. 여행지도 네 군데. 체코 프라하, 까를로 비바리, 체스키, 독일 드레스덴. 각자 전공을 선택해 해당 도시를 여행할 때는 그 사람이 가이드가 되어 책임졌다. 명소도 맛집도 그리고 총무도. 각자 맡은 도시를 인터넷, 책 등을 활용하여 공부하였고 근 한 달 가까이 준비했기에 각자가 맡은 도시에 대해 자신감이 생겼다. 여행 스케줄은 까를로 비바리, 체스키, 프라하, 독일 드레스덴 순으로 여행 후 다시 체코에서 비행기를 타며 마무리하는 계획으로 짰다. 세 가지는 미리 준비했다. 숙소와 교통 그리고 사진 포즈. 숙소는 ‘캣 프라하’라는 한인 게스트 하우스로, 목적지까지 이동은 스튜던트 에이전시라는 고속버스를 예약해두었다. 그리고 사진 포즈. 우리는 사진 포즈가 가장 걱정되었다. 동유럽은 멋진 풍경으로 유명하여 많은 사진을 찍고자 하였다. 그런데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고 찍다 보면 엉거주춤한 자세로 아름다운 풍경에 폐를 끼칠 것이 분명했다. 그래서 개인 사진은 각자가 알아서 하되 단체 사진은 두 가지 버전으로 준비했다. 엑스맨 포즈와 활어회 포즈. 엑스맨 포즈는 모두가 손을 모아서 ‘x’를 만드는 방식. 활어회 포즈는 낚시꾼이 오랜 기다림 끝에 싱싱한 활어를 낚은 모습을 형상화한 모습. 이렇게 두 가지 버전으로 단체 사진을 찍었다. 하지만 x맨 포즈는 생각보다 밋밋했기에 나중에는 활어회 포즈로만 찍었다. 방식은 4명이 순차적으로 각자 원하는 풍경 앞에서 활어가 되는 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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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x자 포즈(까를로 비바리) 와 활어회 포즈(체스키)

19:30. 비행기에서 내린 시간. 예약한 게스트 하우스인 ‘캣 프라하’에 짐을 풀고 저녁 식사를 하러 갔다.

근처‘첼니체 식당’이라는 곳에서 꼴레뇨(우리나라의 족발), 윙(치킨)을 곁들인 코젤 흑맥주를 먹기로 했다.

블로그를 통해 알아본 장소였고 ‘팔라디움’이라는 백화점 옆에 있는 식당이라 쉽게 찾았다. 참고로 구글 지도가 여행 내내 가장 큰 도움이 되었다.



사진: 흑맥주 와 꼴레뇨(첼니체 식당)

객관적 정보: 첼니체 식당

-위치: V celnici 4, 110 00 Praha

(체코 백화점 ‘팔라디움’ 옆)

-먹은 메뉴: 꼴레뇨, 윙, 흑맥주

-영업시간

주중, 일요일 09:00-21:00
토요일 09:00-22:00

주관적인 평점(5점 만점)

-가격: 4점(양이 많음)

-맛: 5점

(꼴레뇨는 입맛에 맞았고, 흑맥주는 인생 맥주)

-분위기: 4.5점(마음 맞으면 같이 노래도 부름)

-서비스: 4점

(친절함, 단 음식 나오는 속도는 느림)


음식과 건물 그리고 풍경 모두 우리를 정신없게 했다. 첫날 우리가 가장 많이 한 말은 “우와”였다. 어둠이 살짝 내린 도시를 비추는 은은한 불빛은 서로를 미소 짓게 했고, 건축물들은 판타지 소설에서 상상하던 모습 그대로이며 목구멍을 부드럽고 강렬하게 쓰다듬으며 내려가는 흑맥주는 우리에게 한 가지 생각만을 하게 했다. ‘오길 잘했다.’ 완벽한 여행의 시작은 그렇게 시작했다.

둘째 날은 스튜던트 에이전시 버스를 타고 까를로 비바리라는 도시로 갔다. 프라하에서 2시간 정도 소요된다. 서울에서 강원도 갈 때 느낌이다. 가는 시간도 비슷하고 가는 동안 풍경도 나무와 산만 보인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단지 강원도는 오색온천이 유명하다고 하면 여기는 마시는 온천이 유명하다. 마을 입구에서 각양각색의 잔을 파는데 이 잔을 이용해 마을 곳곳에 솟아오르는 온천수를 떠먹으면 된다. 무료이다. 맛은 놀이터 철봉에 혓바닥을 대면 느낄 수 있는 맛이다. 쇠 맛이다. 노화 방지와 건강에 좋다는 말에 필자는 시도 때도 없이 받아먹었지만 다른 세 명의 친구들은 닭 모이 먹듯이 혓바닥으로 콕콕 찍어서 맛만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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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까를로 비바리 온천수 와 거리풍경

마을 곳곳을 관광하다가 트립어드바이저라는 앱을 이용, 가장 평이 좋은 음식점으로 들어갔다. 메뉴는 체코어로 쓰여 있었고 영어로 부연설명이 되어있었으나 영어 통역을 맡은 필자의 실력이 미천하여 어떤 메뉴가 맛있는지 알 수 없었다. 단지 메뉴판을 보면서 “which menu is best one?”이라고 종업원에게 물어봤고 우리는 그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메뉴를 주문했다. 필스너 생맥주와 함께. 맥주가 먼저 나왔다. 향이 좋아서 코로 먹고 있는 듯한 착각을 주었다. “치얼스”콩글리쉬 발음과 함께 서로 잔을 부딪치고 목구멍으로 넘겼다. 내가 한국에서 먹던 필스너 맥주가 아니었다. 격이 달랐다. 우리는 맥주에 관해 토론하기 시작했다. 주제는 ‘한국에서도 같은 메이커의 맥주를 먹을 수 있는데 왜 맛이 다른가’였다. 토론의 열기가 무르익어 가던 중 음식이 나왔다. 종업원이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식탁에 내려놓자 우리는 당황하며 짧게 탄식했다. 아스파라거스였다. 종업원은 우리 표정이 일그러지자 활짝 웃으며 “good for your health.”라고 말했다. 우리는 끄덕이며 메뉴판을 다시 달라고 했고 ‘duck’이라고 쓰여 있는 음식을 찾아 주문했다. 그날 점심은 오리고기와 아스파라거스였다. 첫날보다 못했지만 분명 만족스러웠다. 조금 더 마을을 돌아다니다가 14:00시 차를 타고 프라하에 있는 숙소로 돌아왔다. 자연환경은 아름답고 온천수도 독특했으나 젊은 사람들이 구경하기에는 조금 심심한 느낌이었다. 폐 속을 청량감 있는 공기로 채우고 주변을 둘러보니 온천수를 드시는 체코 어르신들이 많았다. 왠지 강원도 인제에서 군생활하던 시절이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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