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에 산다 (2)

곳의 중간: 9층과 8층의 경우

by 고스무 도우치

우리 집은 단지 안에서 한 중간에 자리하고 있었다. 사방으로 쭉 뻗은 단지 내 도로 한가운데, 단지에 하나밖에 없던 큰 놀이터와 모든 조경이 한눈에 보이는 곳, 저 멀리 뒷산이 청명하게 보이는 곳. 우리 할머니께서 가족들을 위해 마련해주신 집이었다. 층수로 따져보아도 20층 중 8층은, 일명 '로열층'으로 딱 중간이다. 우리는 중간에 살았다.


아파트에서든 어디서든, '중간에 산다'는 것은 층간소음의 문제에서 조금 더 신중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아파트에서는 1층과 꼭대기층이라는 극소의 가구 수에 비해 대다수가 중간층이다. 우리 가족도 그 애석함에서 벗어날 수는 없었다.

우리가 막 이사를 온 당시에 우리의 윗집 9층에는 중학생과 고등학생 오빠 두 명과 아저씨와 아주머니가 살고 있었다. 아마 그 아저씨와 아줌마는 그 오빠들의 부모님이셨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다. 중요한 것은 그 두 오빠들이 매우 거대했다는 거다. 아, 그러니까 그게 중요하다. 아저씨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그 아주머니 또한 매우 거대하셨기 때문이다. 그 거대한 가족들은 어쩔 수 없이 매일 쿵쿵 대며 돌아다녔다. 정말 어쩔 수 없었던 것 같다. 다행스럽게도 우리 집 가족들은 그다지 예민하지 않았거나, 참을성이 대단했던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예민한 아이였다. 쿵쿵, 쿵쿵. 전등이 지그럭거릴 만큼 쿵쿵대던 소리가 거슬릴 때가 많았다. 가끔씩 나는 그 거대한 오빠들과 엘리베이터를 나눠 탈 때가 있었다. 나는 그 거대한 뒤통수를 노려보았다. 그 뒤통수가 돌아가 앞면이 보일 무렵이면 내 눈은 순한 양의 것이 되어 있었다. 그 오빠들은 덩치만 거대한 것이 아니라 인상도 꽤나 험악했기 때문이다.


오빠와 내가, 오빠의 친구들과 내 친구들이 그 거대한 오빠들의 교복과 똑같은 것을 입고 다닐 때쯤 그 거대한 형제는 점차 보이지 않게 되었다. 거대한 아줌마와 기억이 잘 나지 않는 아저씨는 그 후에도 오랫동안 우리의 윗집에서 걸어 다니셨을 텐데, 내가 교복을 입고 다닐 때쯤에는 더 이상 쿵쿵, 쿵쿵, 지그럭 소리가 들리지 않게 되었던 것 같다. 교복을 입으면 학원을 많이 다니게 되고 그러다 보면 집에 있는 시간이 잘 없어져서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오랜만에 본 아줌마의 덩치는 그렇게 거대하지도 않았다.


우리 가족은 거대한 쿵쿵 가족과 단 한 번의 마찰도 없이 지냈다. 우리 모두가 잘 견디어 냈던 것이다. 하지만 중간에 산다는 것은 그게 다가 아니다. 우리 집은 8층이었고, 그 아래에는 7층의 가족들이 살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도 끝이 아니다. 우리 집에는 9층의 거대한 오빠들을 눌러버릴 정도의 거대한 장정들이 적을 때는 세 명, 많을 때는 다섯 명이 합숙을 하였기 때문이다. 8층의 거대한 장정들은 사춘기도 다 지난 활발한 청년들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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