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록수처럼 푸른 콘텐츠. 1일 뒤에도 읽히고, 1년 뒤에도 읽히고 10년 뒤에도 읽힐 콘텐츠. 아니, 시대가 바뀌었으니 ‘읽힐’ 콘텐츠보단 ‘소비’되는 콘텐츠라 표현하자. 글을 읽고, 사진을 보고, 영상을 시청하는 모든 개념은 결국 ‘소비’로 귀결된다.
에버그린 콘텐츠의 자격은 뭘까 심각하게 고민했다. 사회에 의미를 주는 콘텐츠가 기본이겠으나, 요즘 사회는 너무 자주 빠르게 바뀐다. 내 세월호 댓글 읽는 영상이 1년이 지난 지금도 공유가 되고 있으나, 이는 세월호 참사 3주기라는 이벤트가 영향을 줬다. 운 좋게 에버그린 콘텐츠가 됐으나, 안정적이지 못하다.
내 고민은 '어떻게 하면 ‘안정적으로’ 우리만의 ‘시그니쳐’이자 ‘에버그린’ 콘텐츠를 만들까'에 있다. 고민해봤다. .mic, refienery29, buzzfeed, AJ+, nowthis, 나이스게임 TV, 온게임넷 등 온갖 방송을 봤다.
답이 하나 나왔다. 바로 ‘포맷’이다. ‘포맷’ 개발만 성공하면 에버그린 콘텐츠 생산에 반은 먹고 들어간다.
왜냐고? 자체 포맷은 곧 자체 시그니쳐가 되고, 자체 시그니쳐 포맷은 특정 소재에 국한되지 않고 활용할 수 있다. 그릇 하나만 사면 어떤 재료든 담을 수 있다. 72초 TV가 흥한 것도 결국 ‘모바일’ 시장에 맞는 ‘포맷'을 개발했기 때문이다. 대본 자체도 좋았지만.
그렇다면 그 포맷은 어때아 하나? 72초처럼 새로운 기원을 만들어야 하나? Kurzgesagt – In a Nutshell처럼 오지게 모션을 처넣어야 하나?
아니다. 그렇게 어렵게 할 필요 없다. 어렵게 할 자신도 없고, 능력도 없다. 가장 기본적이고 에버그린한 포맷은 바로 ‘사람’이다.
스피커(출연자)의 캐릭터를 만들어주고, 그 사람의 캐릭터가 가장 잘 나타날 수 있는 포맷(브리핑, 엔터테인먼트)을 잡고, 소재(시사, 패션)를 다루게끔 한다. 즉, 스피커에 맞는 시그니쳐 콘텐츠를 제작한다.
그 시그니쳐 콘텐츠만 제작되면, 그 사람 자체가 포맷이 된다. 송강호가 박쥐에서 피를 빨아도, 괴물에서 딸을 잃어도, 하울링에서 형사질을 해도 결국은 ‘송강호'인 것처럼 말이다. 역할이 소재라면, 배우는 포맷이다.
멀리 나갈 필요도 없다. 아프리카 BJ들만 봐도 깨닫는다. 기사를 보자. BJ들도 결국 자신들의 명성을 이용해, 광고를 찍거나 굿즈를 제작한다. 굿즈 같은 경우 논외로 치면, 결국 광고다. 광고? 사람이라는 포맷을 이용한 부가 콘텐츠 제작일뿐이다.
사람 자체가 포맷이 되니, 고정 팬층이 생긴다. 기존 에버그린 콘텐츠가 ‘조회수'로 증명된다면, 새 시대의 에버그린 콘텐츠는 결국 ‘팬층'으로 증명된다.
이는 꽤나 경험적으로 증명된 사실이다. 버즈피드 같은 경우 특정 스피커를 키워주고, 그 스피커를 독자 채널로 만든다. 버즈피드 스타가 곧 포맷이자 채널이 되는 셈이다. 작게 보면 내 세월호 댓글 영상 덕분에 청춘씨:발아가 받은 부스트도 결국 ‘팬층’ 덕분이다.
포맷이 에버그린 콘텐츠의 생명이고, 지속가능성을 담보한다. 새 시대의 에버그린 포맷은 결국 사람이다. ‘넌 is 뭔들'이라는 말처럼, 그 ‘스피커 is 뭔들’이라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스피커를 키워야 한다. 그 스피커가 잘 다룰 수 있는 소재가 무엇인지, 스피커를 도드라지게 만들 수 있는 기초 영상 포맷은 무엇인지 개발하는 게 기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