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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현모 Apr 24. 2016

생활사적 미디어를 만들고 싶다.

뉴 프로젝트 : 필리즘


ㅁㅅㅍㅊ, ㅊㅊㅆㅂㅇ 이후에 새로운 프로젝트를 하고 있다. 2년 전의 나였다면 상상도 못할 일을 하고 있다. 팀원들은 awesome 하고, 아이디어는 무궁무진하고, 환경도 좋다. 운칠기삼이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생활사적 미디어를 만들고 싶다. 생활사적 미디어가 뭔지 규정할 수 없다. 다만, 생애사적 미디어가 아래와 같다. '소비자가 늙어감에 따라 같이 성장하는 미디어’. 강박사님이 한겨레에 기고하신 글을 보면, 그 패턴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내가 만들고 싶은 미디어는 지극히 생활에 기반한다. 왜 생활에서 시작하냐고? 사실 지금 읽는 신문, 보는 뉴스, 듣는 팟캐스트는 모두 쓸모없다. 읽든말든, 보든말든, 듣든말든 도움이 되지 않는다. 조선일보 1년 치 구독권보다 GSAT 책 2권이 훨씬 도움되는 세상이다. 재미도 없고, 보도자료를 받아 제목만 다르게 잡힌 기사를 읽을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버즈피드, 리파이너리29, theSkimm이 밀레니얼 세대에게 인기 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내 생활’에 가깝고, ‘도움’이 되거든. 따로 종이를 구매할 필요 없이 스마트폰에서 볼 수 있고, 이상한 기재부 보도자료 따위가 아니라 패션, 뷰티 이야기를 하고 공감이 되게끔 만드니까. 인간은 단순한 존재다. 도움이 되거나, 날 멋있게 만들면 하는 거거든. 쿡방과 셰프 방송이 뜬 이유와 한 궤에 있다. 만고불변의 진리다. 유사 발언으론 “최고의 연대는 입금” 등이 있다. 

하지만 단순히 생활에 머물면, 그건 신변잡기 가십 잡지밖에 되지 않는다. 리빙센스, 우먼센스랑 뭐가 다르냐. 내 생활에서 한 발짝 넘어가는, 인식의 지평을 넓혀주는 미디어야 한다.

카카오 대표가 인터뷰를 통해 O2O 이야기를 했다. 결국, 카카오는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매개체가 되는 것이 목표다. 생활사적 미디어의 다른 활용방안이 아닐까 싶다. 스마트폰을 통해 편한 생활을 구현하고, 편한 생활을 넘어 새로운 생활을 경험시키는 도구(User Experience가 알파이자 오메가다). 그런 미디어가 되어야 한다.


Are we the first?


생활사적 미디어를 만들려고 하는 시도가 우리가 처음은 아니다. 앞에 말한 Refinery29, theSkimm, 버즈피드 모두 생활에 도움을 주는 콘텐츠에서, 인식의 지평을 넓혀주는 콘텐츠를 만들었다. 화장품을 이야기하면서, 소위 사회적 미의 기준이 갖고 있는 폭력성을 이야기한다. 옷을 이야기하면서, 짧은 치마를 입은 여자가 겪는 성폭력을 논하고 페미니즘을 가져온다. 노동은 우리의 삶에 가장 가깝지만 가장 유리됐다. 언론 역시 꽤나 어렵게 노동을 소비했다. 페미니즘 역시 마찬가지다. 


사실 모든 문제는 우리 생활 가까이에 공기처럼 존재한다. 어떠한 존재보다 가까이 있었지만, 그간 인식하지 못한 문제를 어떻게 인지하게 할 것인지. 어떤 메시지를 던질지. 요즘 내 고민은 여기에 있다. 

Refinery29.com 가보세요


기존 매체의 문제의식도 이와 다르지 않을 거다. 문제의 끈을 저 멀리에 둘 것인지, 가까이에 둘 것인지의 문제다. 단순히 방법론의 차이일 수도, 거대한 가치관의 차이일 수도 있다. 어쨌거나 기본ㅇ From life, Beyond life. 미디어는 그래야 한다. 재미있으면서 도움돼야 하니까.


우리의 적은 누구일까? 모르겠지만, 기존 매체는 아니다.


기존 매체는 절대 생활사적 미디어가 될 수 없다고 단언한다. 


첫 번째로 지면은 우리 생활과 너무나 동떨어져 있다. 내가 조선일보를 보려면, 신문을 사서 보거나 네이버 & 다음에서 기사를 클릭한다. 전자 같은 경우 비용이 들며, 비용을 들고 산 물건이지만 촉감이 좋지 않고 짐밖에 안된다. 후자 같은 경우 우리는 ‘조선일보'의 기사를 읽는 게 아니라, 다음과 네이버에서 시간을 때울 뿐이다. 다음과 네이버는 소비자가 많은, 좋은 유통경로다. 


하지만 좋은 유통경로가 곧 좋은 판은 아니다. 여기서 말하는 판은 우리의 콘텐츠를 얼마나 다양한 도구를 사용해 보여줄 수 있는지를 말한다. 밀레니얼 세대는, 아니 2016년을 사는 다수는 영상으로 콘텐츠를 소비한다. ‘글'은 여전히 가장 강력한 도구다. 영상을 많이 소비하지만, 공유되는 콘텐츠는 글이다. 어떠한 작업도 없이 10만의 좋아요를 달성한 휴먼 오브 서울, ~대학교 대나무 숲은 어떠한 영상도 쓰지 않았다. 우리 프로젝트의 미래도 글에 있다. 글은 대포다. 강하다. 하지만, 가볍고 쓰기 편하고 트렌디한 도구는 아니다. 우리의 주포는 영상과 사진이다. 주포와 대포는 다르다. 기존 매체는 ‘글’에 매몰된 나머지, 쉽사리 영상에 도전할 수 없다. 조직의 문제라고 본다. 

두 번째로, 표현의 한계다. 생활사적 미디어를 카카오와 네이버는 만들 수 있으나, 조선일보와 SBS는 만들 수 없다. 스브스뉴스가 한계다. 어차피 그들의 본업은 ‘뉴스’다. 새롭고 다양한 생활형 콘텐츠보단 시사 뉴스를 만드는 게 업이다. Beyond Life엔 강점이 있으나, From life에는 강하지 않다. 하지만 모든 콘텐츠의 소비는 From Life에서 시작한다. 페이스북은 우리의 Life거든. 우리는 일어나서 카톡을 확인하고, 지하철에서 페이스북을 확인하고, 자기 전에 유튜브를 본다. 카톡에서 표준어만을 엄수하지 않고, 페이스북에선 비속어와 은어가 넘쳐나는 콘텐츠를 소비한다. 유튜브의 구어는 SBS 뉴스 기자의 어투와 다르다. 기존 매체의 표현은 Life와 너무나 멀다. 


정리


여기까지 생활사적 미디어에 관한 이야기를 짧게 했다. 주저리주저리 했으니 길게 한 것인가? 


생활사적 미디어는 지극히 인간적이다. 미디어를 소비하는 사람은 정치를 바꾸고 싶은, 세계를 바꾸고 싶은, 국회에 들어가 좀 더 나은 사회를 만들고 싶은 어떤 위대한 사람이 아니다. 편의점에서 무슨 김밥을 살지, 내일 어떤 옷을 입을지, 어떤 밥을 먹을지 고민하는 지극히 소시민적인 사람들이다. 


소시민적 사람들이 멀리 있는, 유령 같은 타깃 오디언스가 아니다. 바로 우리다. 우리의 생활에 시작해, 우리의 생활 너머에 있는 새로운 지평을 보여주는 미디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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