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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현모 Apr 19. 2016

나는 선배들이 부끄럽다

이 기사를 2014년 8월에 썼다. 2014년 2학기 <방송뉴스리포팅> 수업에서 박성호 선생님을 만났다. 그분은 방송기자협회 회장을 지내신 MBC해직기자셨다. 고려대 박재영 교수님 밑에서 대학원 박사과정을 진행하셨다. 영혼 있는 기자는 회사 바깥에, 영혼 없는 기자는 회사 수뇌부에 있는 이 광경을 우리는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가.


*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에 실렸다.

** 오마이뉴스는 기사를 참 구식으로 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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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 미디어학부에 입학하고 언론계를 지망하면서 어른들에게 좋은 얘기를 참 많이 들었다. '고려대 출신 언론인이 참 많지 않느냐, 좋겠다' 하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정작 나의 선배들이 모여 있는 '고려대 언론인 교우회'는 이번 '장한 고대 언론인상'을 통해 내게 모욕감을 줬다.


8월 11일 고려대 교우회 누리집에 게재된 기사에 따르면 고려대 언론인 교우회(아래 언론인교우회)는 '장한고대언론인상'으로 오태진(신문방송학 75학번), 안광한(신문방송학 76학번), 조호연(영문학 79학번) 등 3명의 선배들을 선정했다. 장한고대언론인상은 1994년에 처음 시작해 올해로 20년째 이어오고 있고, 올해 시상식은 오는 25일 열릴 예정이라고 한다.


장한고대언론인상은 고려대 출신 언론인 중에서 "언론창달과 국가 사회발전에 기여한 업적이 탁월한 인물"에게 주어진다고 기사는 밝히고 있다. 언뜻 들어보면 같은 학교 출신 언론인들 간의 화합을 도모하고 언론계, 그리고 나아가 사회를 위한 좋은 취지의 상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번 수상자의 실상을 보면 그렇지 않다.


누구보다도 안광한 MBC 사장이 제일 문제다. 안광한 사장은 2010년 이명박 정권 때 MBC 편성본부장을 지냈다. 그는 시사프로그램 <후 플러스>를 폐지했고, 4대강 사업을 비판하는 <PD수첩 - 4대강 수첩 6미터의 비밀> 편의 불방사태를 초래했다. 이는 MBC 시사교양국의 제작 자율성을 침해했고, 나아가 공영방송 MBC의 붕괴를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이후 안 사장은 2012년 MBC 인사위원장을 지냈다. 당시는 김재철 사장 시기로, 한창 MBC가 '정권홍보방송'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받을 때였다. MBC는 공정방송으로서 권위를 잃었고, 심지어 이를 비판하는 내부 인사들을 지방으로 내보내는 '보복성 인사'를 자행했다.


이에 반발해 MBC 노조(언론노조 MBC본부)는 김재철 사장 퇴진과 공정방송을 요구하며 2012년 1월 30일부터 170일간 파업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노조 조합원들은 해고와 정직의 징계를 받았다. 앞선 '보복성 인사'와 파업 당시 '해고와 정직'의 중심에 모두 안광한 사장이 있었다.


고려대 언론인 교우회, 안광한 MBC 사장에 '장한언론인상'


심지어 올해 1월 서울남부법원은 당시 해고된 기자들을 모두 복직시키라는 판결을 내렸는데, 안 사장은 이를 무시하고 해직기자들의 MBC 출입을 막고 근무배치를 하지 않았다. 안광한 사장이 대한민국 헌법 체계를 무시하면서까지 정권의 나팔수 역할을 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졌다. 


더욱 소름끼치는 부분은 안 사장이 지난 4월 25일 사내 게시판을 통해 MBC 임직원들에게 전한 편지다. 안 사장은 그 글에 "세월호 특보방송은 MBC에 대한 시청자들의 기대가 여전히 살아 있음을 느끼게 해주었고, 모두들 힘든 가운데서도 온몸을 던져서 제 역할들을 해준 덕분에 우리 뉴스가 다시 주목을 받는 계기가 됐다"고 썼다. 심지어 세월호에 대한 MBC 보도를 "국민정서와 교감하고 한국사회의 격을 높여야 한다는 교훈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커다란 기여를 했다"고 스스럼없이 표현했다.


MBC는 4월 16일 세월호 참사 당시 <이브닝 뉴스>에서 세월호 탑승객의 보험금 액수를 다루는 '보도참사'를 냈다. 심지어 '유족의 조급증이 민간 잠수사를 죽음으로 이끌었다'는 취지로 보도를 해 물의를 일으키고, 세월호 희생자들에 대해 망언을 했다는 박상후 전국부장을 승진시켰다. 이런 행동이 과연 "국민정서와 교감하고 한국사회의 격"을 높이는 일인가?


MBC는 최근 교황의 방문을 보도하는 많은 기사들에서 집요하게 세월호 유가족들의 모습을 제외하기도 했다(관련기사 : 비겁한 'MBC'... 편집이 '안습'이다). 이토록 끔찍하게 망가진 MBC에서 안광한 사장은 자유로울 수 없다. 언론인으로서 안 사장의 행적은 분명 언론 본연의 의무인 '권력에 대한 감시와 비판'을 망가뜨리는 데 집중되어 있다. 과연 저런 사람이 언론인 교우회에서 말하는 '장한' 언론인인가.


이명박 정부는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이라는 말로 대표되는 고려대 중심 인사를 내세웠고 이는 어윤대, 김재철, 조현오 등의 인물을 낳았다. 공직에 '낙하산'으로 꽂히는 많은 고려대 인사들의 모습은 분명 '고려대 마피아'라는 비판의 근거가 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명박 정부 시절 '고려대 마피아'의 모습은 지금 '고려대 출신 언론인들'의 모습과 하등 다르지 않다.


'공정방송' 파업으로 해직된 고려대 출신 기자들은 안 보이나




지금 한국 사회는 민주화 이후 최악의 언론 지형을 갖고 있다. 그리고 고려대 출신 언론인들은 그 비판에서 절대 자유로울 수 없다. 이명박 정부 때 나란히 언론 파업을 초래한 구본홍 전 YTN 사장, 김재철 전 MBC 사장, 박정찬 전 <연합뉴스> 사장이 모두 고려대 출신이다. 박근혜 정부에서도 마찬가지다. 현재 MBC, SBS 사장이 모두 고려대 신문방송학과 출신이고 길환영 전 KBS 사장 역시 고려대 출신이다.


MBC 노조로부터 '일방적인 의사결정과 중요 뉴스의 축소보도' 등의 비판을 받고 있는 김장겸 보도국장도 고려대 출신이다. JTBC <뉴스9>의 '세월호 보도'에 징계가 필요하다고 주장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권혁부 부위원장마저 고려대 출신이다. '공정방송 쟁취'를 내건 파업으로 해직된 조승호 YTN 기자, 노종면 전 YTN 노조 위원장 등도 고려대 출신이지만, 언론인교우회는 이들이 보이지 않는가 보다.


이명박 정부 이후 지금까지 고려대 출신 언론인들이 '정권옹호'의 혐의를 계속 받고 있다는 것은 고려대 출신 언론인들 내부에서 자정이 이뤄지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내부 자정이 없는 단체는 썩고 곪기 마련이다. 같은 공동체의 성원이라고 무작정 옹호하는 것은 절대 옳지 않다. 같은 성원이라도 잘못했으면 비판해야만 하고, 때로는 그렇기 때문에 더 적극적으로 비판해야만 한다. 그런 비판이 없다면 '고소영' 식의 마피아가 재생산될 뿐이다.


학연을 중심으로 거대한 이익공동체를 형성해 마피아가 되는 것은 어디에서나 항상 문제지만, 성역 없는 비판을 의무로 하는 언론계에 그런 마피아가 있는 것은 더 큰 문제다. 고려대 언론인 교우회가 안광한 MBC 사장을 '장한 언론인'이라 치하하는 모습은 자신들이 '언론 마피아'임을 증명하는 것으로 보일 뿐이다.


'자유 정의 진리'를 내세우며 4·19혁명을 비롯한 많은 민주화운동에 기여한 고려대 출신 인사들은 학교에서도, 사회에서도 자랑스러운 성원이었다. 하지만 지금 고려대 언론인 교우회의 선택은 어떤가. 미래의 고려대 출신 언론인들과 사회의 수많은 성원들에게 떳떳해지려면 '언론인' 교우회라는 이름에 걸맞게 행동해야만 할 것이다.


나는 선배들이 부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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