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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현모 Apr 17. 2016

더민주의 적은 더민주다

기고한 글.

사전투표가 오늘 끝났습니다. 본투표일은 4일 뒤네요. 여당은 유시민 사태, 공천 사태 등으로 심한 내홍을 겪었습니다. 내홍이 지나간 자리에 "반성하겠습니다"는 당 지도부의 공허한 외침이 남았습니다. 2014년 6월 재보선 때, "혁신하겠습니다"고 외쳤지만 그들의 혁신은 사라졌죠. 


시작, 기대하다


더민주는 어떨까요? 문재인 전 대표가 삼고초려하면서 데려온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장은 초반 새로운 더민주를 만들겠다며 호언장담했습니다. 더민주의 새로운 캐릭터는 바로 경제정당입니다. 문 전대표 스스로 김종인 비대위장 영입의 이유를 '경제'로 꼽았죠. 국민의당으로 이탈한 야당 지지자들과 아직 결정하지 못한 부동층을 유혹하기 위해서는 '경제'만 한 카드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기세는 좋았습니다. 패배하는 야당에 염증을 느끼던 야권 지지자들과 '운동권' 이미지가 싫어 투표하지 않은 보수 유권자들에게 김종인호는 매력적으로 보였으니까요. 


중간, 꺾이다


하지만 김종인 영입 이후 승승장구하던 더민주의 기세는 갑자기 꺾였습니다. 왜일까요. 바로 '청년비례' 때문입니다. 사건의 시작은 이러합니다. 문 전대표가 영입한 '더불어 어벤저스' 중 한 명인 청년 디자이너 김빈 씨가 페이스북에 글을 하나 올립니다. 


김빈씨 트위터 캡쳐

요는 이러합니다. "더불어민주당 청년비례대표 면접을 봤는데, 총 면접시간은 5분이었으며 결과는 3시간 만에 나왔다. 합리적이지 못하다고 판단하여 재심을 청구한다." 비슷한 시기에 청년비례대표 후보 면접에 참여한 임형찬 씨도 허핑턴포스트코리아에 아래와 같은 글을 기고합니다. "내가 겪은 더민주 청년비례 공천 | 원칙은 없고 모욕만 남은"


끝, 화나다


참가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더불어민주당의 청년비례는 아무런 원칙이 없습니다. 이 때문에 SNS와 언론 등에서 커다란 비판을 받았습니다. 2012년 대통령 선거에서 평등, 공정, 정의를 외친 더민주가 불평등, 불공정, 부정하게 청년비례대표를 뽑다니요. 특히나, 사회의 다음 기수인 청년비례대표를 이렇게 뽑았다는 사실에 화가 났습니다. 


아래 글은, CBS 정관용의 시사자키에 제가 기고한 글입니다. 2016년 3월 22일에 방송됐습니다. 아래는 원문입니다. 





더민주당의 적은 누구일까요. 새누리당? 국민의당? 정의당? 아닙니다. 
더민주당의 적은 더민주당 자신입니다. 

2012년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의 슬로건을 떠올려 봅니다.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울 겁니다 

2016년 민주당의 청년비례경선은 정반대입니다. 
불공평한 기회, 불공정한 과정, 결과도 정의롭지 않았다는 얘깁니다. 


왜 기회가 공평하지 않았다고 지적하냐고요? 


더민주당의 청년비례후보등록비만 100만 원입니다. 
비례경선까지 치르면 수천만 원이 들 수도 있다고 합니다. 
이런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청년이 얼마나 있을까요? 
정치인을 뽑는 것인지, 금수저를 뽑는 것인지 헷갈립니다. 
더민주당 청년공약 중에, 취업장려금 제도가 있습니다. 
취업비용을 줄여주는 제도라는데, 자기네 청년후보들의 등록비용도 고려하지 않는 정당의 공약, 믿지 못하겠습니다. 

과정도 불공정했습니다. 


이번에 지원했던 후보 중 한 명, 더불어 어벤저스로 활동한 김빈 후보는 면접을 5분 동안 봤답니다. 
이게 말이 됩니까? 요즘엔 대학교 동아리 면접도 30분씩 합니다. 
더민주당의 면접관 분들, 5분 만에 국회의원감인지 아닌지를 파악할 정도로 내공이 출중한가 보네요. 심지어 면접관이 자기소개서 첨삭을 해주기도 했죠. 
이건 부정행위입니다. 허술함을 넘어선 불공정한 면접입니다. 

기회가 불공평하고 과정이 불공정하니, 결과도 정의롭지 못합니다. 

홍창선 공천관리위원장은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더민주 청년 정치인들을 향해 “수준이 그거밖에 안 되는 겁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책임자임에도 불구하고, 어떠한 사과도 하지 않았습니다. 
책임은 회피하고, 청년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모양새, 우린 이런 게 진짜 꼰대질이라고 생각합니다. 
본인은 어떠한 검증과정을 거치셨는지 궁금합니다. 
공관 위원장, 요즘 유행어로…'개꿀'이네요. 

청년비례후보들은 국민들에게 사과하고 있습니다. 궁금합니다. 
열심히 선거운동하고, 홍보한 게 전부인 그들의 잘못은 무엇입니까. 
허술한 면접, 불공정한 심사를 한 사람들이 사과해야 하지 않을까요? 
청년의 땀과 노력을 5분 만에 평가하고 '수준이 떨어진다'라고 말씀하시는 분이 사과해야 하지 않을까요. 
대기업 채용 갑질을 비판했던 정당이 채용 갑질을 하는 판국입니다. 
이러니까 헬조선 얘기가 나오는 겁니다. 

같은 나이대의 청년들이 겪은 부조리에 화가 납니다. 
부조리를 만든 기성세대는 가만히 있고, 부조리를 겪은 사람들이 대신 사과하는 모습에 치가 떨립니다. 
청년은 경험 없고, 능력 없는 애송이들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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