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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현모 Apr 05. 2017

흐에에에에에에엥 설득은 어려워

설명과 예측 그리고 이해. 


설명은 현상을 기술하고, 나아가 그 현상의 원인을 파악하기 위한 행위다. 있는 그대로 적고, 그 뒤를 파악해 인과관계를 파악하는 것이 설명의 핵심이다. 


예측은 설명을 기반으로 미래에 일어날 법한 현상을 기술하는 일이다. 


이해는 위의 것과 약간은 비슷한 듯 다르다. 앞의 두 가지가 현상을 그대로 기술하고, 그 기술에 기반한 행위라면 이해는 여기에 '입장'이라는 조금은 모호한 개념을 추가한다. 설명과 예측이 조금은 평면적일 수 있으나, 이해는 평면에 현상과 의견 그리고 주체성이라는 여러 축을 넣어 세상을 조금 더 입체적으로 볼 수 있게 해준다. 


사람의 행위를 설명하고 예측하는 일은 그나마 쉬운데, 이해는 정말 어렵다. 사람이라는 게 본인이 보는 풍경과 타인이 보는 풍경이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보의 비대칭이라는 조금 어려운 표현이 있다. 쉽게 말하면, 나와 너가 보는 풍경이 다를 수밖에 없으며 이로 인해 정보에 격차가 생긴다는 이야기다. 


그 점에서 내가 너를 이해하는 일은 참으로 어렵다. 나는 환경보다 나에 집중하게 되고, 너는 나를 표면적으로 이해하고 환경에 좀 더 집중하게 된다. 보고 해석할 자료가 다르니까 결론도 다르게 나온다. 지 똥 싼 거 모르고 남탓하는 롤충이들이나 환경 고려안하고 노오오오오력이라고 하는 꼰대들이나 같은 맥락이다. 


다른 사람을 설득하는 일은 그래서 어렵다. 타인에게 내 입장을 설명하고, 나아가 나를 이해하길 바라는 일은 따봉 1000개만큼이나 어려운 일이다 (따봉 받고 싶어서 하는 얘기다). 


당위와 가치 하나만으로 타인들이 내 입장을 철썩같이 이해해주면 얼마나 좋으련만, 그건 사실상 불가한 일이다. 누구는 투쟁을 외치고, 누구는 착하게 말하길 바라고, 누구는 대화를 포기한다. 


좋으나 싫으나 우리의 입장을 타인에게 이해시키기 위해선 그 사람의 입장을 이해해야 한다. 설득은 나만의 관점과 가치관 그리고 당위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설득은 애초에 타인을 엮은 행위다. 타인에게 당연히 바라는 것만큼이나 바보 같은 일이 없기 때문에, 우리는 그 사람의 입장을 미리 이해하고, 그 사람의 코드에 맞게 우리의 입장을 적당히 가공해 내보내야 한다. 


많은 경우에 설득은 곧 타협이다. 타협이 곧 설득인진 모르겠으나, 대부분의 설득은 적당한 타협으로 끝이 난다. 너의 입장과 내 입장 그 중점에 새로운 입장을 만드는 일이 곧 설득이다. 


변절이라고? 그건 아니고, 목적을 이루기 위한 정당한 수단이라고 생각하자. 당위만으로 타인에게 내 입장을 이해하라고, 받아들이라고 하는 일은 꽤나 허망하다. 



<과외돌이한테 공부하라고 설득해야 하는데 어떻게 하나 고민하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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