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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현모 Apr 18. 2017

공감에 감사하는 사회.

멀리 가지 않겠다. 

https://www.facebook.com/tvn.honsul.pd/posts/1162590893853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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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혼술남녀 신입조연출이 사망했다. 조연출의 사수격되는 선임 PD는 조연출이 실종된 이후 그의 어머니를 만나 사망한 조연출의 근태가 불량했고, 비정규직을 무시했다고 말했다. 가해자인 선임 PD가 피해자를 악담할 때, 피해자의 어머니는 가해자에게 사과했다. 


아들에 대한 악평을 들은 뒤 몇 시간 후 아들의 사망 소식을 들었다. 비정규직을 무시하고, 근태가 불량했다던 조연출의 카톡방에는 그가 겪었던 아픔이 남아있었다. 55일동안 2일밖에 쉬지 못하며 끝없이 일만 한 그에게, 선임은 “개새끼”, “기본도 안 된 새끼”라며 욕설만을 남겼다. 


신입이라 현장 경험이 부족하고, 제대로 된 교육도 받지 못했지만, 선임은 그에게 과중한 업무를 맡겻다. 외주업체 계약해지와 이에 따른 계약금 반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의 그의 몫이었다. 촬영장 정리와 편집 및 온갖 잡무는 기본이었다. 제시간에 해내지 못할 일을 주고, 해내지 못하면 모욕을 주는 것이 그들의 교육방식이었다. 


회사는 잠시나마 자신들의 일원이었던 그에게 최소한의 예우도 지키지 않았다. 서면을 통해 학대와 모욕행위는 없었다는 답변을 보냈으며 사망한 이한빛 PD의 근태불량이 문제였다고 말했다고 한다. 물론, 그의 근태불량을 입증할 자료는 없었다. 심지어 CJ는 이한빛 PD가 겪은 모욕행위 여부에 대해 연출부 구성원의 명예를 훼손시킬 수 있다며 유가족의 협조를 협박으로, 부탁했다. 언제부터 진위여부를 가리는 것이 명예훼손이었는지 모르겠지만, 그들은 그렇게 말했다. 


하나부터 열까지 문제다. 노동력에 대한 존중, 젊은 청년의 죽음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 교육도 받지 못한 신입사원을 고강도 업무에 내모는 조직문화와 공식입장을 밝히기 어렵다며 회피하는 CJ까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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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건이 공론화된 이후, 사람들의 공감에 감사했다. 청년이라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문제라 그런지 많은 청년들이 지지와 연대를 표명했다. 


한국 사회의 민낯이 어떠냐고 물으면, 공감에 감사해야 하는 사회라고 말할 거다. 세월호에 대한 공감이, 약자에 대한 연대가 쓸데없는 것으로 치부되고 오직 현재의 구조에 충실하게 복무할 것을 규범으로 삼는 사회에서 약자에 대한 연대와 공감은 감사함을 넘어 숭고하게 느껴진다.


방송을 만드는 사람이, 그러니까 청년들의 비애를 소재로 드라마를 만드는 사람이 훈련되지 않은 신입사원에게 일단 참고 일하라고 하는 시대다. 조직의 문제점이 있으면 쉬쉬 덮고 이를 수용하라고 말하는 사회다. 

이런 기사를 볼 때마다 말할 수 없는 참담함을 느낀다. 구조에 희생된 약자에게 “너갸 악해서 그래”, “너가 배가 불러서 그래”라고 말하는 수많은 악성 기득권, 타인의 고통에 남의 고통을 빗대어 입닥치고 가만히 있으라고 말하는 수많은 헬조선 부역자들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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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들의 왕년을 자랑하며 현재 구조에 저항하라고 혹은 받아들이라고 말하는 말하는 현재의 기성 세대에게 묻고 싶다. 대체 당신들은 이 구조를 해결하지 못하고, 무엇을 했는가. 민주화든, 산업화든 당신들의 공을 말하는 건 이제 그만 좀 하자. 악성 구조를 만든 데에 있어 일말의 책임 의식도 없는가. 


별개로, 사회의 부조리를 고발하는 수많은 언론사와 방송사들은 노동 착취와 부조리의 한복판에 있다. 

사람이 먼저인 사회까진 바라지도 않는다. 사람을 사람답게라도 대하자. 내가 세상을 너무 모르고, 사회에 나가지 않아서 그렇다고? 그딴 소리 할 거면 좀 닥쳐라. 너같은 새끼들이 헬조선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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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모가 아닌 분노가 필요하다. 힘을 가진 기성정당과 기성세대가 그의 죽음에 분노해야 한다. 조또 기득권도 없고, 돈도 벌기 힘들어 생존하기 힘든 청년이 분노할 게 아니라 적당히 사회를 차지하고 있는 당신들이 분노해야 바뀌는 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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