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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현모 May 14. 2017

중앙일보 해프닝에 대해

물론 저도 잘할 자신은 없습니다만

# 언론사의 소셜 미디어 운영에 대해 .


며칠 전, 중앙일보의 페이스북 계정이 화제였다. 중앙일보가 중앙일보 계정으로 조국 민정수석의 어머니와 관련된 재단의 기사를 올렸고, 얼마 지나지 않아 같은 계정으로 기사를 반박하고 조국을 욕하는 댓글을 달았다. 중앙일보는 얼마 지나지 않아 페이스북 관리자가 로그아웃을 하지 않은 채로, 본인의 개인 계정인 줄 알고 댓글을 달았다고 해명했다.


페이스북 페이지 관리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저런 일 진짜 비일비재하다. 당장 나만 해도, 미스핏츠부터 지금까지 몇 번이고 게시물을 잘못 공유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원레 게시물에 댓글을 달지 않아 다행히 댓글을 잘못 다는 실수는 저지르지 않았다.


필리즘 때였나, 리세윤과 JinYoung Park 그리고 나까지 해서 세 명이 크게 싸운 적이 있었다. 요지는 박리세윤에게 페이스북 댓글을 다는 권한을 주냐마느냐였다. 원래는 댓글을 쓸 수 있게끔 계정을 줬었는데, 박리세윤이 댓글로 특정 인물을 비아냥댔고, 유저들과 싸운 듯했다 (기억이 나지 않아 추정한다). 박진영은 댓글을 달지 말라고 했고, 나는 어느 정도 할 수 있는 것 아니냐 싶었다. 결과적으로 권한을 축소하는 방향이 됐다. 지금 생각해보면, 박진영의 선택이 옳았다. 물론, 필리즘은 작은 조직이라 누구에게 권한을 주느냐마느냐가 운영에 큰 영향을 주진 않았고, 오히려 모두가 권한을 갖고 있는 게 업로드 등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박진영의 선택이 옳았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소셜 미디어 채널을 잘못 운영하며 생기는 위기를 관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PR이론 중에 ‘위기 관리’라는 놈이 있다. 위기는 조직과 관련하여 발생하는 모든 부정적인 사건이고, 위기 관리는 위기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고 나아가 위기의 원인 자체를 해결하는 커뮤니케이션 전략이다. 위기는 크게 폭발적 위기, 즉각적 위기, 점진적 위기, 만성적 위기가 있다. 학자마다 정의하는 방향이 다르긴 한데, 뭐 이렇게 나뉘기도 한다.


중앙일보 사태는 갑작스레 생기고 대처할 여유가 있던 즉각적 위기인 동시에 고질적 문제가 드러난 만성적 위기다.


모든 언론사가 소셜 미디어(라고 쓰고 페이스북이라고 읽자)를 중요시하지만, 사실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소셜 미디어 담당자를 공식 채용이 아닌 아랑을 통해 ‘대충’ 구하거나 대학생 인턴을 시킨다. 관리자를 교육시키지도 않는다. 열심히 알아보진 않고, 대충 알아봤으니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실태는 가관이다. 더군다나 K 디지털 뉴스 같은 경우 해시태그를 개떡같이 쓰고(#어떻게_쓰냐면 #이렇게_쓴다 #그러니까_아무_의미도_업는_태그지), C는 ‘조페지기 그 놈’이라는 고유 명사를 만들어낼 정도다. 하지만 정규직 기자님이니까 무한충성충성충성.   


소셜 미디어를 통해 뉴스를 소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점에서 언론사의 소셜 미디어 계정은 독자가 언론사의 뉴스를 처음 만나고, 동시에 언론사의 이미지를 만들고, 언론사와 관계를 맺는 중요한 창구다. 굳이 언론사가 아니더라도,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괜히 기업들이 PR에이전시에게 소셜 미디어 관리 맡기는 게 아니다.


근데 문제는, 언론사 본연의 성질과 소셜 미디어의 성질로 인해 뭘하든 ‘위기’가 생긴다는 점이다. 뭔 말이냐면, 뉴스가 가뜩이나 정파적으로 소비되는데 소셜 미디어라는 놈은 더더욱 그렇다는 것이다. 정파적으로 소비되는 뉴스가, 서로 편갈라서 조리돌림하고 쌍욕하면서 깔깔대는 게 디폴트가 된 소셜미디어를 만나니 그 위험이 수박이 박수다. 존나 위험하단 말이다.


대부분의 뉴스를 소셜 미디어로 소비하니까 소셜미디어는 중요하다. 근데, 이로 인해 언론사에게 위험을 줄 확률도 커진다. 근데 맡는 사람은 ????


스파이더맨도 안다. 큰 힘에는 책임이 따른다고. 근데 언론사의 소셜미디어는 : ???


뭐 그깟 소셜미디어 얼마나 중요하냐고 할 수 있다. 사실 소셜 미디어 바이럴이 바로 돈도 안 될 거다. 소셜 미디어 중요하다고 운운하면서 소셜 미디어 관리자에 인턴이나, 교육시키지 않은 기자 넣는 건 좀 말 안 맞는 거 아니냐.


사실 이건 현상이다. 근본적으로 한국의 언론사는 커뮤니케이션 전략이 없다. 오디언스 발굴, 분석 전담, 뉴스룸 통합 및 뉴스룸 전략 구성 등등 소위 ‘영미권 언론사’가 다 하는 게 한국 언론사엔 없다. 내가 말한 게 아니라 언론진흥재단이나 관훈 아재들이나 다 그렇게 말한다. 언론사 내부 구조가 구식인 것도 있고, 그동안 편하게 영업(…)한 것도 있겠지. 뉴스가 콘텐츠라며, 언론사가 콘텐츠 기업이라면서 정작 기업의 구색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전근대적인 곳이 (신문 기반) 언론사다(라고 교수와 관계자들이 말한다).


물론 딜레마는 있다. 소셜 미디어가 돈이 안 되니까 기자가 페북지기를 맡기엔 애매하고, 그렇다고 아예 관계 없는 마케팅팀이 맡기엔 어쨌거나 거기가 ‘기사’니까 또 거시기하겠지. 근데, 어쨌거나저쨌거나 지금 페북지기는 좀 혼파망이다. 언론사 페북을 윾머처럼 다루는 게 맞을까?


뭐 -0- 내가 기자도 아니고, 그냥 바깥에서 봐도 이정도인데 속은 어떨까. 근데 사실, 소셜 미디어가 별로 돈되는 곳이 아니라서 크게 얽매이진 않을 것 같다. 소셜 미디어 때문에 한 1023423423423번 ㅈ되어봐야 겨우 고칠까말까 하겠지. 막말로 한국 신문들이 유료 구독으로 먹고 사는 것도 아니고, 쪼인트 까는 구조로 먹고 살기 때문에 별 타격도 없을듯. 중앙일보가 이렇게 사고 쳤어도, 우리가 중앙일보에 광고 올리는 기업들 불매할 건 아니잖아. 그게 문제.


별개로, 언론사 페북지기들이 저열하게 관리하는 건 그게 다 바이럴이 되고 수치가 되기 때문이것지. 아니 시발 ‘수치’가 존나 나오니까, 언론사 입장에선 저렇개 디스하는 멘트도 달고, 아재같은 해시태그도 달아보는 거지. 근데 과연 그게 좋은 바이럴일까? 하는 입장에선 이게 좋은지 안좋은지 모르겠는데, 수치가 나오니까 계속 하는데 장기적으로 보면 그게 좋은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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