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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현모 Aug 07. 2017

살아갑니다, 권성민, 오마이북, 2016년

블로그에서 브런치로 독후감 이동. 



살아갑니다, 권성민, 오마이북, 2016년


완독 : 20170627 - 교토여행에서. 


PD님을 알게 된 건 2015년이었다. 아니, 사실 PD님을 PD로 알게 된 건 아니고 해직 언론인으로 알게 됐다. 오늘의 유머에 MBC를 까는 만화를 올리셨고, 시원하게 해고당하셨다 (…). 예나 지금이나 MBC는 까야 제 맛이다. 대학에 들어왔을 때, MBC 사회부 기자라는 소망을 담은 종이를 타임캡슐에 넣은 나였다. 그렇게 4년이 지난 후 구현모는 오마이뉴스에 이런 기사를 쓰고, 이 기사에 언급한 박정한 선생님의 수업을 듣고 선생님은 날 좋게 봐주셔서 밥도 사주시고 독자권익위도 추천해주셨다는 비하인드가...... 


박정찬 선생님 사랑합니다.


PD저널에 기고하신 글도 봤고, 스토리펀딩에 쓰신 글도 봤다. 글로만 보다가 실제로 뵙게 된 건 아마 구글 뉴스랩이 처음이었을 거다. 네오터치포인트 사무실에서도 몇 번 뵈었지만, 제대로 인사드리지 못했다. 왜냐면 나한텐 연예인이었거든. 


PD님의 책을 읽게 된 건 1년이 지난 후다. 올해 초 PD님이 메시지를 주셨고, 난 강동구에서 홍입까지 충성충성충성^^7을 외치며 갔다…가 아니라 여튼 밥을 얻어먹었다. PD님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주셨다. 그때 미디어카페 후에서 PD님과 셀카를 찍었는데, 그 후는 없어졌다. 역시 남는 건 사진뿐이다. 


후가 주거씀돠 --;


그 이후 몇 달이 지나고, 경복궁역 근처에서 PD님을 뵈었다. 남자 두 명이서 10시부터 새벽 4~5시까지 술도 많이 안 먹고 그렇게 떠든 건 처음이었다. 그때 속으로 “와.. PD는 이런 이야기꾼이 하는 거구나”고 감탄했다. 첫인상부터 끝인상까지 교양PD인데, 되게 편안하고 재미있게 이야기를 잘해주신다. 듣다보면 서사가 장난아니다. 아직까지 기억 남는 거 보니 진짜다. 삐빅. 예능PD입니다. 


호오


책은 PD님이 남기신 여러 글을 모아둔 에세이집이다.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본인이 듣고 느꼈던 여러 이야기를 풀어낸다. 한 편의 분량이 그리 짧진 않은데 술술 읽힌다. 작문이나 논술이나 아니면 글쓰기 자체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 봐도 좋을 법하다. 영화 <스타트렉>에서 우주선이 워프하듯이, 닿지 않을 법한 소재를 연결해 새로 이야기를 풀어내시는 게 대단하다. 잘 읽힌다. 설렁설렁 5~6시간 만에 읽었다. 재밌다. 




생채기. 다 읽고 나니 생채기란 단어가 떠올랐다. 다시 책을 뒤져보니 생채기란 단어가 하나 있었다. 아, 역시 하늘 아래에 새로운 건 없다. 더이상 부활의 김태원을 욕하지 않으리, 꿈 속에서 멜로디를 깨우쳤다는 테디를 욕하지 않으리. 


삶은 현장이다. 사실, 우린 굳이 삶의 현장을 체험할 필요가 없었다. 매일매일이 삶이고, 삶이 현장이니 매일매일 현장에서 전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장에 있다보면 다치기 마련이다. 때로는 넘어지고, 때로는 긁히고, 때로는 찢긴다. 생채기 없이 하루를 보내는 것도 쉽지 않은 요즘이다. 삶에서 배우는 지혜는 그래서 생채기가 가득하다. 아프고, 쓰라리고 심지어 화도 난다. 하지만 그만큼 간결하다. 상처가 훈장은 아니지만, 적어도 거짓말은 안한다. 생채기가 가득한 삶은 그만큼 치열하고, 농도가 짙다. 


불행배틀이란 단어가 있다. 누가 더 처절하게 살아왔는지, 누가 더 슬펐는지, 누가 더 흙수저인지 대결하는 행태를 말한다. 저자는 다소 힘들었을 법한 본인의 과거를 아주 담담하고 그려낸다. 어, 학교 잘 갔다왔니? 라는 부모님의 물음에 응 한 마디하고 방에 들어가는 사춘기 소년처럼 진짜 담담하게 표현한다. 묘사가 좀 이상하다 싶은데 읽어보면 이해할 거다. 


좋은 글은 나에서 시작해 우리로 끝난다. 글이라는 게 자기 손으로 자기 생각을 적는 거라 자기 일을 말할 수밖에 없다. 이 에세이집이 좋은 이유는 저자로 시작해 저자와 나, 그리고 우리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저자와 독자의 인연을 쌓는 이야기가 아니라, 저자가 매개체가 되어 독자와 사회가 연결된다. 본인은 마침표를 찍어줄 이야기를 만들고 싶다는데, 아무리 봐도 쉼표다. 


에세이집 자체가 저자가 어떻게 살아왔는지에 대한 회고와도 같다. 그래서 이 책을 섣불리 평가하기 어렵다. 근데, 재밌으니까 읽어보시길. 


P.S. 본인은 저자에게 밥과 커피와 술을 얻어먹고 심지어 싸인까지 받았습니다. 얻어먹는 건 항상 멋진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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