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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현모 Aug 09. 2017

우는 영화.

전도연의 눈물이 좋다. 밀양은 전도연이 오열하고, 오열하는 걸 참는 장면을 위해 존재한다. 오직 그것만을 위해 존재한다. 그것 외에 나머지는 곁가지다. 



엄정화의 눈물도 좋다. 몽타주 마지막에 나오는 엄정화의 오열씬이 영화의 절정이다. 대종상 여우주연상은 아무나 받는 거 아니다. 




이병헌의 우는 연기도 좋다. 악마를 보았다에서 기억 남는 건 이병헌의 연기다. 인간 같지 않은 최민식과 너무나 인간스러운 이병헌의 연기가 부딪쳤다. 무슨 감정으로 연기했을까. 



배우는 원래 무당이다. 신들린 듯한 연기라는 표현은 뿌리가 있다. 마당극, 풍물놀이 결국 무당이 올리는 제사에서 나왔으며 현대의 마당극인 드라마와 영화도 결국 본류는 제사다. 시청자의 감정을 풀어주고, 시청자의 간접 체험을 돕는 신기 있는 배우들. 



우는 영화를 보면 감정이 풀린다. 눈물에 인색한 사람일수록 대신 울어주는 영화에 크게 조응한다. 전도연, 엄정화, 이병헌의 눈물은 그래서 시원하다. 나 대신 울어주고, 나 대신 슬퍼해주고, 나 대신 우울해주니까. 


왼쪽 손목과 오른쪽 검지가 시릴 때마다 밀양이 떠오른다. 전도연이 교회에서 가슴과 탁상을 내려치며 오열하는 장면, 하늘을 보면서 "보고 있어?"라고 묻는 장면, 도로에 나와 살려달라고 읊조리는 장면까지. 


감정을 보이면 약한 사람이 되고, 쉽게 보이면 쉽게 약점을 만드는 게 되는 요즘 시대에 필요한 건 우는 배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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