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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현모 May 08. 2016

이터널 선샤인

To forget is to repeat


다소 복잡한 플롯으로 인해 어렵다고 느낄 수 있지만 영화의 메시지는 간결하다. To forget is to repeat 국정교과서 이야기가 아니라(….) 실제로 기억을 잃지 않은 박사와 모든 걸 알고 있는 박사의 아내만이 2번째 실수를 피하려 한다. 웃길 수도 있지만 실제로 몇몇 아티클은 이터널 선샤인과 9/11을 대비시키기도 했다. 


이 영화의 대본을 쓴 카우프만은 이 영화를 할리우드 로맨틱 코미디에 대한 자신의 대답이라고 적었는데, 엔딩을 다시 한 번 봐보자. 우린 막연히 조엘과 클렘의 해피엔딩을 기대할 수 있지만, 매리와 그 원장의 사랑을 보면 높은 확률로 비슷한 일이 반복될 거다. 그 말인 즉슨, 해피 엔딩보단 배드 엔딩이 더 스토리상 어울린다는 점. 실제로 이 사진을 보면 기억을 되찾은 조클커플임에고 불구하고 blue ruin(클렘머리색)과 대응되는 얼음 위에 누워있다. 심지어 그 얼음은 쩍 갈라져있다. 


사랑영화니까 사랑과 엮어서도 한 번 더 보자. 우린 프로도새끼가 클렘의 기억을 이용해서 꿀을 빨려다가 ㅈ망한 걸 볼 수 있는데, 이걸 근거로 보자면 적어도 작가는 사랑이 memory(이성적)보단 impulse(비이성적)에 가깝다고 해석한다. 기억을 지운다고 해도 날 이끄는 그 사람만의 무언가는 여전하다. 내가 그 사람을 얼마나 아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얼마나 끌리냐가 중요. 



사람의 성장에 있어서 기억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기억을 지우는 영화지만, 영화 속에서 완벽하게 기억이 지워진 친구는 매리 하나 뿐이다. 클렘은 기억의 충돌로 인해 불안감에 시달렸고, 조엘은 결과적으로 기억이 지워지지 않아 몬탁으로 달려간다. 매리만이 완벽하게 지워졌다(앞에서 말했지만, 박사에 대한 충동과 기억은 별개의 개념이다). 


영화 속에서 매리는 마리화나를 하고, 술도 먹으면서 그야말로 성장하지 못한 유아기의 모습을 보여준다. 결국 기억 없이 성장도 없다는 이야기. 영화 속에서 보여주는 기억은 행복보다는 아픔에 가까운데, 결국 아픔없이 성장할 수 없다는 점. spotless보단 many spot이 낫다.


다른 이야긴데, 이 영화는 메인플롯(조&클)과 서브플롯(스파이더맨 전여친 & 프로도이야기)이 섞여있는데, 메인플롯이 서브플롯에 큰 영향을 '받는' 특이한 영화다. 예를 들어 클라이맥스에 다가갈수록 메인플롯은 뇌속에서만 놀고, 갈등을 하나도 풀지 못하는데, 이 갈등은 서브플롯(매리)이 풀어준다.



영원한 햇빛의 축복이 있으리란 시구와 달리 영화는 조명과의 사투를 펼친다. 조명을 향해 달려가기도, 조명을 피해 도망가기도 하는 영화. 기억을 잃은 조엘(스팟리스마인드)에게 쬐는 햇빛(이터널선샤인)이지만 결국 그는 클렘에게 돌아감. 신기한 점은 몬탁에서 만나자는 머리 속 클렘과 현실 클렘의 조응. 머리색깔로 비교하는 해석은 지겨워서 조명으로 비교했는데 어렵다. 생각해볼 점은 우리가 아는 클렘은 조엘 기억 속의 클렘 뿐이라는 점. 기억의 주관성을 고려하자. 그들은 그렇게 아름답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슬픈 점은 클렘을 그렇게 기억하고자 했던 조엘을 조엘은 기억하지 못했다. 우리는 조엘이 클렘을 그리워했단 걸 알지만, 과연 클렘은 기억을 지울 때 조엘을 그리워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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