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훔침 당할 돈부터 벌자..
누가 내 돈을 훔쳤을까 / 이국명, 박성훈 / 빈티지하우스 / 2017년
완독 : 2017년 8월 28일 (3일 걸림)
간략 평 :
생활밀착형 경제 이야기라는 이름에 맞게 직장인들이 공감할 만한 소재로 경제 이야기를 풀어낸다
어려운 이론이나 경제학자의 이름을 거론하기보다 원리를 개괄적으로 설명해준다
저자가 독자에게 친절히 설명하듯이 말해주는 문체이며 팟캐스트에서 했던 대화를 책에 삽입해서 쉽게 읽힌다
경제를 잘 알지 못해도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 있음
기자를 해서 그런지 독자가 공감할만한 포인트를 잘 살려 프레이밍한다 : 세금폭탄
다만, 세금폭탄이라든지 내 월급의 도둑이라든지 다소 공격적인 프레이밍은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음모론스러운 부분도 있기 때문에 이건 독자들이 잘 구분해내야 한다.
이런 사람에게 추천 :
경알못이지만 현재 어떤 소재가 경제 기사에 나오는지 궁금해하는 분
생활에 숨겨져 있는 다양한 경제 이야기가 궁금한 분들.
우리의 생활경제를 공부하겠다고 경제학 교과서를 펼치는 것만큼 미련한 짓이 없다. 이중전공으로 식품자원경제학을 잠깐 공부했는데, 경제 기사를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는 데에는 도움이 될지언정 생활 속에 어떤 원리가 들어있는지 파악하기엔 너무나 비용이 많이 드는 일이다. 닭 잡는 데에 소잡는 칼을 쓰는 셈이다. 깊은 공부를 위한 게 아니라면 전공자를 위한 서적보다 비전공자를 위한 대중 서적을 읽는 게 오히려 맘 편할 거다. 교과서는 원래 전공자를 위한 거다.
<누가 내 돈을 훔쳤을까>는 그 점에서 꽤나 좋은 대중형 도서다. 이 책의 주요 타깃은 나와 같은 20대 나부랭이보단 30대 초중반 직장인인 듯한데, 표지부터 “벌어도 벌어도 모이지 않는 돈에 관한 진실”라고 적혀있다. 저것만 보면 소득불평등을 논할 것 같은데, 그건 아니다. 월급과 세금, 성과연봉제와 중소기업 인력난 등 생활 속의 소재에 대해 논한다. 쉽게 말해 신문기사 경제면에 나올 법한 소재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 책의 장점은 쉽게 말해주는 것에 있는데, 저자가 독자와 수다를 나누듯이 말해주는 문체다. 저자들이 진행한 팟캐스트에서 발췌한 대화를 책에 삽입하기도 해서 읽는 데에 어려움은 없다. 어려운 이론이나 학자들의 이름이나 논문을 인용해 설명하기보다 원리를 개괄적으로 설명해주는 데에 집중한다. 경잘알이면 부족한 설명 때문에 불편할 수밖에 없고, 경알못이면 고개를 끄덕이면서 읽을 것이다.
기자를 해서 그런지 전체적으로 독자들이 공감할 만한 지점을 잘 공략한다. 예를 들어 한국의 직장인이라면 피할 수 없는 야근과 한국의 청년이라면 피할 수 없는 구직난 등을 소재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일단 제목인 <누가 내 돈을 훔쳤을까>부터 얼마나 자극적인가(…).
물론, 이것이 마냥 좋은 것은 아니다. 세금폭탄과 월급도둑이라는 표현은 기성 언론이 국민들의 감정을 건드리기 위해 자극적으로 만들어진 단어인데, 이것을 그대로 쓰는 것이 과연 옳은가 싶다. 특히 현재 사회 전체적으로 증세와 관련된 토론이 이루어지고 있을 때에 증세를 단순히 ‘세금폭탄’ 등으로 이름 짓는 것이 옳은지 모르겠다. 다소 음모론스러운 소재도 있기 때문에 이는 독자가 잘 구분해내야 한다.
내용적으로 보자면, 전공자들이라거나 원래 경제에 관심이 많은 분들이라면 다소 의구심이 들 수도 있다. 설명이 미약한 부분도 있고, 너무 일도양단으로 판단 내린 경우도 있다. 다소 자극적인 프레임을 쓰는 대중서적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고 본다. 이 책을 읽고자 하는 분들은 이에 유의하는 동시에 이 책 하나로 모든 것을 알 수 있다는 생각을 부디 버리시길 바란다. 이 책은 경제에 대한 호기심을 환기하는 애피타이져일지언정 본식이 될 수는 없다.
이 책 하나로 모든 경제 구조를 파악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술자리에서 할 썰이라든지, 신문기사를 읽을 때에 도움은 될 것이다. 소득불평등이라든지 어려운 주제보단 생활 밀착형 소재를 다루기 때문에, 어디서 조금 아는 척을 하거나 말할 거리는 확실히 늘어날 것이다.
특정한 콘텐츠를 평가할 때, 콘텐츠의 목적과 내용이 부합하는지는 주요한 기준 중 하나다. 그 기준에서 이 책은 본인들이 잡고자 한 타깃에게 접근하고자 하는 문법을 적절하게 썼고, 소재도 잘 골랐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 책 하나로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없다. 이 책은 지극히 대중서적이기 때문에 좀 더 깊게 알고자 하면 다른 책을 부가로 읽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