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퍼 + 민달팽이 유니온 크-로쓰
흔히, 사람의 기본이 의식주라 한다. 이 말인 즉슨 스스로 옷을 사입고, 밥을 해먹고, 집을 구해야만 기본을 스스로 해낼 수 있는 착한 어린이라는 뜻이다. 인간의 기본이 의식주라면, 스스로 의식주를 해결해야 진짜로 자립한 사람이라 부를 수 있다.
사실 의와 식을 해결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다. 최저시급이 아무리 낫다손 치더라도, 1달 동안 열심히 일하면 옷과 음식까지는 해결할 수 있다. 한국의 옷은 가성비도 세계 최고고, 싸게 살 수 있는 경로도 가장 많다. 그런데, 집은 좀 다르다.
주거 문제 어렵다. 모든 주거가 어려운데, 청년 주거는 더욱 어렵다. 사회초년생 청년들이, 대기업에 다니든 전문직이든 간에 사회 초년생 청년들이 주거독립을 이루긴 너무 어렵다. 집 구입을 말하는 게 아니다. 월세도 정말 비싸다. 서울 바깥으로 나가면 쉽다지만, 말하긴 쉬운 거다. 대중교통망에 대한 접근권이 보장된 서울 외곽은 생각보다 그리 많지 않다. 개발이 더 필요하다.
청년 주거 문제가 단순히 청년들의 징징을 해결하기 위한 도구는 아니다. 부동산 관련 전문성을 인정받아 이번 국회에 비례대표로 들어온 김현아 의원은 청년 주거복지가 곧 기회의 재생이며 기회의 재생이 곧 도시의 재생이라 말했다. 주거난민으로 내몰리는 청년에게 실질적 주거지원을 해야만 결혼이든, 스타트업이든, 취업이든, 독립이든 한다는 취지다.
http://www.ajunews.com/view/20170912105306081
부끄럽지만, 내가 기억하는 주거 문제는 2가지다. 전세금 문제로 인해 2년마다 이사다니던 기억과 미스핏츠 청년, 난민 되다 프로젝트 국내 파트 취재한 기억이 전부다. 당장 주거 관련 문제를 겪는 당사자도 아니고, 전문가라고 하기도 애매하다.
모두가 인정하는 청년 주거와 관련된 전문가는 민달팽이 유니온이다. 임경지와 민달팽이 유니온을 동시에 치면 관련된 기사가 참 많이 나온다.
그들의 고군분투와 별개로 청년 주거 문제를 해결하는 일은 난관의 연속이다. 부동산 문제는 세상에서 가장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다. 단순한 건설 문제가 아니라 수도권 개발 계획과 국토 균형 개발 등 다양한 문제가 얽힌 실타래이기 때문이다.
청년 주거 문제 해결은 어렵지만, 이제 혼자 살기 시작한 청년들에게 도움은 줄 수 있다. 부동산 계약서를 쓰는 법이라든지, 집을 볼 때 무엇을 어떻게 봐야 하는지 등등 우리는 많은 정보를 필요로 한다. 괜히 헤지가 주거 관련 꿀팁을 기획한 게 아니다.
민달팽이 유니온과 디퍼가 공동취재를 하고 있는 원룸상식사전 프로젝트는 그래서 의미있다. 청년이 처음으로 자기 이름으로 집을 계약할 때 겪는 여러 문제에 대한 가이드북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아기들이 이유식으로 밥을 배우고, 청소년이 여러 옷을 입어보며 본인에게 어울리는 스타일링을 배우듯이, 청년들도 이 상식사전을 통해 주거를 배울 수 있다. 주거 계약은, 우리 이름으로 하는 가장 사적이고 중요한 계약이다. 다시 말하지만, 의식주는 인간의 기본이고 주거 계약은 그 기본과 관련된 계약이다.
https://storyfunding.kakao.com/project/16590
전반적으로 매우 친절하다. 아래 사진을 보자. 이사를 하면 무엇이 바뀌는지, 집을 계약할 때 무엇을 확인해야 하는지, 어디서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 등본 확인할 때 무엇을 봐야 하는지 등이 적혀 있다. 스티커와 펜 그리고 뱃지는 덤이다. 상식과 사전이라는 어렵고 그럴싸한 단어의 조합인데, 정말 독자의 편의를 중심으로 구성됐다.
가장 좋은 저널리즘이 무엇이냐 물으면, 내게 도움이 되는 저널리즘이라 답하겠다. 맞지 않는 옷은 구석에 쳐박아두고, 쓰지 않는 식재료는 버린다. 도움이 되지 않는 책은 폐지일뿐이며, 쓸모 없는 말은 헛소리다. 이렇듯, 가장 좋은 저널리즘은 내게 도움을 주는 저널리즘이다.
북한 핵문제? 어찌할 방도도 없고 사실 와닿지도 않는다. 취업? 와닿기는 하는데 해결할 방도가 보이지 않는다. 사람들이 신문을 보지 않는 이유는 단순하다. 그게 도움이 안되고 어렵기 때문이다. 내 실생활과 유리된 이야기를 그럴 듯한 한자어와 재미 없는 어투로 말하는데 누가 보려나. 보는 게 대단한 거다.
디퍼와 민달팽이 유니온의 원룸상식사전프로젝트는 단언컨대 청년에게 가장 친절하고, 좋고, 도움되는 저널리즘 프로젝트다. 주거 문제는 해결하기 힘들지언정 원룸 계약 문제는 해결가능하다. 저널리즘이 할 수 있는 것은 그 해결의 방도를 제시하는 일이다. 이 프로젝트는 그것을 하고 있다.
가장 사적인 것이 정치적인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가장 사적인 저널리즘이 가장 올바른 저널리즘이다. 지금 자립하고자 하는 청년들에게 도움을 주는 가장 사적인 저널리즘 프로젝트다. 디퍼와 민달팽이 유니온 모두 화이팅. 우리 존재 화이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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