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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현모 Oct 03. 2017

미디어가 재난보도에 기여하는 방법.

사진 존내 많아요. 

어제 혹은 엊그제 라스베가스에서 끔찍한 총기 난사 사고가 터졌다. 종교와 인종이 관련된 문제가 아니었으며, 은퇴한 부유한 회계사 출신의 백인이 저지른 사건이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최소 59명이 사망했고, 527명이 부상을 입었다고 한다. 트럼프는 사건이 발발한 직후 유감을 표명했고, 시민들은 뛰쳐나와 NRA와 NRA의 로비를 받은 국회의원을 규탄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범인이 왜 총기를 난사했는지, 어떻게 했으면 이 사건을 막을 수 있었는지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하나다. 바로 미디어가 위와 같은 사건과 사고를 어떻게 다루는지다. 


위 사고가 터지자마자 많은 미디어는 곧장 사건 현장으로 달려가 사건을 중계했다. 한국에 있는지라 CNN과 FOX 등의 방송을 접할 순 없었고,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으로 받아보았다. 한 가지 공통점은 많은 매체들이 사건을 적나라하고 선정적이게 보도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아래는 그 사진들이다. 인스타그램 캡쳐와 인스타그램 스토리즈 캡쳐가 주를 이룬다. 


우리나라 꼰대들이 보기엔 언론이라 하지도 못할 Refinery29, Elite Daily, Vice, Nowthisnews 를 비롯해 광대와 딴따라라 조롱 당할 연예인들이 앞다투어 현장에 가거나, 영상을 제보받거나, 의견을 표명했다. 그들이 사용하거나 보도한 영상 자료는 혼비백산한 군중을 다루거나, 슬픔에 젖어있는 사람에 국한됐다. 자극적인 사진도, 선정적인 자료도 없었다. 



또 하나 내 눈길을 끌었던 것은 많은 미디어가 라스베가스 총기 난사 사건 피해자를 위해 어떻게 할 수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제시했다는 점이다. 어떻게 성금을 보낼 수 있는지, 어떻게 해야 헌혈을 할 수 있는지, 성금을 보낼 수 있는 경로는 무엇이 있는지 등을 상세하게 적어놓았다. 


세월호 보도와 비교할 수 있었다. 세월호가 터지자마자 저녁에 사망 보험금을 계산한 MBC와 3주가 지나지도 않은 5월 7일에 세월호 실종자 유가족이 민간 잠수부의 죽음을 떠민 것이 아닌지 논해봐야 한다는 그 보도까지 다 기억한다. 내가 쓸데없는 기억력이 좋다. 


만약에 같은 사건이 한국에 터졌으면 분명히 이랬을 거다. 좌파정부가 사건을 키웠다, 불법 체류 조선족 한국에 얼마나 많아, 북핵 사태 앞두고 또다시 음모론 창궐해, 전문가 믿지 않는 군중집단들, 시민사회는 연대나 외치고 있겠지. 연대는 개뿔. 세월호 이후 총선 결과 보고 난 연대 같은 거 안 믿기로 함. 조까 뭔 연대야. 


단어가 중요하지 않다. 미디어든, 저널리즘이든, 뉴미디어든, 레거시 미디어든 뭐든 구체적인 도움을 주어야 한다. 적어도 재난보도에 있어서 그들은 글과 기사, 사진과 영상을 볼 수많은 사람에게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피해자를 도울 수 있는지 제시해야 한다. 그걸 하지 못한 채 경주마 보도를 진행하는 미디어에 우리는 질렸다. 


기자는 관찰자라든지, PD는 지켜보는 사람이라든지 그런 개소리 집어치우자. 재난이 터졌을 때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희생자들을 어떻게 도와야 하는지 알려주는 미디어다. 그걸 하지 않으니까 사람들이 알아서 돕는 거고, 그러다 보니까 문제가 터지고, 서로 간의 신뢰도와 미디어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는 거다. 


어떻게 해야 피해자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말해주는 미디어와, 피해를 보도만 하는 미디어가 있다. 미디어가 세상을 구할 수 있는지에 대해선 아직도 의문이지만 (돈과 기술이 세상을 구한다^^), 적어도 후자가 세상에 방해가 된다는 건 잘 알겠다.





관련기사 :


http://www.journalist.or.kr/news/article.html?no=33646


http://www.pdjournal.com/news/articleView.html?idxno=5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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