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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현모 Oct 04. 2017

어떻게 해야 일잘이라고 소문이 날까?

닥치고 일만 할 게 아니라, 생각하면서 일하자. 

생산성 / 이가 야스요 지음 / 쌤앤파커스 / 2017년 10월 3~4일 완독
추천 : 조직을 운영해야 하는 사람들, 후배가 생기기 시작한 사람들, 관리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한 사람
비추천 : 없다. 이건 다 읽으면 좋을 법한 책이다. 얇고, 내용도 구체적이다. 굿. 다만, 조직경험이 있는 사람이 읽으면 더 좋을 법하다. 




며칠 전에 미디어학부생을 대상으로 한 미디어학부 대학원 입학설명회가 있었다. 어쩌다보니 내가 담당해야 했는데, 정말 죽도록 하기 싫었다. 워낙 바쁜 한 주이기도 했고, 귀찮았고, 하고 싶지도 않았다. 뭐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이걸 좀 더 간략하게 정리해보자. 첫번째로 교수님들의 문제의식 자체는 공감했으나, 그걸 풀어가는 방식에 공감할 수 없었다. 홍보 부족이 자과 대학원 입학률 저하의 원인인가? 아닐 거다. 두번째로 인센티브가 없었다. 그걸 하든 말든 내가 망하는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진짜 하기 싫은 일이라, 온몸으로 파업하고, 온몸으로 시니컬 그 자체를 표현했다. 하루종일 얼굴 파업하면서 시니컬해졌고, 거의 뭐 반란 직전에 이르렀다. 교수님들이 보시면 어쩌냐고? 뭐, 모르시는 것보단 아시는 게 나을 거다. 


이토록, 일을 할 때 문제의식에 대한 공유와 해결책에 대한 공감 그리고 인센티브는 필수적이다. 왜 필수적이냐고? 생산성을 높일 수 있거든. 생산성이야말로 세상이 허락한 유일한 마약이자, 우리의 유토피아다. 생산성이 떨어지면 일을 하는 나도 괴롭고, 그걸 받아보는 사람도 괴롭다. 문제의식이든 뭐든 결국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도구일뿐이다. 


문제인식, 동기부여 등이 핵심이다. 입학설명회는 문제 인식도 안됐고, 동기부여도 안됐다.




누구나 생산성에 대해 고민한다. 어떻게 해야 일을 좀 더 효율적으로, 잘 할 수 있을지 고민한다. 어떻게 해야 일 잘한다고 동네방네 소문이 날 수 있을까 고민하는 게 이걸 읽는 너와 나처럼 신자유주의 노력빌런의 기본값아닌가. 


대학원일부터 외부에서 만드는 콘텐츠까지 고민거리도 많다. 일단 이번주에 내가 해야 할 일은 이렇다. 대학원 수업 3개를 들으면서 수업에서 내주는 논문을 읽고 리딩리액션을 내고, 과제를 한다. 영어 논문 쓰기 수업에선 매주 리딩과 라이팅이 있어서 시간에 맞춰 해야 한다. 대학원 연구실에서 주어지는 프로젝트는 비정기적이지만, 한 번 떨어지면 큰 폭탄이 떨어진다. 이 와중에 NTP 라이브를 준비하고 비즈한국에 글 2편을 보낸다. 심지어 최근에는 퍼블리 프로젝트도 있었다. 물론 이 와중에 새벽 1시에 저랑 갠톡할 사람 구합니다 진심..ㅇ.ㅣㅂ.ㄴ....ㅣ..ㄷ.ㅏ....


여튼, 직장인이 아닌 나도 여러 일을 하면서 공정에 대해 고민을 하는데, 직장인들은 얼마나 할까. 말하지 않아도 안다. 하지만, 부진은 있어도 몰락은 없다는 한 코치의 말처럼 고민만 있고 해결방안이 없다. 사실, 생산성에 대해 고민할 시간에 쉬는 게 더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근데, 그러다보면 생산성에 대한 문제의식도 흐릿해지기만 한다. 그러면 아... sigh..




이 책은 생산성에 대해 왜 우리가 고민해야 하는지,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준다. 이 책은 총 9개의 챕터로 구성됐는데, 앞의 6개는 생산성에 대한 정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조직문화, 생산성의 척도, 생산적인 인재를 키우기 위한 장치 등을 논한다. 6개의 챕터를 하나로 요약하자면, “생산성이 왜 중요하고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왜 생산성이 중요한지부터 생산성을 어떻게 새롭게 규정해야 하는지, 척도가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 직원 채용 및 승진의 개념이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를 논한다. 


뒤의 3 챕터는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구체적인 방식을 제시한다. 글로벌 조직문화의 산실 맥킨지와 전통적인 동아시아 조직문화를 가진 일본 회사에서 일해본 경험을 살려 자세하게 이야기해준다. OJT는 어떻게 이뤄져야 하고, 회의 방식은 어떤 방식이 효율적이며, 문서는 어떻게 작성해야 하는지를 설명한다. 예시를 하나 들자면, 블랭크 자료 작성법이다. 검색을 통해 자료를 미리 모으고, 목차를 작성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할 것이라고 예측되는 자료를 기준으로 목차를 짜고, 그 목차에 따라 자료를 모으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최적의 논리 구조에 따른 필요한 자료만 검색해 효율적으로 일을 할 수 있다. 인풋 대비 아웃풋의 비율이 생산성이기에, 인풋을 덜하고 아웃풋을 높이는 가장 생산적인 문서작성법이다. 




이 책의 강점은 조직이라면 갖고 있을 법한 보편적 특성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대안을 제시한다는 것이다. 언제언제까지나 진실한 마음으로 언제언제까지나 내일을 위해 일하는 조직이 어디에나 있다. 그 모든 조직은 회의가 있고, 문서 작성이 있고, 위계가 있고, HR이 있다. 이것에 대한 문제제기와 솔루션을 제공한다. 따라서 대학원이든, 회사든, 학교든, 어디든 간에 적용할 수 있는 방식이다. 효율적인 회의와 효율적인 문서작성은 어디에서나 환영받는다. 


다만, 문화적인 특성은 고려하지 못했다. 동아시아 개노답 3형제라 거지 같은 야근문화와 말도 안되는 회식문화를 고려했기에 망정이지, 그게 아니라면 이해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물론, 그럼에도 반영되지 못한 몇 가지가 있다. 특유의 담배타임과 커피문화 등 말이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흥미로웠던 지점이자 공감했던 문제의식은 모든 것은 측정의 문제라는 점이다. 직원의 업무력을 생산성이 아닌 아웃풋에 대한 양적 평가로만 측정하니 모두가 야근을 하고, 모두가 상사의 눈치를 본다. 상사가 퇴근하기 전까지 퇴근하지 못하고, 야근을 많이 하면 일 잘하는 직원이 되니 그 누가 생산성에 대해 고민하겠는가. 내가 아무리 일을 빨리 끝내도 퇴근 시간이 6시라면 누구도 일을 열심히 하지 않는다. 


요지는 측정하는 척도와 인센티브다. 인풋 대비 아웃풋을 얼마나 잘 뽑아내는지를 척도로 삼아야 한다. 아웃풋에 대한 질적평가가 이뤄져야 하는데, 이것 또한 비용이니 회사측에선 할 유인이 없다. 둘째로 인센티브다. 인풋 대비 아웃풋 효율을 잘 뽑아내야 할 유인이 없다. 밤은 깊어 가고, 퇴근 시각은 정해져있기 때문이다. 일을 잘하면, 일이 더 생기고, 일이 더 생기면, 퇴근 시각이 늦어진다. 유노?


닥치고 일만 하는 게 아니라, 생각하면서 일 좀 하자는 거다




내게 가장 도움이 된 조언은 시간측정이다. 저자는 개별 일을 할 때 시간이 얼마나 드는지 측정하라고 말한다. 영어 문서를 작성할 때 몇 시간이 들고, 피피티를 만들 때에 얼마나 드는지 확인하라고 조언한다. 문제에 대한 해결책은 문제 상황에 대한 정확한 인식으로부터 출발하기에 매우 유효한 조언이다. 


2017년에 시계를 살 필요는 없고, 생산성 관련된 어플리케이션 몇 가지를 추천하겠다. 시간 측정은 Just Focus, 매일 업무 일지는 Todoist, 1년 등 장기 계획 및 프로젝트 계획은 Trello, 아카이빙은 Slack을 추천한다. 


완벽한 책은 아니다. 조직의 관리자와 의사결정권자를 위한 책이라, 사원의 입장을 정확히 반영하지는 못한다. 어떻게 생산성 높은 조직 문화를 유지할지에 대한 이야기만 있지, 직원은 왜 나태해지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없다. 즉, 동기부여를 위한 책은 아니란 말이다. 


근데, 이것도 단점을 찾기 위해 노오오오력해야 나오는 거지, 전반적으로 무난하다. 개념 및 원리와 실용을 동시에 알려주는 훌륭한 책이다. 원래 이런 거 잘 안 읽는데, 정말 도움되더라. 




기타 생각할 거리는 아래와 같다. 


어떻게 해야 사원들이 떠나지 않는 조직을 만들 것인가


어떻게 해야 끊임없이 배우고 공부하는 열린 인간이 될 것인가는 여전히 고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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