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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현모 Dec 10. 2017

나는 4시간만 일할래...가 아니라 돈받고 싶어!

후. 일하는 게 문제가 아니라 직장이 필요함. 일이 필요함!

나는 4시간만 일한다 / 팀 페리스 지음 / 다른 상상 / 2017년 12월 3일 ~ 6일 완독
추천 : 스타트업하는 사람들, 본인 창업을 꿈꾸는 사람들, 효율적인 삶에 대해 얕은 고민이 있는 사람들
비추천 : 당장 how to do를 원하는 사람들, 번역투가 묘하게 거슬리는 사람들, 환경 문제 등으로 인해 본인이 일하는 방식을 개선할 수 없는 사람들, 효율적인 삶에 대해 깊은 고민이 있는 사람들(깊은 고민이 있는 분들은 다 했을 법한 이야기)


“오빠, 그것밖에 안 가져가?”

장면 1.


2015년 8월. 교환학교인 마니토바 대학교에 같이 간 친구 L은 내게 말했다. 약 5개월동안 한국을 떠나고 캐나다에서 가을과 겨울을 맞이 해야 하는데 고작 짐이 그거밖에 안되냐는 뜻이었다. 내 짐은 이민가방 1개와 백팩 하나와 여행용 크로스백이었고, L은 이민가방과 캐리어와 백팩을 챙겼다. L은 짐을 너무 챙긴 나머지 수화물 규정을 어겼고, 다행히 여유가 있던 내 가방에 넣었다. 


여행에 있어 내 원칙은 간단하다. 꼭 필요한 것만 챙기고, 나머지는 현지에서 사기. 생존에 필요한 물품만 챙기고, 나머지는 현지에서 사서 효율성을 높인다. 당장 내게 짐을 싸라하면 난 노트북과 스마트폰 그리고 여분의 휴대용 배터리만 챙길 거다. 


장면 2.


12시 10분이 되면 열람실에서 나온다. 안암역에서 12시 17분 세절행 지하철을 타고, 청구에서 상일동행 지하철을 탄다. 그게 내 막차다. 2014년부터 만들어진 버릇이다. 집에 가면 아무 것도 하지 않으니, 학교 내지 열람실에서 시간을 보내려 했다. 공부는 머리가 아닌 엉덩이가 한다는 지론 때문이기도 하다. 결과는? 반은 효과적이다. 학부 때까지는 분명히 그랬는데, 대학원은 아니다. 노트북에 많은 걸 의지하는데 노트북으로 딴짓도 하니 시간의 양과 결과물의 질이 비례하지 않는다. 


대학원 3학기까지 대학원 내에서 소셜 라이프를 즐기지 않았다. 밤늦게까지 묵언으로 지냈는데, 오히려 그때보다 친구들과 적당히 수다도 떨면서 공부하는 지금이 효율이 더 좋다. 적당한 수다가 오히려 도움이 됐고, 일의 마감이라는 목적을 이루는 데에 더 큰 도움을 줬다. 

장면 3.


공익근무를 할 때였다. 보훈병원이라는 곳의 의사결정권자는 50대 간호사 선생님들인데, 이분들이 엑셀을 다룰 줄 모른다. 병동에서부터 승진한 선생님들이라 병동 업무는 잘 알지만, 이를 문서화하는 데에는 젬병이었다. 결국 그 일은 내가 맡았다. 내게 주어진 일은 병동에게 야근 수당으로 주어지는 쿠폰을 정리하고, 연차를 정리하고, 기타 잡다한 물픔을 정리하고 확인하는 일이었다. 소위 회사에서 하는 ‘짜치는 일’말이다. 


손수 하기는 싫고, 엑셀로 만들었다. 지금에서 다시 하라고 하면 정말 고생할텐데, 그때는 당장 내게 주어지고 빠르게 해야만 하는 일이라 후딱 끝냈다. 그거 안 하면 다른 일도 못하거든. 




장면 1에서 난 효율적이었지만 2에선 아니었다. 1에서 나는 ‘여행용 짐싸기’에서 최소한의 물품을 챙겨야 한다는 기준에 따라 행동했지만 2에서 나는 ‘빠르게 일 끝내기’라는 목표에 따라 행동하지 못했다. 오히려 밤 늦게까지 열람실에서 보낸다는 기분을 내기 위해, 일을 위한 일을 했다. 정확히는 일내는 기분을 내기 위한 일. 


장면 3에서 나는 1) 당장 내가 해야만 하는 일이지만 2) 자동화되지 않은 일인 동시에 3) 여기에 시간 낭비하면 내게 손해가 되는 일을 4) 엑셀을 이용해서 5) 자동화시켰다. 정확히는 자동화보다는 체계화시켰다고 표현해야겠지만. 사실 사람 단위에서 자동화는 엑셀일뿐이다. 




“나는 4시간만 일한다”는 나와 같은 비효율러를 통렬하게 비판한다. 생산적이지 못한 삶을 바꾸라고 강변하는 책이다. 책은 효율적이고, 생산적이고, 최소한의 일로 최대한의 돈을 벌고, 남는 시간에 여가를 즐길 줄 아는 사람을 ‘뉴리치’라고 부른다. 모든 사람이 뉴리치가 되어 삶을 즐길 줄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이 책은 생산적인 삶을 살기 위한 방법과 태도를 담았다. 책이 정의하는 생산적인 삶은 일에 있어 효율을 추구하는 삶이며, 이는 생산성 개선을 위해 지금 일하는 방식을 기꺼이 바꾸거나 버릴 수 있는 사람에게 ‘상’으로 주어지는 것이다. 수동적이고 나태한 현재의 계속이냐 주체적이고 적극적인 내일을 위한 개선이냐다


생산적인 삶을 위해 명확한 목적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명확한 목적을 세우고 그 뼈대(목적)에 붙어있는 기름기와 지방(불필요한 일)을 떼어야 한다. 쓸데없는 일을 가지치고 일의 핵심을 구한 다음에, 핵심을 구조화 내지 시스템화해서 자동화시킨다. 쉽게 말해, 1) 목적을 세워 2) 목적을 이루는 데에 불필요한 일을 가지치고 3) 핵심을 체계적으로 만들어 4) 자동화한다. 


나는 이를 목표를 위한 직진걷기라 표현하고 싶다. 쓸데없이 길 위에서 시간을 낭비하지 않기 위해선 표지판에 따라 목적지에 직진해야 한다. 일의 핵심만 남겨두고 나머지는 버리고, 핵심에 따라 규칙을 만들어야 한다. 규칙이 세워지면 일은 자동으로 굴러가기 마련이다(는 많이 해봐야 안다).



이는 글쓰기와도 연결된다. A라는 주장에는 a, b, c, d 의 사례가 붙을 수 있지만, <독자를 설득한다>는 목적에 가장 걸맞은 사례를 골라 A와 연결시킨다. 그렇게 좋은 글은 태어난다. 


제품 제작 및 마케팅과도 관련된다. 제품의 강점은 한 문장으로 요약되어야 한다고 말하는데, 마케터에겐 고객에게 소구싶어하는 이 제품의 강점인 거고, 제작자에겐 제품 개발의 문제의식인 셈이다. 요약은 이해가 수반되어야 하기에 제품을 본인의 관점에 따라 명확히 이해하고 핵심만 남기라는 뜻. 마케터와 개발자가 보는 제품은 다르지만, 어쨌거나 한 줄로 요약되어야 좋은 마케팅이든 개발이든 가능하다. 


결국, 이 책에서 강조하는 것은 방식이다. 지금 내게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밝혀내고 그것과 관련되지 않은 모든 것들을 가지친다. 혹은 ‘내가 하면 쓸데없는 일’을 구조화해서 외주시킨다. 일뿐만 아니라 삶에도 적용되는 방식이란 뜻이다. 




책에서 말하는 ‘뉴리치’를 다시 생각한다. 아까도 말했듯이, 뉴리치는 정해진 목적에 따라 본인의 삶을 운영해서 삶에 수많은 갈림길에서 본인이 선택지를 고를 수 있는 태도를 가진 사람들이다. 이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지금보다 나아진 삶을 위해 지금 방식을 기꺼이 고칠 의향이 있다. 이 사람들이 특별히 진보적이거나 열려있어서 그렇지 않다. 그들은 1) 나은 삶을 산다라는 목적을 위해 기꺼이 다양한 수단을 채택하는 목적 지향적 사람들이다. 더 나은 방식을 추구해 목적을 이룬다는 점에서 생산성 지향이라고 말해도 된다. 


‘뉴리치로서의 삶의 태도’를 갖기 위해서 저자는 몇 가지를 물어보라고 한다. 본인이 무엇을 원하는지 삶의 목적을 명확히 하라고 주문한다. 무엇이 본인을 흥분시키고, 무엇을 얻고 싶은지 명확히 해야 삶에서 이루고자 하는 것이 보인단다. 


따봉주세요.


그 목적에 따라 일을 하되 효율적으로 하는 것이 핵심이다. 비효율적인 일을 제거하고 본인의 강점을 찾아내어 최대한으로 강점을 끌어올려라. 그러기 위해서 사람은 중요한 일만 해야 하며, 당장 필요한 정보만 습득해야 한다. 인풋을 효율적으로 해야 아웃풋이 잘 나온다. 


그렇다면, 중요하지 않은데 해야만 하는 일은 어떻게 해야 할까. 그걸 잘하는 사람에게 맡기면 된다. 돈이라는 비용이 들지만 시간이라는 재화를 아낄 수 있다. 내가 하는 것보다 낫다면, 해야 한다. 만약 남에게 못 맡긴다면 그 이유가 아까워서 남에게 못 맡긴다가 아니라 내가 하는 게 더 목적에 부합할 때만 못 맡긴다에 가까워야 한다. 저자는 남에게 일을 맡길 때도 규칙이 중요하다고 한다. 규칙에 따라 일의 체계를 만들고, 가능한한 요구사항을 명확히 해서 외주화에도 효율성을 추구해야 한다. 이렇게저렇게 아름답게 해주세요가 아니라 여기는 이렇게 고치고 저기는 이렇게 고치고 레퍼런스는 이거고 어쩌고저쩌고 말이다. 듀데이트도 최대한 빨리가 아니라 언제까지 해주세요. 불가능하다면 언제까지 해주세요. 일의 30%가 되었을 때 저에게 다시 연락주세요 등등 최대한 구체적으로 지시해야 한다. 마이크로 매니징을 하라는 게 아니라, 원하는 그림이 있으면 그걸 스케치해서 줘야 한다. 말하지 않아도 아는 경우는 없다. 


좋은 오더가 좋은 결과를 가져온다. 부하직원이 일을 못한다면, 상사가 일을 제대로 지시하지 않아서 그런 걸 수 있다.


마지막으로 뉴리치로서 일하기 위해선 일의 완수를 모든 것의 중심에 두어야 한다고 말한다. 언제 어디서냐가 아니라 일의 완수 그 자체 말이다. 


이 책은 1) 최적화를 강조한다. 필요 없는 것들을 없애고, 필요한 것만 남기고 그 필요를 채우기 위한 최고의 수단을 찾으라는 뜻이다. 얼마 전 들은 굿모닝FM 노홍철입니다의 엔딩 멘트는 “하고 싶은 거 하세요”였다. 심지어 그날 사연엔 ‘걱정’이라는 키워드가 있었는데, 우리는 쓸데없는 혹은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걱정하다가 하루를 망친다는 이야기였다. 쓸데없는 일엔 관심갖지 말고 너를 투자하지도 말자. 그건 비효율이다. 




책의 장점을 나열한다. 삶이든 일이든 핵심을 찔러서 그것만 하라는 책의 내용처럼 생산적인 삶을 살 수 있는 여러 원칙과 질문을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자기계발서와 실용서 그리고 문제집의 중간에 있다. 읽으면, 끊임없이 본인에게 질문하게 된다. 책의 뒷부분엔 이 책에 쓰인 여러 원칙에 따라 삶을 개선한 사례도 들어가있다. 또 하나 장점은 책에서 제시한 여러 원칙이 일뿐만 아니라 삶에도 적용된다는 점이다. 본인의 삶을 돌아보자. 더군다나 본인이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면 더욱 도움될만한 사례가 많다. 작은 기업을 운영하든지, 부하직원을 고용한 입장이라면 더욱 더 도움된다. 


단점은 이 책에 쓰여진 전반적인 사례가 서양 문화권에서 쓰여진 거라 한국의 직장인 내지 사업가들에게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 앞서 말했듯이 이 책은 회사원보다 본인의 사업을 꾸리고 있는, 혹은 준비하고 있는 사람에게 좋은 책이다. 나 같은 학생에겐 일의 방식보다 삶의 방식으로 이해해야 한다. 





기타 흥미로운 점


책의 구절에 “다른 사람이 무엇을 필요로 하고, 사고 싶어하는지 추측하지 말고 목표 시장의 일원이 되어야 그들이 필요로 하는 것과 소비 습관을 이해할 수 있다”라고 써있는데, 내가 맨날 말하는 20대의 강점과 겹친다. 시장이 원하는 타깃이자, 경쟁 매체의 타깃이자, 제작자라는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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