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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현모 May 10. 2018

단상 + 쓰다 만 자소서

단상 + 쓰다가 만 자소서. 


유튜브 영상은 탄산이다. 기승전결 대신 전과 결로 이루어진 유튜브 영상은 지루할 틈이 없다. 자극의 연속이니 재밌을 수밖에 없다. 사용자는 생각할 새도 없이 경주마처럼 정신없이 달리는 영상에 눈과 귀를 맡긴다. 10대부터 노인까지 유튜브에 빠진 이유다.


제1야당도 탄산이다. 밑도 끝도 없이 지르기만 한다. 당대표는 전세계가 평화체제의 시작이라 여기는 판문점 선언을 주사파 합의라고 부른다. 창원에는 빨갱이가 많다며 막말한다. 국회의사당 앞에 텐트를 친 원내대표는 특검을 수용하지 않으면 단식을 중단하겠다는 해괴한 말을 일삼는다. 


제1야당 수뇌부의 밑도 끝도 없는 막말과 비토는 지지자에게 사이다지만 국게에겐 염산이다. 직업 정치인은 대책을 세우고 해결하는 사람이다. 116명의 국회의원을 보유한 거대 야당이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며 무작정 비난하고 반대하는 일은 국회의원의 직업 정신을 위배한다. 민생이 먼저라고 말하면서 일자리 추경 예산은 거부하고 대화를 피해 국회 바깥으로 나가는 작태는 코미디다. 


지적과 비판이 업인 언론마저 독자가 염증을 느끼니 해결책을 논하는 솔루션 저널리즘으로 혁신하자고 한다. 정작 건설적 비판으로 사회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야당은 시민과 염증과 피로를 무시하고 혁신적 막말만 거듭한다. 혁신은커녕 수구다. 


캐머런 전 총리는 시대적 상황에 맞는 정당이 되어야 집권해 국민에게 봉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탄핵과 대선 패배 그리고 낮은 지지율을 반성하지 않고 변화하지 않는 제1야당에게 그럴 기회가 올 리 만무하다. 제1야당이 건강해야 여당 그리고 국회 정치가 발전하기 마련이다. 최소한의 직업윤리도 외면한 채 국회를 떠난 제1야당이 아쉬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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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국민 청원이지만, 옛날엔 국민과의 대화였다. 취임 1주년을 비롯해 주요 고비 때마다 대통령은 직접 TV 앞으로 나와 국민과 토론했다. 김대중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구제금융 관련 대국민 연설을 했고, 노무현 대통령은 현직 검사들과 검찰 개혁을 두고 토론했다.


보수정권은 국민과의 대화를 없앴다. 이명박 대통령은 라디오를 통한 연설로 대체했고 박근혜 대통령은 대화를 피하고 일방적인 담화를 진행했다. 불통은 선전이 아닌 사실이었다. 


보수정권의 적폐를 없애겠다는 문재인 정부도 아이러니하게 국민과의 대화를 진행하지 않는다. 청와대 소셜 채널을 통해 청와대 주요 관계자가 국민과 소통하지만, 정작 대통령은 언론과 소통하지 않았다. 


라고 예전에 적었는데 신년에 기자와의 대화를 진행했고 당시 조선비즈 기자는 악플이 괴롭다고 호소했다........ 문통 착한 회피 ㅇ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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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한 사람입니다. 콘텐츠 기획자라고 불리지만 촬영과 편집 능력은 전무합니다. 제가 나온 영상은 대부분 동료들이 제작했다. 


올해 초 구글 뉴스랩 펠로우십에 참여해 영상 기획을 진행했습니다. 남녀 뇌 구조 차이가 소재인 짧은 상황극 영상이었습니다. 저는 자료를 찾고 대본을 쓰고 레퍼런스를 찾아 화면을 구성했습니다. 거기까지가 제 능력의 전부였습니다. 팀원들에게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영상 경험이 가장 많은 팀원이 스토리보드를 다듬고 촬영을 했습니다. 편집은 다른 팀원이 맡았습니다. 나머지 팀원에게 출연을 부탁했습니다. 넷이 통일된 그림을 갖기 위해 완성된 스토리보드를 두고도 5번 넘게 회의를 진행했습니다.


하지만 쉽지 않았습니다. 촬영하는 내내 촬영 팀원 옆에 붙어 끝없이 구도와 조명을 확인했습니다. 아무래도 본인이 기획하지 않았기에 편집도 쉽지 않았습니다. 제 부족한 능력 때문에 팀원이 고생하는 모양새였습니다. 


미안할수록 더 열심히 했습니다. 제가 부탁한 만큼 해결도 제 몫이었습니다. 소통이 해결책이었습니다. 편집 기간 동안 저는 편집자 옆에 앉아 도왔습니다. 원활한 소통을 위해 제가 바라는 영상에 맞는 레퍼런스를 보여주며 대화했습니다.


기술적 도움보다 더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 개인의 능력보다 팀의 능력이 중요하며 기획, 편집, 촬영보다 소통과 협업이 가장 중요한 덕목이라는 사실도 다시금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가끔 생각합니다. 제게 주어진 기회에 떳떳한지 말이죠. 운좋게 좋은 부모를 만나 좋은 학교를 가고 좋은 친구들과 함께 일했습니다. 제 능력을 좋게 봐주시는 분들 덕분에 다양한 기회를 접했고, 이를 활용해 또 다른 일을 이어갔습니다. 항상 감사하고 겸손하자고 말하지만 가끔은 제 실력인것마냥 착각하기 마련입니다. 


미안하지 않기 위해 주어진 기회에 최선을 다하고자 합니다. 주어진 기회에 떳떳하기 위해 좀 더 노력하고 지금의 순간에 최선을 다 하고자 합니다. 


그런데 쉽지 않네요. 이게 다 페북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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