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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현모 May 14. 2016

양극화.

FJS 논술

양극화는 한국 사회에 암덩어리처럼 퍼져있다. 온몸 곳곳에 퍼져있어서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하는지 엄두가 나지 않는다. 국민 평균 소득이 3만불을 바라보는 시대에 어느 가정은 생활고로 인해 생을 마감한다. 학생들은 스펙푸어, 부모들은 하우스푸어, 노인들은 실버푸어다. 대기업들은 연일 수출신기록을 세우지만 희생한 국민들은 그저 푸어일 뿐이다. 음영지대에 있는 사람들은 말할 것도 없다.


  많은 이들이 양극화를 중소기업강화, 교육을 통한 계층이동 등으로 해결하려 했다. 하지만 현실은 어떠한가. 중소기업들은 삼성과 경쟁하기는커녕 그의 하청업체가 되기를 자처한다. 정부는 고환율로 대표되는 대기업장려정책을 펼친다. 중소기업강화는커녕 양극화강화에 가깝다.


  교육을 통한 계층이동 역시 글러먹은 이야기다. ‘고승덕’ 으로 대표되는 ‘시험으로 인생역전’ 케이슨느 로스쿨, 행정고시 특채강화로 인해 옛날 이야기가 됐다. 심지어 국립대인 서울대학교마저 외고생과 강남지역 학생들의 비율이 점점 높아져만 간다. 특목고의 평균 등록금이 일반고보다 몇 백만 원 비싸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교육시스템도 양극화를 버텨내지 못했다는 걸 알 수 있다.


  기존의 진단과 처방이 틀렸다면 새로운 진단과 처방이 필요하다. 양극화의 문제는 부자들이 많다는 점에 있지 않다. 죽어라 일해도 가난으로 떨어지는 현상이 문제다. 그리고 그 문제의 원인은 노동의 경시화에 있다. 


  한국의 노동자들 평균 노동시간은 OECD국가 중 세번째다. 1년에 2300시간을 쏟아부음에도 불구하고 온갖 푸어에 시달리고 있다. 이 말인 즉슨, 노동이 더이상 돈이 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피케티가 말한 것처럼 자본의 수익률은 노동의 수익률을 초월한 지 오래다. 한국 역시 예외가 아니다. 건물 임대업자가 초등학생들의 꿈이 될 정도로 현실은 비참하다. 땅 투기가 판을 치니 주거 문제도 어려워진다. 부동산 투기로 아파트는 많이 있으나 거품 때문에 노동자들은 꿈도 꾸지 못한다. 서울에서 집을 얻으려면 30년을 저축해야 한다는 연구도 있다.


  결국 양극화 해결의 핵심은 노동 가치의 강화와 자산 권력에 대한 통제다. 최저임금이 곧 시급이 되는 현실을 감안하여 최저임금을 1만 원까지 올려야 한다. 과도한 근로시간으로 인해 떨어진 생산성을 야근 축소, 초과근무 금지 등으로 제고해야 한다. ‘갑의 횡포’로 대표되는 자산 권력들을 통제하기 위해 임대차보호법을 개정해야 한다. 하루에도 수조 원이 거래되는 증권시장에 로빈후드세를 매겨야 한다. 차츰차츰 노동의 수익률을 높이기 시작하면 양극화 끝자락에 있는 사람들도 상위 계층으로 이동할 수 있다. 그렇게 양극화는 해소된다. 느리지만 진실하게. 이것이 옳은 개선방향이다.


  부로 인한 문제는 부의 차원에서 해결해야 한다. 교육을 통한 해소는 곁가지일 수밖에 없다. 노동과 자산을 통해야만 진정으로 양극화가 해소된다.


  노동은 축적이다. 최저시급의 아르바이트생부터 기술장인까지 그들 노동의 가치는 경험의 축적을 바탕으로 한다. 이런 축적은 새로운 가치를 낳고 그 가치는 우리 사회의 정신이 된다. 양극화는 삶의 가치, 경험의 가치인 노동을 무시하면서 시작됐다. 땀과 시간이 들어가 있지 않은 자본이 노동을 압도하면서 시작됐다. 그 승부의 추를 다시 맞추어야 한다. 부디 노동이 올바르게 평가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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