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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현모 Jun 22. 2018

덕질이 취미입니다만

몰입이 특기고요

예전엔 취미가 뭐냐고 물으면 할 말이 없었다. 그런데 이제야 알았다. 난 '덕질'이 취미다. 


시작은 다간이었다.


지금은 대가 끊긴 선라이즈의 용자 시리즈에 빠졌다. 다간부터 다그온 그리고 가오가이가 파이널까지 신나게 즐겼다. 온갖 장난감을 모으고, 한국에 소개되지 않은 (왜색 때문에 검열된) 에피소드를 찾아보고 배경 설정집을 찾았다. 아직도 기억하는 tkbr.wo.to 


그 다음은 WWE. 난 WWF-WCW침공-WWE까지 기억한다. 인베이전부터 2003년까지 짧고 굵게 좋아했다. 레슬뱅크, 레슬매니아 등 온갖 WWE 사이트를 돌아다니며 선수들의 피니쉬를 외우고 그들의 오프닝을 MP3에 넣어다녔다. 그거 아나? 트리플H의 뜻은 헌터 헤스트 헴즐리다. 


그리고 스타크래프트. 난 최연성의 전성기 마지막이던 CYON MSL까지 미친듯이 봤다. 스타리그 - MSL - 프로리그 - 팀리그 - 통합프로리그 모든 경기의 승자와 맵을 외웠고 새로운 빌드가 나오면 그날 바로 써먹었다. 아직도 기억나는 최연성이 라이드 오브 발키리에서 보여준 시즈탱크 철의 장막. 노동8호님이 그리신 스갤 만화부터 피지알 명글까지.


콘텐츠 덕질은 뉴미디어로 이어졌다. 바이스, 복스, MIC, REFINERY29, 루시핑크, AJ+ 등에 미쳐 살았다. 매번 즐겨봤다. 용호형의 도움도 컸다. 


내 변태 같은 수집욕은 뉴스레터로 이어졌는데 진짜 구라 안치고 미국 뉴미디어 매체 대부분을 구독 중이긴 하다. 도움이 되냐고? 내가 원어민이면 좋았을 텐데.


최근엔 소프트 아이스크림에 꽂혔다. 내 동선 (명일동과 안암)에 있는 프랜차이즈의 소프트콘을 먹으며 지점마다 맛을 비교하고 UX를 기록했다. 


그 전엔 탄산수. 각 탄산수 브랜드를 덕질했다. 온갖 탄산수를 마시고 기록하고 어느 게 탄산이 가장 잘 빠지고, 가장 오래 가는지. 1+1, 2+1일 때 가장 이득인 탄산수를 골랐다. 진짜 오지게 마셨다. 애들이 이 삭는다고 작작 먹으랬는데. 


걸그룹 여자친구한테 빠지기도 했고, EXID에 빠졌고 이승환에게도 빠졌다. 온갖 인터뷰 기사를 읽고 매일 그들을 덕질했다. 요즘은 백종원에 빠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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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이쯤되면 내 취미는 무언가에 몰입해 빠지는 일, 그 자체다. 덕질의 다른 이름은 빠른 몰입인데, 그 주제에 흠뻑 스스로를 적셔 그 상황에 몰입하는 일이 덕질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무언가에 덕질할 수 있는 사람은 집중해서 그 주제에 빠질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사람이란 뜻이다.


긍정적인 해석이다. 행복회로가 불타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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