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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현모 Jun 25. 2018

[아무튼 글쓰기] 어젯밤 꾼 꿈.

1주차.

어젯밤도 설쳤다. 간신히 잠드는 요즘에 꿈은 사치다. 사실 요즘만의 일은 아니다. 1년 넘게 소리 없이 잠들 수 없는 나날이 이어지고 있다. 때로는 푹을 켜서 무한도전의 재방송을 틀어놓는다. 어쩔 때는 넷플릭스로 영화를 틀어놓는다. 요즘엔 카카오미니로 존박의 라디오를 듣는다. 아무 소리 없는 어둠에서 눈을 감고 잠드는 일이 이렇게 어려울 줄 몰랐다. 숨이 가빠지고 심장이 빠르게 뛴다. 왠지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잠은 최고의 사치품이다. 국내 수면 관련 시장은 2조 원을 넘었다. 2020년까지 꾸준히 성장할 거란다. 수면용 안대를 생각하면 오산이다. 누구는 이불을 바꾸고 누구는 아로마 오일을 산다. 수면용 백색소음기도 만들어졌다. 이쯤되면 명실상부 잠을 돈으로 사는 시대다.  


끊임없는 불면의 나날에 꿈은 없어진 지 오래다. 아이러니하게 내일을 향한 꿈도 없어졌다. 나와의 채팅방과 에버노트에는 내일에 대한 걱정이 수두룩하다. 오늘 하루를 씻어보내고 내일을 준비하기 위해 마주한 세면대 앞 거울엔 빛보단 그늘, 꿈보단 우려로 점철된 내 얼굴이 보인다. 한 가지 다행인 점은 그 얼굴 속에 수많은 친구들이 보인다는 사실이다. 푸른 나날이어야 할 청년들은 꿈보단 우울을 공유하기 마련이다.


불면 속에 꿈은 꿈꿀 수도 없다. 당장의 다급함과 걱정의 연속에 상상력은 사치다. 특히, 나에 대한 상상은 멈췄다. 무엇을 할 때 가장 어울릴지, 6개월과 1년 뒤의 내가 어떻게 되었으면 하는지 바라는 상상력은 상실했다. 또 한 가지 다행은 나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사실이다. 30년 전엔 ‘고개 숙인 중년’이었지만 지금은 고개 숙인 청년이다.


이 고개를 다시 치켜세우는 데에 무엇이 필요할까. 반쯤 말려진 눈동자와 무표정으로 글쓰는 지금, 미운 아이처럼 아래로 쳐진 입꼬리를 올리는 데에 대체 무엇이 필요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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