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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현모 Jun 25. 2018

[아무튼 글쓰기] 나만 아는 비밀

3주차

등대맨을 지키자


6월 20일 오후 2시. 상암동은 북적인다. 반팔 와이셔츠에 넥타이를 맨 직장인과 회사에서 밤을 지새 머리에 까치집을 만든 방송국 사람들이 섞여있다. 점심시간이 되면 건물에서 우르르 쏟아져 나오는 직장인들은 우리 근처에서 볼 수 있는 피로한 몰골의 평범한 사람들이다. 어디에서나 볼 수 있어 특별하게 느껴지지도 않고 개별 존재로서 가치는 지워진 지 오래다. 상암동은 그런 한 줌 모래인 직장인들이 모인 사막이다.   


하지만 역사는 밤에 이루어진다. 그들의 진가는 저녁에 되어서야 나타난다. 피로에 절어있는 표정을 한 그들은 밤만 되면 진짜 낯을 보여준다. 상암의 방송국 직장인들은 사실 슈퍼히어로였다. 일을 많이 할수록 몸에서 열을 내 전기를 만드는 능력이 있다. 이름하여 등대 맨이다. 상암에 등대가 있다는 말은 우스갯소리가 아니었다.  


드라마 제작 종사자 10명 중 6명가량이 하루 20시간 넘게 일하고, 제작비 절감을 위해 새벽까지 생방송 촬영을 이어간다. 그것을 버틸 수 있는 이유는 그들이 일해야만 상암동에 전기가 생기기 때문이다. 환경이 열악할수록 파워는 더 세진다. 사고가 나도 누구 하나 책임지지 않는 현장을 버틸 수 있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상암동은 사실 그들이 삶을 불태워 촛불이 되는 현장이다. 아이언맨은 돈으로 슈트를 만들고, 그들은 인생을 불태워 등대가 됐고 상암동 전기발전소가 됐다.  


슈퍼히어로가 있다면 빌런이 있다. 그 빌런은 박원순과 문재인이다. 박원순은 방송 제작 스태프를 위한 노동상담센터를 만들고, 문재인 정부는 노동시간을 줄였다. 특례업종에서 방송업종을 제외하는 희대의 개악을 통해 슈퍼히어로들의 힘을 빼앗았다. 상암동에 무한정 전기를 공급하던 힘은 올해 여름부로 없어진다.   

노동시간을 단축해 한국의 방송산업과 상암동의 전기발전을 망치려는 문재인의 마수로부터 등대맨을 지켜야 한다. 만국의 방송노동자가 모여야 한다. 다 같이 모여 상암의 등대를 지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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