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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현모 Jul 10. 2018

오즈의 마법사에서 동주까지.

도로시는 명일역 근처 카페이름이다. 

도로시 위안  

   

오늘도 왔다명일역 근처에 있는 도로시라는 카페에 다시 왔다요즘  일상은 항상 도로시 카페에서 끝난다하루를 마감하는   장소를 고른 이유는 간단하다행복한 사람들을 많이   있기 때문이다교복을 입고 서로 깔깔대는 친구들서로의 손을 잡고 시답잖은 농을 주고받는 흰머리가 지긋한 중년 부부 그리고 골프센터에서 만난 아주머니들까지마법구두를 신고 오즈를 뛰어다니는 오즈의 마법사 주인공 이름을 본뜬 카페는 실로 마법 같은 공간이다바깥이 얼마나 습하고 더워도 여긴 선선한 웃음만이 가득하다.   

   

이곳에 앉아  오는 풍경을 바라보면마음에 적막이 찾아온다아직 눈을 감기 이른 오후 9시지만이곳에서  마음은 잠이 든다오늘 하루 느꼈던 불안고통자기 연민자기혐오를 모두 씻어낸다카페에서 우울을 끝까지 토해내면머리 끝이 쭈뼛쭈뼛 선다심장 박동은 빨라지고눈이 갑자기 커지고잠은 사라진다불면의 오후 9 9분은  혼자 보내야만 하는 시각이다오른손 검지 손가락은 저리듯 아프고 눈은 뻑뻑하지만  고통 모두 내가 감내해야 한다.   

   

감정을 그렇게 쏟아내면남은  오래된 테가 나는이제  번쯤 새로 사야 한다는 생각이  법한 낡은 마음 바가지뿐이다하지만바꿀  없다카페 도로시에서 먹는 아이스 페퍼민트질소 아이스크림으로 바가지를 다시 깨끗하게 청소할 뿐이다.   

   

지치고 지쳤지만 치면 왈칵 눈물이 쏟아지고 넘어질 듯하지만 카페에 온다카페는 그런 공간이다오늘의 나를 보내고 내일의 나를 준비할  있는 일종의 샤워실아니 장례식장아니 어쩌면 세탁기.   

   

카페에서 나는 가장 외롭지 않은 외로운 개인이 된다. 30  되는 공간에 사람은 대여섯 명이 있지만우린 서로 아무런 말을 나누지 않고눈빛도 나누지 않지만서로를 의식한다외롭지만 외롭지 않은 개인으로서 우리는 세상에서 가장 약한 유대의 끈으로  공간을 채운다각자 모두 오늘을 보내고내일을 준비하며 말이다.   

   

생각해보면삶은 열등감과 자기 연민 그리고 자기 위로 사이에 갈팡질팡하는 걸음이다그래서 다시 영화 <동주> 봤다점점 쪼그라드는 나와  모습이 역겨운  그리고 스스로를 용서할  없고 너무나 미운 나를 투영하고 싶어 말이다 


열등감의 감옥  


영화 <동주> 시인 윤동주의 삶을 그렸다고등학교 졸업 이후부터 죽기 직전까지 윤동주의 삶을 그린다윤동주라는 시인에 대해  알지 못한다기껏해야 ‘부끄러움의 시인이라는 수식어를 받는다는 점과 그의 시가 연세대학교 응원가라는 사실밖에 알지 못한다시에  관심이 없다
  
  
다시 봐도 재밌었다특히 매력적인 이유는  영화가 본인 스스로를 '열등감의 화신'으로 칭하는 감독 이준익의 작품이기 때문이다 

 
  
윤동주는 일본 순사의  그대로 ‘송몽규의 그림자처럼 살아왔다본인이 그렇게 바라던 신춘문예를 몽규는  번에 통과한다심지어 중국에서 운동하다  주제에 바로 연희전문학교에 합격한다공부를 쉬지 않은 자신은 교토 제대에 탈락하지만 몽규는 붙는다라이벌이라 부르기엔 민망할 정도다.
  
  
영화는 윤동주의 열등감을 그대로 보여준다자신이 원하는 것을 너무나 쉽게 가진 몽규가 “ 따위 세상을 바꾸지 못해라고 말하자동주는 반발한다모든 것이 자신보다 우월한 몽규에게자신의 영혼마저 부정당했다.   

   

하지만 동주는 안다몽규의 말이 틀리지 않았다는 사실을아니적어도 자신의 시가 몽규의 사상만큼 세상을 바꾸지 못하리라는 사실을
  
  
동주는 고민한다 몽규는 자신을 항상 내버려두고 떠나는지 자신은 몽규와 같은 선상에서같은 곳에서같은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볼  없는지 몽규에게 토로한다몽규의 선의에 의한 행동일지언정동주에겐 패배감만이 든다몽규의 우월함에서 나오는호혜적 선의가 아닐지 동주의 열등감은 생각한다.   

몽규와 동등해지기 위해 동주는 몽주와 같은 배를 탄다항일운동을 한다비로소 몽규와 같은 공간에서 같은 일을 하지만여전히 동주는 결핍을 느낀다.   

   

그래서 동주는 일어선다  

   

동주는 몽규의 그림자가 아닌 동주로서 존재하길 결정한다몽규와 같이 기차를 타지 않고 본인의 시집을 기다린다삶의 끝에서 동주는 몽규의 그림자이자 몽규의 죽마고우가 아닌 자신을 택한다세상을 바꾸지 못한다는 비아냥을 받지만 개개인의 가슴에 씨앗을 남기는 윤동주로서 존재하길 결정한다그간 항일독립운동에 열정적이지 못하던 동주는 오히려 스스로 본인을 인정하고 나서 스스로를 사랑하고 타인을 진심으로 대할  있었다순사에게 끌려간 이후그러니까 본인의 시집을  이후 동주는 오히려  열정적으로 세상을 바꾸려 한다
  
  
영화 <동주>에서 가장 좋았던 장면은 아래다몽규가 임정의 자금줄을 대기 위해 운동하다가 일본 경찰에게 잡혔다공부하던 동주는 몽규를 면회했다동주와 몽규는 대비된다깔끔한 옷을 입고멀끔한 동주의 얼굴과 후줄근한 옷을 입고 얼굴에 멍이  몽규철창 바깥의 동주와 철창 안의 몽규.   

   

  


  내겐 오히려 동주가 감옥에 갇힌  보였다몽규라는 열등감이 주는 감옥 말이다동주는 끝까지 몽규라는 감옥에서 나오지 못한다끝까지 몽규에게 영향받고몽규와 함께 있길 원한다그에 비해 몽규는 자유롭다자신이 원하는 이상향을 위해 자신을 활활 불태운다비록 좌절하지만 뛰쳐나간다
  
  
동주는 묻는다너는  그렇게 사냐고나와 같이 공부를  생각이 없냐고몽규는 회피한다동주는 몽규에게 끝까지 자신과 같은 세계에 남아주길 바라지만몽규는 거절한다자신이 원하는 것을 너무나 쉽게 얻는그렇지만 자신에게 잡혀주지 않는 몽규라는 열등감의 감옥에 동주는 영화가 끝나기 전까지 갇혀있다.
  

열등감의 다른 이름은 종속이다  

   

 능력이 타인에 비교하고타인에 비해 열등하다고 생각하는 과정은  타인에 의해 모든 것이 좌지우지되는  다른 감옥으로 나를 이끈다동주에게 몽규는 감옥이다항상 모든 것을 비교하고잡으려 한다자신의 옆에 몽규를 두려 한다자신의 모든 것이 몽규에게 종속됐기 때문이다
  
  
열등감의 다른 이름이 종속이고반대는 자존이다자존 일지자립 일지독립 일지 모르지만  단어에 공통으로 교차하는 뜻은 ‘스스로 존재함이다타인과 비교하되 사실적으로 바라보며있는 그대로 평가해 스스로를 성장시킬  있는 수준.   

   

열등감과 자기혐오 사이
  

열등감 없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반에서  세우는 문화에서 공부하고떠들면  맞는 문화에서 공부한  우리다집단에서 개인은 타인과 비교당함 의해서만 존재한다나라는 존재는 집단이 원하는 기준에 의해 평가받고열등감을 강요받는다어쨌거나 지금과 같은 시스템에서 열등감은 필수이자 의무와 같다

  
  
사람에게 열등감은 떼려야   없다남을 기준으로 나를 재는 방법은 맵고 짜다고 표현할 정도로 자극적이다그만큼 건강에 좋지 않다자신의 부족함을 채울 열등감을 이용하면 부족함을 채웠지만 여전히 부족하다진정한 발전과 실현은 스스로에게 나올  가장 완벽하다
  
  
그렇다고 열등감을 완전히 부정하지 않으련다오히려  열등감을 긍정하는 편이다얼마나 인간적인 감정인가지울  없는 무언가를 부정하는 행위는  스스로를 부정하는 일과 비슷하다잘라지지 않는 혹을 부정하는 유일한 방법은  전체를 부정하는 일이다모든  정도의 문제다.
  
  
천호역에서 340 버스를 타든강동 05 버스를 타든  근처에 오는  마찬가지다누가 먼저 가든누가 1인석에 앉든 크게 중요하지 않다중요한 점은 내가  곳이 있느냐 없느냐 장소가 나에 의한 것인지 아닌지다. 340 타고 나보다 먼저 그곳에 간다고 해서같은 버스에서 쟤는 앉아서 간다 그래서  존재가 부정당하는  아니다어쨌거나 우리 모두 각자  길이 있고그곳을 그냥 뚜벅뚜벅 재밌고 유쾌하게 걸으면 되는  아닐까 싶다자아실현이 아니라 타아 실현을 해온  아닐까 가끔 반성한다.   

   

그러다 보니스스로를 미워한다친구는 자기 스스로를 사랑해야 남을 바라보고 사랑할  안다고 하지만  스스로가 너무 밉고 싫다거울을 보면 부족함이 보이고 부족함에 힘들어하는 내가 보인다차라리 보이지 않았으면 얼마나 좋았을까오늘 다시도로시에 우울을 쏟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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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은 이렇게 해도  열등감이 많고 비겁한 사람이다 부족함을 조우할 (무섭긴 하지만무섭다고 가만히 있으면  쭈구리된다),  순간이 너무 짜증 나지만 그냥 끄덕일  있게끔 자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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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변한다.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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