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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현모 Jul 14. 2018

어떻게 하면 요약을 잘할까?

요약이란 정보를 위계에 따라 정리해 시사점을 도출하는 일. 

HOW TO BE DIFFERENT?


내 가장 큰 고민은 어떻게 해야 남들과 차별점을 둘 수 있는가다. 고상한 영어로 표현하자면, How to make difference 말이다. 개인 제작자든, 조직 내 구성원이든 타인과 차별점을 두고 나만의 강점을 키워야 하는데, 그 근간이 무엇일까 꾸준히 고민한다. 나 혼자 고민해봤자 답은 없어서, 사회 선배들에게 여쭈어보면 그들은 하나 같이 최소한의 글쓰기를 말한다. "아니, 대체 글쓰기가 왜? 우리가 뭐 문학작품 쓸 것도 아니고?” 라 생각했다.  


뭐, 당연히 직업인으로서 요구되는 글쓰기는 아름다운 미사여구와 그럴싸한 서사를 만드는 글쓰기가 아니다. 대학원에서 보고서를 쓰며, 교수님에게 혼나며, 자기소개서와 면접을 보고, 일하는 걸 구경하며 느낀 글쓰기는 요약하는 글쓰기다. 어떻게 해야 잘 요약하고, 더 나은 기획서를 쓰고, 내 생각을 설득시킬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이 책을 만났다. 바로 “도요타에서 배운 종이 한 장으로 요약하는 기술” 말이다.  

http://www.kyobobook.co.kr/product/detailViewKor.laf?ejkGb=KOR&mallGb=KOR&barcode=9788940291894&orderClick=LEA&Kc=


요약, 요약, 요약 


이 몸이 죽고 죽어, 이백 번 고쳐 죽어도 부르짖을 최고의 글쓰기는 요약하는 글쓰기다. 요약을 단순히 방대한 정보를 한 장에 추리는 과정이라 생각하면 안 된다. 세상에 정보는 많고, 상대방에게 보여줄 정보도 많지만 그걸 추리고 추리고 추리고 추리고 추려서 내는 과정이다. 대학원생으로서 절실하게 느꼈다. 안타깝게도 교수의 5분과 내 5분은 질적으로 다르기에 난 5분 동안 교수님에게 그간 해온 연구를 요약하고 작성한 보고서를 요약해 내보여야만 했다.  


매번 길고 길고 길고 길고 미사여구를 붙이고 붙이고 붙였던 글쓰기에서 그런 거 없는 개조식 글쓰기를 맞이하니 환장할 노릇이었다. 그래도 어떻게든 되더라. 난 교수님과 만나기 전에 내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에버노트에 길게 정리했고, 이를 다시 불릿 포인트 형식으로 정리했다. 그때 참고한 방식은 이 이었다. PPT로 정리할 때도 있었다 (학부생과 대학원생 PPT의 가장 큰 차이점은 디자인이다. 그저 보고용이기에 이쁘지 않아도 되고 간략하게 모든 정보를 이해하기 쉽게끔 배치하면 됐다). 


맥북 미리보기용이라 퀄이 안 좋다.


이 글쓰기에 빠르게 젖어들어갔다. 모든 기사를 에버노트 웹 클리퍼로 읽고, PDF는 PDF EXPERT로 읽으며 밑줄 치고 메모한다. 이를 다시 에버노트로 도출하고 불릿 포인트로 정리한다. 대학원 바깥 친구들은 내가 작성한 문서를 ‘구현모식 정리’라고 하면서 대학원 들어간 다음에 더더욱 심해졌다고 한다. 요약하자면, 정보의 위계를 파악해 정리하고 이를 다시 요약하는 데에 ‘문장’이 아닌 ‘불릿 포인트’ 등 문장 구조를 적극적으로 사용했다.  


얼마 전에 팀 과제를 진행했는데, 팀원이 “그거 너무 간단하게 정리한 거 아녜요? 우리가 한 건 더 많은데”라고 말했다. 배경은 이러했다. 난 우리 과제의 핵심은 “A 서비스 B페이지 UI C 방향으로 개선”이라는 한 문장으로 정리했는데, 그 친구는 거기에 그럴싸한 무언가를 더 추가하자고 제안했다. 최종 보고는 절충안으로 했지만, 난 집에 가며 곰곰이 생각했다. “내가 너무 단순히 말했나? 무엇을 더했어야 했나?” 여전히 답은 NO다.  


문장은 짧으면 좋다. 기획서 내지 보고용 메일도 필요 없는 정보는 가지 쳐야 한다. 그래서 뭔데?라는 질문에 답할 수 있게끔 한 문장으로 요약하는 능력이 바로 요약하는 글쓰기다. 아마도 요즘 어른들이 하는 말과 글이 되는 인재가 없다는 푸념은 저렇게 요약하는 능력이 부족하다는 뜻일 테다. 어른들은 대부분 상사이자 매니저고 그들이 디테일한 정보를 한꺼번에 다 볼 수 없기에 이를 최대한 정리하고 요약하고 해석해주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뜻 아닐까?  


문득, 대학원이 떠올랐다. 교수님은 항상 내게 ‘SO WHAT?’을 물었고, 대학원에서 논문 읽는 과정과 보고서를 쓰는 과정 그리고 까였던 과정 모두 ‘SO WHAT?’이라는 질문에 내 시사점을 도출하는 과정이었다. 시사점을 도출하고 (생각) 타인에게 보여주는 (글) 과정 말이다.  


아래는 부끄러워서 생략


취업준비를 하다 보면,구조화 면접이라는 듣지도 보지도 못한 단어를 듣게 된다. A라는 질문에 B를 답해야 하는데 b-1, b-2, b-3 이렇게 구조화해서 답하라는 이야기다.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이러이러하고, 저러저러하고, 요로요로 하기 때문에 위 세 가지 지점을 고려하면 이렇게 되기 때문입니다." 정도로 나타낼 수 있겠다. 구조화 면접이나 보고서나 요약하는 글쓰기나 같다. 내 생각을 한 줄로 정리하고, 이에 대한 근거를 답하는 과정은 내가 가진 정보를 위계에 따라 정리하고 보여주는 과정이다.  


모든 서류는 한 장으로 요약하라! 왜?


책 이야기를 하자. 이 책은 한 장 보고서를 강조한다. 모든 보고서는 한 장으로 정리될 수 있게끔 명료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 한눈에 전체가 보여야 하며 틀 (구조화)이 있어야 하며 그 틀마다 제목이 있어야 한다. A라는 기획안을 작성할 때, 그 배경과 개요 그리고 스케줄 등을 삽입해야 하며 위 정보를 이해하기 쉽게끔 배치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저자는 ‘읽고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보고 알 수 있는 한 장’을 강조한다. 자꾸 교수님 생각난다. 보고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은 한눈에 정보의 위계를 파악할 수 있게끔 구조를 잘 짜야한다는 뜻이다. 불릿 포인트, 글씨 크기와 굵기 등 다양한 장치를 활용해서 말이다.  


저자가 한 장을 강조하는 이유는 제약 때문이다. 한 장이라는 제약 때문에 이것저것 넣을 수 없고 깊이 생각해서 ‘정수’만 넣어야 한다. 한 문장으로 요약하려는 내 습관도 마찬가지다. 이 사업 내지 문제점의 핵심은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은 한 문장과 한 장으로 나와야 한다. 그만큼 내 논점이 명확해야 한다.  



요약은 단순히 정보를 직관적으로 배치하는 일이 아니다. 생각을 정리하는 일이다. 생각을 정리해 타인이 이해하기 쉽게끔 소화하는 일이 보고와 제안이다. 따라서 보고서는 정리용 문서가 아니라 ‘깊게 생각한 한 장’이어야 한다.  


그렇다면 요약은 단순히 내 생각을 정리하고 시사점을 도출하는 일인가? 아니다. 그건 일기다. 보고서는 타인에게 보여주는 글이다. 누구에게 무엇을 왜 보여줄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그 사람이 필요할 법한 정보를 기획서에 담아야 한다. 그 사람이 던질 질문에 대한 답안을 미리 적어야 한다. 그 사람이 보는 이유를 파악해 그 기준에 걸맞게끔 시안을 짜야한다.  



보고서는 해당 정보를 파악하는 가이드북이다. 방대한 정보를 취사선택해 필요한 정보를 추출하고 정보를 조립해 관계성을 찾아내고 나름의 의견과 생각을 만들어내는 능력이 필요하다. 어라 이거 대학원 아니냐? 


미래의 인재. 


얼마 전 선배에게 ‘예전엔 중국어, 얼마 전엔 코딩 등 스킬이 부각받았습니다. 만약 선배님이 지금 신입사원이 된다면 어떤 능력을 배우고 싶으세요?’라고 물었다. 선배는 영어는 무조건 원어민처럼 할 수 있게끔 역량을 쌓으라 했다. 두 번째로 한 분야의 외주 전문가가 될 게 아니면 전체를 매니지 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라 했다. 결국 많은 기업이 개인사업자와 외주업체에게 아웃 소싱할 것이며, 대기업 정규직은 매니징 능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항상 자신만의 시사점을 넣으라 했다.  


프로젝트 매니저 역량은 무엇일까? 아니, 프로젝트 매니저는 무엇일까? 난 ‘작당하는 일’이라 정의한다. 이번에 벌릴 일을 꾸미고, 이 일이 굴러가게끔 하는 능력 말이다. 여기에 필요한 능력은 무궁무진할 테다. 상사에게 프로젝트를 설득하고, 동료와 부하직원에게 동기를 부여해 일을 굴러가게 하고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대화해야 한다. 결국, 내 생각을 타인에게 설득하고 조율하는 일이다. 조율의 트레제게 말이다.  


남다른 매니저가 되기 위해선 다양한 정보를 요약하고 나만의 시사점을 더해 무언가를 기획해야 한다. 설득해 컨펌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합격점을 넘어 Something awesome을 위해선 말이다. 여하튼 현재든 미래든 정보를 요약하고 해석해 새로운 시사점을 도출하는 능력 그리고 일이 굴러가게끔 조율하는 능력은 더더욱 필요할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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